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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25. 2023

7일을 보낸 방 5

소설


5.


 다섯째 날.


 누군가 얼음을 내가 입고 있는 옷 속에 집어넣었다.


 나는 추워서 윗니와 아랫니가 다다다닥 부딪힐 정도로 추워서 싫다고 했지만 입 밖으로 말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살려주세요,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내 생각뿐이었다.


 얼음이 옷 안으로 들어와서 녹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살갗이 얼음에 붙어 버렸다.


 붙는 감촉이 너무 아팠다.


 찢어지는 아픔, 고통이 너무 컸다.


 얼음을 떼어내려고 하면 살결이 그대로 찢어졌다.


 얼음은 내 몸의 전부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얼음이 점점 몸에 붙을수록 너무나 따갑고 아프고 무서웠다.


 얼음은 완연히 내 몸에 흡착되어 버리더니 살갗이 갈라지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서 뜨거운 피가 대책 없이 흘러내렸다.


 너무 무서웠고 고통스러웠다.


 살고 싶었다.


 얼어서 죽는다는 것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얼음이 다리에 쩍 하며 붙는 순간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너무 놀라고 두려워서 아악 하며 소리를 치며 몸을 일으켰다.


 꿈이었다.


 손목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4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추웠다.


 나는 외투를 더 끌어안고 모자를 더 깊게 눌러 섰다.


 방 안을 둘러보았다.


 고요한 방안에 내가 정적을 깨고 일어났다.


 다행히 사람들은 그 얼음장 같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가 피곤에 찌들었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나는 추워서 몸이 심하게 떨렸다.


 꿈을 꾸면서 흘린 땀이 격하게 식어버리면서 몸의 온기를 다 날려 버렸다.


 방바닥에 손을 대어 보았다.


 차가웠다.


 방은 새벽 4시를 기해서 난방을 꺼버리는 모양이었다.


 전기장판 같은 것을 깔고 잠이 들지 않았던 나는 계속 추웠던 거였다.


 이렇게 한 번 눈을 뜨면 잠이 들기가 힘이 들었다.


 내 방이 그리웠다.


 그동안 내가 편안하게 잠이 들었던 내 방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했고 고마움을 몰랐던가.


 작고 퀴퀴하지만 싸구려 로션 냄새와 잘 빨린 빨래의 냄새가 섞인, 그리고 피존의 향이 이불에서 나는 그런 방이 새삼 그리웠다.


 그 작은 방에서는 새벽에 눈을 뜨더라도 냉장고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다시 편안하게 잠이 들 수 있었다.


 여러 겹의 옷을 입은 채 잠을 청한다는 자체가 모순처럼 여겨졌다.


 겨울의 산행이 아닌 다음 두꺼운 옷들을 여러 겹 껴입고 잠이 들 이유와 상황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그렇게 두꺼운 겨울옷들을 잔뜩 입은 채 며칠 밤마다 잠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어쩐지 서러웠고, 그리웠고, 서글프고, 애달픈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반듯하게 누워서 잠이 들었다가 모로 누웠다.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 방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눈물을 흘렸을까.


 이 방은 그러한 기이한 기운을 잔뜩 지니고 있는 방이었다.


 이방에 들어와서 잠을 자는 사람들의 눈물을 빼버리는 그런 묘한 기운을 칼날처럼 숨기고 있는 것이 이 방이었다.


 이 방에서 영원히 나가게 된다면 구치소의 작은 방보다 더더욱 들어오기 싫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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