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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24. 2023

7일을 보낸 방 4

소설


4.


 넷째 날.


 난 어딘가에서 자정까지 시간을 죽이다가 자정에 방에 들어갔다.


 그러면 대부분 잠이 들어있거나 잠이 들지 않았더라도 누군가에게 방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굳의 결의가 엿보였다.


 방안은 따뜻했다.


 볼기짝을 후려치는 차가운 바람의 매서움보다 마음의 시림을 견디지 못해 방 안의 따뜻함이 좋았다.


 사람들이 저마다 뿜어내는 숨 냄새가 한데 어울려 요상한 공기의 정체 덩어리를 만들어 냈다.


 3일째가 되니 익숙한 자정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인간은 정말 적응의 존재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 찰나 방의 어디선가 서럽게 우는 커피포트의 소리에 나는 놀라서 모자를 눌러쓰고 방바닥에 머리통을 대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아가의 엄마가 아기에게 줄 분유를 끓이다가 그만 잠이 들어 버려서 커피포트의 소리에도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고요한 밤에 외투를 입고 누워 있다가 몸을 일으키면 외투의 거치적거리는 소리가 무릇 크게 들릴 법도 한데 커피포트의 서러운 울음소리에 모든 것이 잠식되었다.     


 쇄에에에에엥.     


 또 한 번의 서러운 소리를 뿜어내기에 나는 급하게 일어났다. 그  바람에 신발을 벗지 못하고 커피포트의 콘센트를 뽑았다.


 나는 3일 동안 신발을 벗지 않고 그대로 방바닥에 누운 채로 발은 현관에 걸쳐 놓고 잠이 들었었다.


 80세의 노인이 이제 씻었는지 목에 수건을 두르고 방으로 들어왔다.


 노인은 할머니로 우는 아기 쪽으로 다가가 아기를 받아 들었고, 아기의 엄마는 아기가 먹을 분유를 탔다. 그러한 일련의 행동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상황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이는 나뿐이었다.


 그래도 그 모습이 삭막한 방 안에서 이뤄지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행위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생명이 태어나 그것을 유지시키려는 인간의 노력은 열약한 환경 속에서 꾸준하게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뭉클했다. 아기에게 있어 엄마는 우주적인 존재이다. 마찬가지로 엄마에게 아기 역시 우주일 것이다. 노인은 아기에게 아주 미약한 소리로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했다. 아기의 엄마는 노인에게서 아기를 건네받고 고맙다고 인사를 했고, 노인이 아기의 엄마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아기 엄마는 그 노인의 손길에게서 무엇을 느꼈을까. 그만 잘 참고 있던 눈물이 한 줄기 흘렀다. 아기는 우유를 받아먹었고 아기의 엄마는 눈물을 흘렸고 노인은 아기의 엄마의 등을 아무 말 없이 쓸어주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 밤에도 창밖으로 흩날리는 눈이 보였다.


 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


 사람들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초겨울의 숯불구이 집에 모여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지나가는 시간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나는 아기 엄마와 노인에게 어정쩡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다음 내 자리라고 할 만한 곳으로 기어 가 신발을 신은 채로 다시 누웠다.


 시끄러운 음악이 문득 듣고 싶었다.


 실컷 술을 마시고 메가데스의 트러스트 같은 노래들.


 잠을 자야 했다.


 시공간을 넘어야 했다.


 나는 한없이 작아지고 조그마한 아이처럼 웅크리고 잠을 청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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