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힘 좋은 그것은 체강이 강하고 하얀, 튼튼한 뱀이 되어 좁은 마음속의 어딘가에 똬리를 틀었다. 그리고 설원처럼 순수하고 사랑의 맛을 알아버린 청춘처럼 노골적으로 속도를 유지하며 영역을 넓혀갔다.
영화 ‘렛 미 인’의 원작 소설인 ‘렛 더 롸잇 원 인’의 한 대목이다. 이 대목을 베스에 인용해도 된다. 베스는 외래어종 베스를 말한다. 베스는 잡아 없애야 하는 물고기다. 적어도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인식되어 있다.
베스는 (정말) 나쁜 어종일까?
오른손으로 들어와 버린 기생수 ‘오른쪽이’는 말한다. 기생 생물이 사람을 잡아먹는 것은 단순히 그것이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기생 생물 입장에서는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사람일 뿐이라 먹는 것이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기겁할 일일지 몰라도 기생 생물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생태인 샘이다.
그런데 생각을 할 수 있는 기생 생물 입장에서 보는 인간은 어떤까. 인간은 단지 생존을 위해서 인간을 죽이지도 않는다. 기분 나쁘다고 괴롭히고 죽인다. 인간은 어찌 된 일인지 호기심으로 고양이를 죽인다. 살기 위해서 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아서 죽인다.
가장 비도덕적이고 생존과는 무관하게 인간이 인간을 포식한다. 기생 생물의 입장에서 보는 인간은 지구 상에서 가잘 포악하고 흉측하며 잘못된 생활방식을 지니고 있다. 이런 인간의 이기심과 끝없는 욕심이 기생 생물을 어느 날 지구에 태어나게 만들었다. 기생생물을 바이러스라고 한다면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인간의 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
차인표가 쓴 소설 ‘오늘 예보’를 읽어보면, 우리들 인간은 살아가면서 뱀에게 물려 본 적이 없음에도 그저 뱀이니까. 뱀의 모습이니까. 뱀을 보면 죽이려 든다. 렛 미 인에서 엘리는 오스카에게 내가 왜 인간의 피를 마셔야 하는지, 나의 모습이 잠시 동안만 되어 보라고 말한다.
2000년도 중반에 미국의 강으로 흘러들어 간 가물치는 미국에서 아직도 괴물 어종이라고 법으로 정해놓아 살아있는 가물치는 거래가 불가능하며 적발되면 법적 조치도 심하게 받는다. 가물치는 미국의 토종 어종에게 피해를 주며 심지어 육지까지 기어 올라와 아이들도 물어 버리는 괴물로 미국인들에게는 공포로 낙인찍혔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가물치가 미국과 함께 영원히 살아갈 생물이라 여기고 그것을 인정했다. 베스가 토종어종을 먹는 것은 베스 입장에서는 생존의 방식일 뿐이다. 그 베스를 결국 우리가 우리의 가슴으로 끌고 온 것일 뿐이다.
이미 베스를 낚는 낚시꾼들은 베스가 퇴치되어야 할 어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줄여야 하겠지만 인식의 문제다.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서 나오코가 들어가 있는 요양원에 있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나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문제를 받아들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