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3.
나는 토사가 너무 심해 결국 기어서 인간의 약을 약국에서 사 먹고는 배가 더욱 아파서 정말 이러다가 죽을 것 같아서 눈물이 핑 돌았다. 5일째 되던 날 빨아 마셨던 피를 다 토해내고서야 진정이 되었다. 그 뒤로는 피를 빨아도 골라가면서 빨아야만 했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내가 사냥을 하는 장면을 목격당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 내 종족들에게 끊임없이 질책과 욕을 들어먹고 있다.
오래전처럼 해가 떨어지면 집으로 들어가서 전부 잠을 청한다든가 방 안에서 케이크 같은 걸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요즘은 없다. 어쩐지 인간들이 밤새도록 눈을 뜨고 지새우고 나와 마찬가지로 아침이 되면 잠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 나라를 벗어나서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며 살 수는 없다.
그건 우리들 종족 간의 약정 같은 것에 묶여 있는 것도 있지만 이미 각 나라, 도시별로 전부 뱀파이어들이 포화상태에 있었다. 해서 이 나라를 등지고 떠나려 해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될 뿐이다.
조심한다고 하는데 어느 날 내가 사냥을 하는 장면을 목격당했을 때를 나는 확실하게 기억을 하고 있다. 내가 사냥을 하는 장면을 목격한 그들은 남녀의 무리로, 네 명이었다. 그들은 만취되어 비틀거리면서도 나를 발견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어머, 저기 봐, 저 사람 뭐 하는 거지? 피를 빨고 있나 봐. 피가 모자라면 병원에 가야지 저 누워있는 사람의 목을 물어뜯고 지랄이네,라고 한 여자가 말했다. 나도 가서 목을 뜯어 달라고 해야지, 라며 그들은 까르르 거리며 나에게 왔다.
나의 모습은 이미 인간의 모습에서 벗어나 있었다. 입가에 한가득 덩어리 채 피가 묻어 있었고 눈의 검은 동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이 무시무시한 모습도 만취한 그들에게는 나이트 삐끼처럼 보였을 모양이었다.
나에게 이름표는 어디 있냐고 물었다. 그들은 나에게 와서 깔깔거리며 자신들의 목덜미를 내 보이며 자신들도 한 번 물어뜯어 달라고 했다. 나의 사냥 철칙 중 두 번째는 한 번에 한 명만 사냥을 한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사냥은 나의 존재를 쉬이 알리는 계기가 될뿐더러 요즘 동맥경화의 피가 너무 많아서 자칫 배가 부른데도 피를 빨아 마시는 것에 습관이 들어버리면 살이 너무 쪄 박쥐로 변하는데 이만저만 애를 먹는 것이 아니다.
뚱뚱한 박쥐는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그래서 일주일에 딱 한 명만 타깃으로 삼고 하나만을 고집하여 피를 빨아 마시는 것이 나의 사냥 방식이다. 그 사냥방식에 찬물을 끼얹는 우리가 나에게 온 것이다.
인간들은 뱀파이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데 정말 모멸감을 느낀다. 나의 존재는 불사이며, 나는 어둠을 지배하며 달의 아름다운 음영의 기운을 받고 여자들의 차가운 냉소를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오래전의 이야기가 되었다.
요즘은 밤에 날아다니기도 힘이 들었다. 엘이디 불빛이라고 해서 대낮보다 더 환하고 여름이면 모기를 잡는 거대 전지판 같은 것이 곳곳에 있어서 박쥐로 형성변이를 하여 날아다니다가 걸려서 날개가 타서 찢어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