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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09. 2023

우린 밤새도록 휠을 돌렸다 4

소설


4.


친구는 완전히 충격에 빠졌다. 친구의 렌스바바는 최강, 무적이었다. 그런데 결투에서 졌다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데 시폭을 당해 가장 좋은 렌스까지 빼앗기고 말았다. 친구는 충격이 대단했는데 그 충격이 분노로 바뀌었다. 친구의 렌스는 현금거래를 한다고 해도 십만 원이 넘는 돈을 줘야 거래가 가능한 아이템이었다. 아마존은 스피드가 대단했고 활의 강도 역시 대단했다. 그래서 아마존을 잡으려면 스피드바바(리안)가 출격해야 했다. 그러나 스피드바바도 아마존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근접 전의 최고인 바바리안이 원거리 전투가 가능한 아마존을, 그것도 스피드 아마존을 잡기에는 무리였다. 아마존 캐릭터는 고수였다. 우리 멤버들을 아마존은 가지고 놀았다. 어쩌다가 가까이 다가갔다 싶으면 포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아마존은 혼자였고 길드가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 멤버들을 능욕하듯이 조롱했다. 마을로 들어가서는 채팅으로 우리를 약 올렸다.


[나는 너희가 누구인지 다 알아, 너희는 그 피시방에 모여 매일 밤마다 디아블로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새끼들이지?] 같은 말을 했다. 우리를 알고 있었다. 친구는 채팅으로 욕을 심하게 했지만 아마존은 욕을 하는 사람이 화가 날 뿐 자신은 아무렇지 않다며 좋은 렌스 고맙다며 디아블로를 나가 버렸다. 하루 밤에 멤버 모두가 아마존에게 당하느라 그대로 밤을 지새우고 말았다. 그 후 아마존은 느닷없이 나타나서 우리를 전부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우리 다섯 명이 전부 덤벼야 하는데 나는 일을 해야 해서 같이 아마존 사냥을 하지 못했다. 일하느라 피시방을 한 바퀴 돌고 오면 아마존에게 당한 멤버들의 황당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불똥은 나에게 튀었다. 다섯 명이 몰아세웠으면 아마존을 잡았을 텐데, 하는 말을 들었다. 디아블로의 세계관 사람들에게 우리는 욕을 들어 먹고 있었다. 아마존 하나를 잡기 위해 4, 5명의 바바리안이 몰려다니는 것에 대해서 엄청난 욕과 조롱을 들었다. 그러나 이미 멤버들의 눈은 아마존을 잡는 것에 불타고 있었다.



친구의 렌스바바보다 더 악독한 사람이 배달부 형이었다. 배달부 형의 렌스는 우리 중에서 가장 좋은 아이템이었고 바바리안 역시 가장 레벨이 놓았다. 친구와 배달부 형은 둘이서 서로 결투를 하면서 실력을 쌓아 올렸다. 배달부 형은 백전무패였다가 아마존을 만난 후부터는 한 번도 아마존을 이기지 못했다. 그건 다른 멤버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아마존은, 아마존 캐릭터를 가지고 게임을 하는 사람이 우리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보며 조금 두려움을 느꼈다.


그즈음 야간 정액제를 끊고 밤을 지새우는 여자 한 명이 나타났다. 여자는 도깨비 같은 여자로 행색이 초라했다. 노숙자처럼 같은 옷을 입고 늘 왔으며 머리는 포니테일인데 염색을 하지 않아서 검은 머리 사이사이에 휜 머리가 붓처럼 보였다. 여자의 눈은 충혈되어 있고 말투가 여기 말투가 아니었다. 손톱은 한 번도 손질하지 않은 손톱이었고 때가 껴 있는 모습이 가까이 가기 싫게 만들었다. 머리에서 나는 냄새와 옷을 빨지 않고 계속 입어서 나는 냄새까지 도깨비 같은 여자였다. 여자는 [바람의 나라]를 했다.


요리사 형님은 밀레니엄이 가까워질수록 몸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을 느꼈다. 요리사 형님도 아마존을 잡고 싶었지만 일과 게임을 병행하니 몸이 피곤했다. 새벽 4시가 넘어갈 무렵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나는 졸고 있는 요리사 형님을 깨워 집으로 보내려 했지만 따뜻하게 졸다가 일어나서 집으로 걸어가는 것이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할 수 없이 요리사 형님이 잠이 너무 깊어지려고 하면 피시방에 있는 직원용 방에서 재웠다. 요리사 형님은 밤새도록 담배를 한 갑 정도 피워다. 재떨이도 여러 번 갈아줘야 했다. 사람들이 담배를 앉아서 많이 피우기 때문에 담배연기와 담배냄새와의 전쟁이었다. 피시방은 보통 어둡고 밖과 안이 뚜렷하게 단절이 되어 있어야 했지만 오전에 청소를 할 때만큼은 담배냄새를 빼는 것이 중요했다. 담배 냄새를 많이 맡아서 인지 코를 풀면 시커먼 것이 먼지가 가득 나오는 것 같았다. 그 때문에 청소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고 청소가 끝나면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사장님 또한 담배를 많이 피웠기 때문에 담배 연기를 빼내는 청소를 하는 나를 사장님은 좋아했다. 환풍기는 걸레로 닦지 않으면 며칠 만에 새까맣게 되었다. 이는 악마의 검은 때 같았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카운터 앞 로비에 난로를 놓았다. 짜장을 데워서 새벽에 먹을 수 있었다. 주방에서 짜장을 뜨겁게 가스레인지에 끓이지는 않았다. 전기밥솥에서 바로 꺼낸 밥이 뜨겁기 때문에 식은 짜장과 뜨거운 밥이 섞이면 딱 먹기 좋은 온도라서 후루룩 새벽에 먹었는데 난로를 설치한 후에는 난로 위에서 짜장을 천천히 데워서 먹었다. 특히 밥이 없거나 밥 하기 싫을 때 식빵을 찍어 먹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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