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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05. 2024

회색도시 6

소설


6.


“나타샤? 여기서 아웃랜드에 연락할 방법이 없나?”


“이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43층에 도달하면 저의 목 언저리 부분의 번호를 통해서 아웃랜드에 연락을 할 수 있어요. 무엇 때문에 그래요?”


“아웃랜드에 연락해서 회색도시에 전술 핵을 터트리라고 해야겠어. 회색도시를 없애고 당신을 데리고 나가야겠어.”


나타샤 폰브라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회색도시가 나타샤 폰브라운의 눈을 통해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 회색도시는 내가 회색도시를 위협하는 인간이라는 걸 감지하고 있었다. 회색도시가 나를 살려두는 건 나를 통해서 아웃랜드까지 회색도시화 시키려고 한다. 나는 그 녀석을 척살하고 나도 같이 사라짐으로 회색도시의 계획을 무력화하려고 했지만 회색도시가 나의 계략을 알아차리도록 나는 생각을 말했다. 회색인간들이 알파빌 출구를 봉쇄하고 수십 명이 몰려들었다.


엘리베이터는 소리소문 없이 43층에 도달했다. 문이 열리자 회색인간들이 나와 나타샤 폰브라운을 분리시켰다. 수십 명의 팔다리가 가늘고 긴 회색인간들 중에 그 녀석도 껴 있었다. 아주 기괴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 녀석은 회색도시화가 되어서 당에서 명령하는 대로 움직이는 생각이 빠져버린 모듈화가 된 회색인간이었다. 계급 중에서 가장 하급이다. 알파빌 43층에는 알파 60호 방이 있고 나는 회색인간들에 의해 그 방으로 끌려갔다. 사실 나는 그들에게 일부러 잡혔다. 알파 60호 방은 핵심적인 곳이다. 그 안에는 회색도시를 움직이는 빅브라더와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는 회색도시에서 거짓말을 했다. 너의 계획은 이미 물거품이 되었다. 회색도시에서는 미국의 핵도, 러시아의 핵도 다 소용이 없다.”


빅브라더가 계속 지껄이기에 나는 코스모드래건을 꺼내서 그를 쐈다. 그리고 회색인간들에게도 총을 쐈다. 특히 그 녀석, 그 녀석을 찾았다. 이곳의 사람들은 돌연변이의 산물이다. 감정을 소거하는 대신 강요를 부여받는다. 사람들은 그것이 강요인지 모르고 지낸다. 오로지 섹스만 가능하고 사랑이 없는 회색도시가 살기 좋은 세계라고 믿는다. 당은 서로 감시하도록 강요한다. 그래서 회색도시의 사람들은 통제번호를 부여받고 서로를 감시하면서 지낸다.


그 녀석은 이미 회색인간이 되어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넌 여기서 죽는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 녀석이 나의 동생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천천히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빨리 해치우고 나타샤 폰브라운을 데리고 아웃랜드로 가야 한다. 그 녀석의 머리를 향해 코스모드래건을 발사했다. 머리를 그대로 관통한 총알은 다시 돌아와서 그 녀석의 뒷 통수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그 녀석은 빛을 뿜으며 픽셀처럼 몸이 전부 분해되어 흩어지고 말았다. 회색도시의 빅브라더가 죽고 나자 회색인간들이 거미처럼 움직였다. 모두가 인간이기보다 돌연변이처럼 어기적 거렸다.


나는 나타샤 폰브라운 박사를 찾았다. 어떤 사람은 벽을 타고 막 기어오르려 했다. 어떤 인간은 허리를 펴지 못하고 접힌 채 걸어 다녔다. 나타샤 폰브라운도 빅브라더의 죽음 이후 몸에 과부하가 일어났다.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몸이 움직였다. 나는 그녀에게 사랑에 대해서 기억을 하라고 했다. 그러자 그녀의 고장 난 몸이 조금 줄어들었다. 그녀는 지금 고통스러운 것이다.


이 고통이 빛처럼 지나가면 괜찮으리라.


지금 시간 23시 15분.

나는 나타샤 폰브라운을 옆에 태우고 아웃랜드로 향했다.

회색도시의 문이 닫히기 전에 빠져나가야 한다.

나는 액셀러레이터를 힘 있게 밟았다.


“나타샤, 우리는 바다로 가고 있어. 바다가 나올 때까지 계속 갈 테니 잠이 오면 좀 자둬.”


그녀는 옆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마음껏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나는 가만히 운전대를 잡았다. 나타샤 폰브라운은 말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백미러로 회색도시가 무너지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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