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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21. 2020

곳곳에 박혀 있는 클래식

일상 에세이

클래식하면 대놓고 흥,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새 어어? 하며 클래식을 듣고 있다. 우리 주위에는 그 어떤 음악보다 클래식이 가까이 와 있다. 2007도 이전의 탈수기를 돌리면 슈베르트의 숭어가 흘러나왔다. 그러니까 곳곳의 가정집에서 빨래를 탈수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슈베르트의 숭어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슈베르트는 천재적인 작곡가였다. 숭어처럼 말랑한 곡만 작곡한 것이 아니었다. 괴테의 시에 곡을 붙인 ‘마왕’을 들어보면 그 사이에 피아노곡이 있는데 말이 흙을 파헤치며 달리는 거친 음이 나온다. https://youtu.be/fmNwY2UQAZE 그 곡을 연주하는 후세의 피아니스트들은 손가락이 대부분 찢어졌다. 그 피아노 연주 부분만 유튜브에 많이 있으니 한 번 보는 것도 좋다. 보는 사람도 연주자들도 거의 미친다.


하지만 슈베르트는 그런 천재적인 작곡 능력에도 작은 키와 큰 머리통과 많이 나온 배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의 사랑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사창가에서 사랑을 구걸하다 결국 34살인가 어린 나이에 성병으로 죽었다. 살아생전 그렇게 만나보고 싶었던 베토벤도 만나보지 못한 채. 베토벤은 상종도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슈베르트가 죽고 나서 그의 작곡을 보고 많이 후회를 했다. 베토벤이 죽고 나서 사람들은 슈베르트와 베토벤의 무덤을 나란히 놔주었다.


어떤 시사프로그램을 알리는 시그널에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이 나왔었다. https://youtu.be/vFlTdfO_Hxw 베토벤은 정말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재능에 절대적인 자부심도 엄청났다. 귀족들과 대등하게 식사하기를 주장했고 물건을 벽에다 집어던지기도 했다. 이후 베를리오즈 등 많은 후배 음악가들도 베토벤을 따라 귀족에게 할 소리를 했다. 베토벤은 성미가 개똥 같아서 일단 화가 나면 손을 쓸 수 없었다. 정치적으로 급진적인 생각이 있었고 그걸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귀가 들리지 않게 되자 그러한 기질은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귀족에게 음악을 팔아먹기도 했으니 적당히 인간적인 사람이기도 했다.


모차르트의 곡에는 가사를 붙여도 된다고 하지만 베토벤의 곡에는 그것이 불가능해서 후세에 베토벤을 연주하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해석이 필요하다. 그래서 피아니스트들의 베토벤 연주를 골고루 듣는 것도 재미가 있다. 모차르트 얘기가 나오니, 여성 속옷 전문회사의 상담원과 통화를 하기 위해 대기할 때 대기음으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이 흘러나왔다. 속옷 상담을 하기 전에 우리는 이미 모차르트를 우아하게 듣고 있던 것이다. 마치 일어나서 고개를 까닥하며 왈츠를 춰야 할 것만 같다. 조성진이 친절하게 악단과 함께 21번을 연주했으니 한 번 들어보는 것도 좋다. https://youtu.be/a3RAnQziYDA


서울에 갔을 때 지하철 환승역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이 나왔다. https://youtu.be/OkJe6T9kMgA 서울 사람들은 이렇게 클래식을 마음껏 몸으로 흡수하며 길거리를 다니고 있었다. 우리 동네 바닷가의 한 카페는 비가 오는 날이면 드뷔시의 아라베스크를 틀어 놓는다. https://youtu.be/XtKwzLU33kU 우물의 저 깊은 바닥에 닿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며 빗방울이 바다에 떨어져 만들어내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몸이 부서져버릴 것 같다.


길거리에서 1톤 트럭이 후진만 하면 엘리제를 위하여, 가 비록 단음이지만 늘 나온다. 바가텔 25번인 엘리제를 위하여를 끝까지 들어보면 참 좋은 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https://youtu.be/AM4FoFRTDkM 중반부를 넘어서면 마치 나비가 건반에 내려앉아서 잠깐 사이에 요정처럼 다리가 뻗어 나와서 건반을 막 뛰어다니는 모습이 상상될 만큼 피아노의 연주가 이어진다.


음악이라는 것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알 수 없는 종류의 기운을 준다. 트럭이 후진할 때 엘리제를 위하여가 아니라 메탈리카의 노래가 나온다면 어쩐지 이상할 것만 같다. 이렇게나 주위 곳곳에 클래식이 있는데 클래식을 전공하는 분들은 분발해서 열심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세월에 관계없이, 연령에 관계없이 꾸준히 듣고 있는 사람들이 늘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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