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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28. 2024

56. 전투태세 -3

소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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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와 영심이, 그녀들은 제비호를 타고 태권브이의 머리에 안착 한 다음 태권브이의 배꼽 부분으로 진공관을 타고 내려간다. 몸체가 줄어들었기에 예전만큼 오래 걸리지 않았다. 태권브이 중심부로 내려간 그녀들은 조종하는 법을 그동안 익혔다. 조종석이 노출된 마징가제트에 비해서 안전한 점은 있지만 육안으로 시야확보가 되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180도로 둥글게 꺾이는 모니터를 통해서 조종석에서 야외의 시야를 확보하는 방식이 태권브이의 방식이었다. 불편했고 눈으로 보는 시야각과 달라서 정확한 타격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 부분도 홀로그램으로 그대로 밖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환경이 바뀌었다. 조종방식은 오직 훈련과 노력만으로 가능했다. 그녀들은 안전하고 단단한 건축물을 올리는 건축가처럼 시간을 들여 차곡차곡 조종법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태권브이와 혼연일체가 되었던 훈이는 심장에 질환이 찾아와 몇 해 전에 죽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고 장례식장을 찾았다.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참여했던 세계 각지의 선수들이 중년이 되어서 훈이의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전자인간 337 역시 참석했지만 장례식장에서 마지막으로 그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이 나라가 겪고 있는 큰 문제 중 하나는 중년남성의 질환이었다. 영희는 태권브이를 조종하던 현역시절에 페달을 너무 밟아서 오른 다리의 인대가 상당히 늘어나 있었다. 영희는 더 이상 태권브이의 조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영희는 카프박사와 메리의 사건 이후, 작전명 ‘수중특공대’ 작전을 수행할 때 심하게 무리가 찾아왔다. 그때는 바닷속을 누비고 다녀야 했다. 게다가 수중특공작전을 펼친 후 태권브이의 상태는 고물에 가까워졌다. 바닷물이 태권브이의 합금을 여기저기 부식시켜 놓고 말았다.


발판의 제트 추진력으로 하늘을 날아다녔던 태권브이가 어째서 바다 속이라고 해서 수중모션을 착용하고 유영을 해야 하는 것일까. 하며 영희는 당시에 조금은 의아해하고 있었다. 수중모션을 등에 부착을 하면 발판과 수중모션의 두 개의 추진력을 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다. 수중특공작전을 펼칠 때 다른 전부보다 두 배의 힘으로 페달을 밟아야 해서 영희는 다리에 심각하게 무리가 왔다.


메커니즘이 지금처럼 발달되지 못했던 시기였다. 이제 겨우 걸음마단계에 개발된 태권브이의 조종은 영희에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부담이었고 충격이었다. 그러던 중 훈이의 장례식날 밤, 슬픔에 겨워 집으로 오다가 졸음운전을 하던 어른 자동차가 된 붕붕에게 치여 다리에 마비증상까지 오고 말았다. 태권브이의 조종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영희는 자신의 조종방식의 노하우를 영심이에게 알려주었다. 하니는 오래전 달리기를 하면서 홍두깨선생님에게 태권도까지 배웠다. 꾸준히 마루치 아라치의 태권도장에 다니면서 태권도를 지금까지 수련했다. 하니는 지금 그 나이의 여자들에 비해 몸이 아주 재빠르고 날렵했다. 3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여자들은 엉덩이가 쳐진다. 하니의 엉덩이는 아직 위로 솟아 있었고 등에 살이 붙지 않았다.


늘 달리는 것이 전공이었던 하니의 하체근육은 골고루 발달되어 있었고 배에도 살이 접히지 않고 있었다. 채식과 굴을 챙겨 먹었고 두부와 콩 위주의 단백질을 섭취했고 매일 윗몸일으키기를 제대로 했다.


그런 하니에게 영희는 훈이가 태권브이와 혼연일체가 되어서 근거리전투를 했던 방법을 훈련시켰다. 태권브이 메커니즘과 인간과 정신이 하나로 모아져 하니가 하는 태권도의 움직임에 똑같이 태권브이가 모션캡처 형식으로 태권도를 구사해 전투를 하는 것이다. 단, 이 전투방식은 근거리전투에서 뿐이다. 장거리와 정기전에서는 태권브이와 하니 모두에게 무리가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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