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에세이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에 ‘사랑은 가도 친절은 남는다’라는 말이 있다. 바다에서 나는 갯것들은 대부분, 인간의 입에 친절한 맛을 남기고 사라진다.
젓가락으로 적당히(양껏 집으면 바다에서 왔기에 짠맛이 강할 수 있다) 집어서 입 안에 넣어서 우물거리면 그 속에서 느껴지는 바다의 맛은 친절하다.
정현종 시인의 시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에도 나오지만, 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에서처럼 갯것들은 인간에게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다.
더럽히지만 않으면 바다는 인간에게 신선하고 맛있는 갯것들을 아낌없이 내준다.
갯것들은 위로하는 맛이다. 우리 인간은 어쩌면 위로받기 위해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여 힘들어할 때 누군가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하며 기운 내라고 하면 그 위로에 그만 눈물이 흐를지도 모른다.
갯것들은 평소에 먹던 음식에서 못 받던 위로를 해준다. 게다가 갯것들은 처음 보기에는 미셸 공드리의 작품처럼, 상상력의 산물처럼 보인다. 대체 뭐지? 이 모양은? 하는 갯것들이 많다.
하지만 밥상에 오르면 입가가 쓱 올라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언젠가 멋 훗날에 바다가 심통이 나서 갯것들을 내주지 않아서 우리는 전부 공장에서 찍어내는 인스턴트 음식물을 먹어야 한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오래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바다에서 나는 것들은 밥상을 풍요롭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