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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27. 2024

55. 시대유감

소설


 “어떤 책에 따르면, 스파이더맨, 에릭 사티, 하루키, 존 레넌, 커트 코베인, 에밀리 디킨슨, 라이너 마이너 릴케, 헤르만 헤세, 카프카, 서태지의 공통점은 다 외톨이래.” 종규가 우리를 보며 미묘하게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서로 쳐다보았다.         

 

 “에? 우리? 우리는 외톨이가 아니야”라고 득재가 가당치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맞아, 맞아 우리는 창조적인 외톨이는 될 수 없지, 라며 서로에게 그런 예술가적 기질 따위는 없는 인간이라고 했다. 그리고 외톨이라고 불리기에 우리는 너무 자주 몰려다니며 같이 먹고 마시고 자고 이야기를 했다. 그럼에도 종규는 뭔가를 다 안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고 개구리 역시 종규의 미묘함에 맞장구를 치는 표정을 지었다.   


 “시대유감 들어볼래?”     


 “서태지와 아이들?”     


 “그거 가사가 없잖아. 그저 음만 나오잖아.”     


 “시대유감에 원래 가사가 있었어. 하지만 서태지가 가사를 빼버리고 그냥 음만 음반에 실었지.”   

  

 “어째서?” 우리는 궁금해서 종규에게 물었고 종규는 시대유감을 들고 있는 작은 카세트 플레이어의 스피커를 통해 틀었다.     


 “효상이가 있다면 좋아했을 걸.”     


 “가사 속에는 두 개의 달을 띄워 올리지. 그날이 바로 우리의 축제가 열리는 날이며 가슴에 맺힌 한을 풀 수 있기를 바라는 날이기도 해. 하늘에 달 두 개를 띄워 올리는 가사를 만들려면 외롭게 노래를 만들어야 해. 그렇게 생각을 해. 언젠가 가사가 온 한국 땅에 울려 퍼질걸. 그땐 아마도 노래를 부르는 서태지나 노래를 듣던 사람들 모두 가슴이 벅찰 거야"라고 말하는 종규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슈바빙으로 몰려갔다. 효상은 집에 일이 있다며 일찍 들어갔다. 근래에 들어서 효상은 집에 일찍 들어갔다. 고물상에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아들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 좋자고 붙잡아 둘 수만은 없었다.     

 슈바빙에 들어가면 밖의 분위기와는 달라진다. 우리는 그런 경계를 지나는 것을 미묘하지만 좋아했다. 우리가 몰려가면 주인 누나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우리는 참새처럼 조잘조잘 잘 도 떠들어댔다.  

         

 “헤세는 고독한 사람에게서 문화가 탄생한다는 취지에서 이런 말을 했어”라고 주인 누나가 말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예 독자적인 삶이나 독자적인 사고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일생 동안 군중의 일원으로 살고 행동한다는 것, 이런 사실을 그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중략] 우리와 같은 사람들은 다릅니다. 개별자로서의 개성과 삶을 소명으로 여기고 감당할 능력이 있는 소수에 속하며, 군중과 달리 섬세한 감각과 뛰어난 사고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는 더 자세하게, 더 예민하게, 더 풍부하게 뉘앙스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홀로 외롭게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무형의 어떤 창조물을 창작하는 사람들을 무려 헤세가 응원을 하고 있잖아. 그러니 군중과는 다른 독특한 개성과 뛰어난 사고력을 지니고 있는 너희들 역시 풍부하게 많은 것을 느껴 보도록 해.”        

  

 주인 누나는 소수의 외톨이들에게서 문화는 탄생한다고 했다. 그들이 바로 대중문화이기 때문에. 기철이와 나 상후와 득재 그리고 개구리는 누나의 말을 들으며 아마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 우리도 두 개의 달을 띄울 그날이 오늘이 되기를 바라며.




시대유감 리마스터 https://youtu.be/hxENwcFvL3w?si=HLyE_sbWha5q3eBe

seotai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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