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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20. 2024

나쁜 사람 1

소설


1.


인간은 전부 나쁘게 태어났다고 생각해. 아이 때 전부 드러나는 거 같아. 하지만 자라면서 교육이라든가 훈련으로 나쁜 면이 숨어 버리기도 하지. 어른이 되면 다시 자기 위주, 자신의 가족이나 자신의 아이 위주가 되어 기분이 태도가 되는 경우는 많이 보잖아. 대체로 나쁘잖아. 세상의 70억 인구 중에 실은 착한 사람은 없을지도 몰라. 세상은 말이야 나쁜 사람과 좀 더 나쁜 사람들로 가득하지. 자신보다 더 나쁜 사람 앞에서는 그저 자신을 숨길 뿐이야.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또는 자신의 아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특별하지 않아, 나의 자식도 특별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을 거야. 대부분 나는 특별하고 나의 아이 또한 태어나는 순간 특별하다고 믿지. 이 특별함은 타인에 비해 더 잘났으니 나에게 또는 나의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기분 나쁘게 했다면 그에 응당한 복수를 해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내가 그렇게 믿고 있다면 그건 사실이 되는 거야. 사실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에게는 서슴없이 욕설을 내뱉고 그렇게 한 자신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지.


어떻게 생각해? 내가 지금까지 하는 말?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한 귀로 듣고 흘리려면 그래도 되고, 그렇지 않아도 되고 그래. 내가 일하는 건물에는 경비 아저씨가 두 명이야. 한 명은 주중에 일을 하고 한 명은 주말에만 일을 하고 나이가 좀 더 많지. 주말 토, 일요일에만 일을 하는 경비 아저씨는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을 하기도 하고 거침없어, 나쁜 사람에 속한다고 생각이 들지. 한 번도 웃는 얼굴을 한 적이 없어. 항상 화가 난 표정이지. 험상궂은 얼굴로 느릿느릿 걸어 다니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소리를 질러.


주말에는 건물이 전부 쉬거든. 대부분 컴퓨터 학원이나 미용, 제빵  학원이 있어서 그래. 10층의 닭갈비 장사는 나와서 일을 해. 그래서 사람들이 주말에 일을 하는 경비 아저씨와 마주칠 일은 거의 없지. 주말에만 일하는 경비 아저씨는 5일 동안 일하는, 주중근무를 하는 경비 아저씨에 비해서 하는 일은 거의 없어. 다행인지 모르지만 그래서 사람들과 마찰은 잘 없지만 그의 성격이 별로라는 걸 대부분 알고 있어. 그러니까 주말에 건물에 나오는 사람들은 주말 경비 아저씨와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좋다는 거야. 나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주중에 열심히 일을 하는 경비 아저씨는 60대 중반 정도야. 정확한 나이는 몰라. 이 아저씨는 착한 사람의 얼굴이라면 이런 얼굴을 하고 있을 정도로 서글서글한 표정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 주중 경비 아저씨는 순둥순둥한 모습으로 건물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 충청도 사람인지 그쪽 사투리가 섞인 말투야. 말도 빠르지 않아. 경비 아저씨는 상가 번영회 소속으로 회장이 시키는 일은 애처롭게 보일 정도로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해. 퇴직 직전에는 건설 회사에서 중역까지 지냈다고 해. 그래서 그런지 경비 아저씨 출퇴근 할 때 모는 자동차가 신형 제네시스야.


주중에 일을 하는 경비 아저씨는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고 시키는 일에 대해서도 투덜거리는 일도 없었어. 경비 아저씨는 만나는 사람마다 시골스럽지만 허허하며 인사를 건넸고 아이들이 지나가면 한없는 미소를 지었지. 상가 번영화 사무실 회장이 나이가 한참 어리지만 회장이 일을 시키면 옙 하며 실수 없이 해냈고, 일을 시작하는 시간과 마치는 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사람이었지. 주중에 일하는 경비 아저씨가 말이야. 상가 번영회에서 지정해 준 시간과 일의 양과 행동반경은 철저하게 시키는 스타일이었지.


경비 아저씨가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 하면 지하 주차장에 만차가 되면 한 차가 나올 때까지 주차장 입구에서 대기를 하는데 만차인 경우는 거의 없고 만차라고 해도 건물에서 일을 하며 정기 주차권을 가진 차는 그냥 들어가면 되거든. 그런 시스템이야. 그러니까 만차일 때에는 일반차량만 통제를 하면 되는데 경비 아저씨는 정기주차권을 가진 차도 전부 통제를 했지.


그것 때문에 어느 날 건물에서 상주하는 한 차주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어. 차주는 빨리 사무실에 올라가서 일을 해야 한다고 했지. 만차라고 해도 자신은 정기주차권이라 괜찮다고 말이야. 그러나 경비 아저씨는 칼같이 통제를 했어. 그러다가 말이 통하지 차주와 말이 통하지 않으면 얼굴을 돌려 주차장의 천장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지. 차주는 막 답답해했어. 차주는 애가 타 들어가는 거야. 경비 아저씨는 에프엠이었지. 그 후로도 건물 사람들과 그런 일로 종종 마찰이 있었어. 경비 아저씨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뿐인데 사람들과 부딪혔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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