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에세이
꼬막은 밥보다 맥주에 더 어울린다. 밥에 올려 금방 먹어 없애기보다 맥주와 함께 천천히 맛을 느끼며 먹는 게 개인적으로 더 좋다. 꼬막은 푹 삶아서 먹는 것보다 살짝 데쳐서 먹으면 훨씬 맛이 난다. 홍합, 문어 역시 살짝 데쳐서 먹어야 맛의 풍미가 올라온다. 꼬막은 굳이 양념장을 바르거나 찍어 먹지 않아도 된다.
꼬막은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그래서 익숙한 맛이 아니다. 가끔 만나야 하는 애인처럼 꼬막은 겨우내 제맛을 들고 이맘때(5월) 바다로 찾아온다. 꼬막의 매력은 바다의 맛보다 개펄의 맛에 있다. 꼬막을 좋아하는 이들은 악착같이 꼬막 철에 꼬막을 찾아서 먹는다.
꼬막의 맛이 여러 갯것과 다른 건 꼬막을 캐는 일이 옛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일을 여자들이 한다. 꼬막은 저 너른 뻘에 여자들이 널빤지를 타고 진정 온몸으로 밀면서 캐낸다. 벌교 여자들의 수고와 노동으로 밥상 위에 오른 꼬막은 슬픈 음식일지도 모른다고 박찬일 요리사는 소개한다.
꼬막을 캐는 날이면 여인네들은 몸이 성하지 않는다. 여인들의 손톱 밑에는 뻘이 박혀 깨끗이 씻어내도 다음 날이면 또 새까맣게 된다. 다리는 매일 밤 끊어질 듯 고통을 호소한다. 그래서 갯벌에서 나는 갯것들은 위로의 맛이기도 하다. 우리는 위로받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드러운 속살을 감싸고 있는 딱딱한 껍질을 한 모양새는 인간과는 정 반대다. 인간은 늘 상처 나기 쉬운 피부가 딱딱한 뼈를 감싸고 있는 것에 불만을 가지지만, 딱딱하고 견고하기만 한 껍질은 한 번 망가지면 재생이 불가능하다. 우주의 진리와 만물의 이치마저 느끼게 해주는 꼬막은 입안에서 바다와 같은 위안을 안겨준다.
꼬막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면 일상에서 또 하나의 행복을 추가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