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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31. 2023

입술이 두터운 그녀 3

소설


3.


오아시스는 그야말로 악동이었지. 우리나라에서만 락 스타라는 명성이 퇴색되어 있지만 유럽을 비롯한 미국에서는 락 스타라는 것은 그야말로 외계에서 온 인간 같은 대우를 받는 거야. 오아시스는 영국에서 세 번째로 아메리칸 인베이전을 성공시킨 면에서 라디오헤드나 블러, 스웨이드 같은 그룹들을 눌러버렸지. 아메리칸 인베이전을 성공시킨 일 세대가 롤링스톤즈였고 믹 재거가 아직 건재하단 말이야. 오죽하면 미국에는 롤링스톤즈지가 지금까지 발매되고 있으니 놀랄만한 일이야. 그 두 번째가 록그룹이 아닌 컬처클럽이었지. 특히 오아시스는 라디오헤드를 향해 독설을 퍼붓기도 했어. 저렇게 우울하게 계속 노래를 할 거냐(욕), 그래 그렇게 죽을 때까지 그런 노래나 불러라(욕). 아마도 오아시스는 어쩌면 라디오헤드를 본질적으로 두려워한 것 인지도 몰라. 라디오헤드는 침몰하지 않는 견고한 어선이라는 것을 감지한 것 같았지. 또 로비윌리암스가 테이크 댓에서 혼자 떨어져 나와서 방황을 많이 하고 있을 때 그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기도 하고 늘 데리고 다녔지만 결국에는 로비 윌리암스하고도 앙숙이 되었지.      


나는 오아시스에 대한 이야기를 그녀에게 해 주었다. 그녀는 나의 이야기를 호기심이 가득한 입술을 한 채 들었다. 오아시스의 노래를 좋아한다는 입술이 두터운 그녀는 내가 이야기하는 오아시스의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어 버린 거야. 나는 입술이 두터운 그녀의 입술을 보며 말했다. 자 이제 아가씨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군. 내가 말했다.      


입술이 두터운 그녀는 증류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붉은색의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을 움직여 방울토마토 하나를 집어먹었다. 붉은색의 방울토마토가 붉은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의 손가락에 쥐어져 붉은색을 발하는 두터운 입술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기이했다.      


날 때부터 이런 입술을 달고 태어나지는 않았어요. 9년 전 몹시 추운 겨울의 어느 날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입술이 이렇게 두터워져 있었어요. 병원에 가보았더니 이렇게 갑자기 입술이 두꺼워지는 경우는 어떤 거미에게 물렸을 경우라고 하는데 약을 먹고 며칠 있으면 원래의 입술로 돌아간다고 했는데 전 아니었어요. 마스크를 하고 일 년 동안 다녔어요. 하지만 입술은 줄어들지 않더군요. 저는 내내 우울했어요. 병원에 갔더니 이상하다며 좀 더 큰 병원을 권했어요. 그래서 큰 병원에 갔더니 원인을 모르겠다더군요. 약을 바르고 먹고 주사를 맞고 수술을 하기로 했지만 전 받지 않기로 했어요. 예약 날짜를 잡아놓고 하지 않았어요. 입술이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마스크를 벗었어요. 그렇게 다니기 시작했어요. 거울을 통해서 계속 보니 입술이 그리 못생겨 보이지 않는 거예요. 손으로 이렇게 만져보면 아, 이게 정말 입술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입술이 두터운 그녀는 나의 손을 잡고 자신의 입술을 만져보게 했다. 만져본 그녀의 입술은 두텁기는 했지만 아주 부드러웠으며 조금은 이질적인 젤리를 만지는 기분이 들었다.      


친구는 만취가 되어서도 입에서는 아내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친구의 아내 이야기는 끊임없이 생산되어 룸 안에 가득 들어찼다. 테이블 위에는 아내에게 물어뜯긴 이야기가, 벽면에는 아내에게 욕을 들어먹었던 이야기가, 천장에는 아내의 심부름을 해야 했던 이야기가 한가득, 각각의 공간에 들러붙어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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