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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15. 2023

우린 밤새도록 휠을 돌렸다 10

소설


10.


한 번 나온 기침은 기침을 계속 동반했다. 콜록콜록 자꾸 기침이 났다. 이른 아침에, 새벽의 시간에, 그것도 첫 개시를 내가 했는데, 깨끗한 물의 목욕탕에서는 감기가 걸리지 않을 텐데 나는 목욕탕에서 감기가 걸려 버렸다.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걸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때 나는 또 도깨비 같은 여자를 본 것 같았다. 그 여자는 우리 피시방에서 바람의 나라를 하고 있어야 했다. 목욕탕은 피시방에서 걸어서 30분은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그런데 목욕탕에 다 왔을 때 그곳에 있는 피시방으로 들어가는 한 여자를 봤는데 뒷모습의 행색이 그 도깨비 같은 여자와 같았다.


버스에서도 비슷한 강력한 느낌이었는데 다시 느끼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깨비 같은 여자가 들어간 피시방으로 나도 따라 들어가려고 하다가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솔직히 겁이 났다. 어느 순간 보니 대학교 뒷 문의 골목까지 와 버린 것이다. 나도 모르는 세 여기까지 걸어와 버렸다. 이건 어쩌면 나의 의지가 아니다. 이곳에는 딱 한 번 와본 곳으로 다시는 오기 싫다고 생각이 든 골목이었다. 왜 그런지 저 피시방에 들어가면 꼭 나오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콜록콜록. 기침이 심하게 나서 약국에서 약이라도 하나 사 먹어야 했다. 다시 걸음을 옮겨 우리 피시방으로 왔다. 내가 피시방에 오니 친구와 교수님이 졸고 있었다. 그리고 요리사 형님은 보이지 않았다. 카운터가 어지럽혀져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금고를 확인했다. 다행히 금고는 잠금이 되어 있어서 안의 돈은 무사했다. 나는 친구를 깨웠다. 카운터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나 친구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딱히 없어진 것은 없지만 누군가 카운터를 뒤졌다. 친구는 만약 누가 카운터를 뒤졌으면 알았을 거라고 했다. 아무리 잠이 들었어도 디아블로 하는 자리와 카운터는 바로 붙어 있었서 바스락 소리에도 일어났을 거라고 친구는 말했다. 요리사 형님은 집으로 갔다고 했다. 밖으로 배웅까지 친구가 해주었다고 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목욕탕에 가지 않고 직원방에서 잠이 들었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려고 보니 그릇이 또 다섯 그릇이었다. 콜록콜록. 기침은 계속 나왔고 기침이 심해질수록 머리가 멍 했다. 교수님을 깨워 밥그릇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교수님은 아주 불편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평소에 절대 볼 수 없는 교수님의 얼굴이었다. 설령 내가 목욕탕에 갔을 누군가 한 그릇을 더 먹으려고 해도 할 수 없다. 짜장을 다 사용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섯 그릇 전부 짜장이 묻어 있었다. 검은 짜장이. 괴이한 일이었다.


나는 도깨비 여자가 앉은자리를 보았다. 그 여자는 의자에 몸을 푹 파묻고 바람의 나라를 하고 있었다. 내가 목욕탕에서 나와서 본 여자는 누구일까. 버스를 타고 내가 사는 동네까지 온 여자도 도깨비 같은 여자를 닮은, 그저 그런 여자일까. 나는 그걸 물어보기 위해 도깨비 같은 여자가 앉은자리로 갔다. 그때 여자가 채팅을 하고 있었는데 바람의 나라 속 누군가에게 [나는 너희들이 누군지 다 알아]라고 했다. 나는 거기서 그대로 멈추어서 움직이지 못했다. 제대로 사고가 고장 났다. 디아블로 아마존이 우리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그러나 도깨비 같은 여자가 채팅을 하는 건 바람의 나라 게임 속이다. 도깨비 같은 여자가 디아블로를 하는 건 보지 못했다. 도깨비 같은 여자는 우리가 디아블로는 하는 밤새도록 바람의 나라를 했다. 그럴 리가 없다. 나는 침을 삼켰다. 그 소리가 컸다. 그 소리 때문인지 여자가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순간 눈동자의 검은 부분이 작아졌다. 어쩌면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여자는 나를 1초 정도 보더니 다시 게임을 했다. 나는 돌아서서 주방으로 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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