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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30. 2023

입술이 두터운 그녀 2

소설


2.


친구는 나를 데리고 레이디 초이스 하우스가 밀집한 곳으로 갔다. 나는 내키지 않았지만 친구는 단골 술집이 있는 듯 나를 끌고 그곳으로 쓱 하며 들어갔다. 초이스 하우스의 마담이 들어와서 친구에게 반갑게 아는 척을 했다. 그러는 모습을 보니 친구는 이 비싼 술집에 술을 마시러 많이도 왔던 모양이었다. 자리에 앉아서 친구와 마담은 시답잖은 이야기를 몇 마디 하더니 아가씨들이 여러 명이 들어왔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여러 명의 아가씨들 중에 입술이 유독 두터운 여성에게 눈길이 갔다. 나는 예쁘고 어리고 날씬한 아가씨들은 다 버리고 입술이 두터운 아가씨를 파트너로 선택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렇게 알게 된 여성과 지속적인 관계가 유지되는 것도 아니며 어째서 그런 입술로 일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그녀의 입술은 그야말로 두툼한 빵이 입술에 붙은 듯 두꺼웠다. 정말이지 그러한 모습으로 이런 곳에서 용케도 해내고 있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입술이 두터운 그녀와 잡담으로 시작해서 그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는 체내에 이미 많은 희석주와 증류주를 다양하게 저장을 했다. 친구는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여성에게 아내에게서 얻을 수 없는 무엇인가를 얻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입술이 두터운 여자는 나보다 12살이 어렸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얼굴이 기억나지 않으니 어리게 보였는지 눈이 큰지 얼굴형이 갸름한지, 안타깝게도 전혀 기억이 없다. 오로지 입술이 두터웠다는 것이 기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몸이 아주 호리호리했다. 날씬하다, 말랐다의 개념에서 조금 벗어났다. 상감청자의 몸통처럼 호리호리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입술을 제외한다면 티브이에 나오는 연예인들처럼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었을 테지만 그 속에 섞이면 특징이라고는 사라지고 그 속에 함몰될 그런 얼굴이었을 것이다.     


전 오아시스의 음악을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그들의 노래만 줄곧 듣고 자랐어요.라고 그녀가 말했다. 어쩌다가 우리는 대화를 하다가 우리 둘 다 모두 영국 밴드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 역시 오아시스의 음악을 좋아했다. 오아시스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말해줄게. 악동인 오아시스는 지금 해체가 되었는데 리암 겔러그가 노엘에게 이런 말을 던지고 ‘비디아이’라는 그룹을 따로 만들었어. 나는 입술이 두툼한 파트너에게 말했다.      


어머, 뭐라구요? 그녀는 진정 궁금해하며 나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내가 저 씨발놈이랑 다시 한번 더 음악을 같이한다면 내가 미친놈이다.라고 말했어.


그녀는 그 두터운 입술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웃었다. 치아가 상당히 하얗고 가지런했지만 두터운 입술이 가로막고 있어서 아름다운 치아를 잘 볼 수는 없었다. 정말요?라는 그녀의 물음에 나는 응, 그럼.라고 그녀에게 말해 준 다음 오아시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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