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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24. 2024

나쁜 사람 5

소설



5.


폭군의 말을 정리하면 건물에 입점해 있는 세입자들은 어차피 계속 볼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전부 들어주다 보면 이런 피해가 발생했을 때 발뺌을 한다는 거야. 그렇기에 세입자들과는 상종을 하지 말라는 거야. 폭군은 그러면서 기계실 팀장에게 같은 말을 스무 번은 하는 것 같았어. 했던 말 또 하고 계속하는 거야. 그것도 소리를 지르며 말이야.


모두(세입자들)가 듣는데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말을 한다는 거야. 그래, 상가 사람들, 세입자들이 다 보고 듣는 데도 그렇게 말을 하는 거야. 폭군은 화가 났고 어딘가 화풀이를 해야 하고, 그래서 기계실 팀장에게 화를 내면서 우리에게 들으라는 거지. 기가 막혔지. 사회에 나가면 별에 별 사람들이 다 있다지만 지금이 21세기인지, 여기가 학교인지 말이야. 세입자들은 전부 돈을 내고 당당하게 장사를 하는 것인데 폭군은 그런 것 따위 귀에 들어올 리 없는 인간이었지.


혼잣말을 할 때에는 내 팔자 운운하며 욕을 큰 소리로 했고, 팀장에게는 이미 했던 말들을 계속 쏟아냈지. 내가 팀장 입장이라면 때려치웠을 거야. 이렇게 잘 모르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혼이 날 수 있다니 말이야.


근데 말이야, 팀장에게 욕을 하는 걸 폭군은 4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이어졌지. 토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하는 거야, 나는 6시에 나왔지만 그 이후로 더 욕을 듣지 않았을까. 천장에서 새는 물을 사다리를 타고 올라서 막으면서 욕을 들었던 거지. 우리도 귀가 아픈데 바로 앞에서 듣는 당사자는 오죽할까 싶어. 폭군에게 너그러움 같은 감정은 없는 거 같아. 하대 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적극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같은 말을 반복해서 주입시키는 거야. 폭군은 정말 밑의 사람을 미치게 하는 거 같아. 폭군은 천장에서 새는 물이 천장을 축축하게 했다며 상가에서 드라이기를 빌리려고 했지만 누구도 폭군에게 빌려주지 않았지.


가만 두면 마를 천장의 물을 드라이기로 꼭 말려야 했던 폭군은 그것 때문인지 더 열이 올랐는지 웃통을 벗었어. 하얀 러닝셔츠를 입었는데 살갗이 뽀얀 어린이 같았지. 근육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렇게 입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오더니 옷을 다시 주섬주섬 입고 밖으로 나가서 드라이기를 하나 사 오더라고. 그리고 드라이기로 천장을 말리는 몇 시간을 그렇게 팀장을 사다리 밑에 서 있게 하더니 욕을 하는 거였지. 우리는 그 모습을 다 보았어.


폭군은 주말에 자신의 시간을 빼앗긴 것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화가 난 폭군은 있는 그대로 성질을 드러냈지. 이제 남은 일은 이 모든 비용에 대해서 폭군은 물이 새어 나오게 한 3층의 301호에게 받아낼 모양이었어. 그렇게 말을 하는 것도 큰소리로 우리에게 들으라는 식이었지. 세입자들에 의해 건물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묻겠다 이거야.


우리는 다 알고 있었지. 이제 폭군은 자신의 장점을 살려 301호의 주인과 싸울 모양이었지. 그 싸움이 앞으로 펼쳐질 것이었지. 폭군이 누구야. 전선 같은 구멍 하나 뚫어도 법적 내용증명을 들고 와서 입점한 사람을 벌벌 떨게 한 사람이거든. 이제 폭군의 큰 소리는 점점 더 커질 거야.



폭군은 항상 바빠 보여. 걸음걸이가 빠르며 늘 어딘가에 전화를 하거나 폰을 들여다보며 걸어. 참 신기한 거 같아. 그러지 않을 때에는 옆에 누군가와 함께 비즈니스에 관한 부분을 이야기할 때야. 폭군은 그 모양새가 늘 갖추어져 있어서 멀리서 봐도 표가 대번에 나지. 웅성웅성하는 인파 속에서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지녔어. 목소리는 캔 속에서 겨우 빠져나오는 바람 같은 소리야.


폭군 밑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러더라고. 폭군이 말을 하면, 들은 이야기는 그대로 한 귀로 흘리면 된다고 말이야. 만약 폭군이 말을 하는데 그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지적을 하면 그 시점에서 다시 처음부터 소리를 높여 언질을 준데. 폭군은 자신의 이야기가 잘못되었다는 것,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자신은 모르는 것 같아.


폭군이 한 번은 건물에 입점해 있던 농협 직원들과도 붙은 적이 있었지. 너무나 재미있는 광경이었어. 농협 직원은 폭군에게 열받아서 엘리베이터를 발로 찼거든. 그 계기로 폭군은 그 직원을 경찰에 신고를 해버림으로 로비에 경찰 두 명이 왔어. 경찰은 사수와 부사수로 한 명은 나이가 좀 있고, 한 명은 이제 신참이었어. 그런데 무슨 이야기가 어떻게 오고 갔는지 모르겠지만 폭군과 경찰들이 싸우는 거야.


폭군은 경찰들에게도 지지 않고 소리를 질렀어. 그러더니 다시 또 다른 경찰을 부르는 거야. 그리하여 같은 서에서 나온 경찰 총 네 명이 로비에 있었어. 애초 무엇 때문에 농협 직원과 싸우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경찰들은 부른 것은 엘리베이터를 발로 차 버린 것 때문이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경찰들과도 싸웠던 거야.


기계실의 그 직원 말이야, 팀장은, 며 칠 있다가 일을 관뒀어. 폭군 때문이었지. 직원들이 대체로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있어.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만 2년인가, 그 정도가 되었고 상가 번영회 사무실 직원들과 기계실 직원들은 대체로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계속 바뀌고 있어.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누가 더 나쁜 사람일까.

사람들은 나쁜 사람과 좀 더 나쁜 사람으로 나뉘는 것 같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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