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2.
나는 이 사람의 고통을 줄여 주기 위해, 수고스러움을 좀 덜어줄까 싶어서 그에게 나의 존재를 말해주고 고통 없이 죽는 순간 쾌락으로 넘어가며 죽을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리면 자신도 뱀파이어가 되어서 계속 떠돌아야 되지 않겠냐고 하더라. 어디서 본 것들은 많아서. 그래서 나는 할 수 없이 강변의 바닥에 그림을 그려가며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목 부분을 그려다며 목을 이어주는 동맥과 경맥 등을 설명하고 뇌로 이어지는 혈맥과 송곳니로 무는 방법에 따라서 뱀파이어가 되기도 하고 죽음으로 가기고 하고 뇌만 죽어버리게 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피를 빠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뱀파이어인 내가 친절하게 하는 설명을 굳은 결의에 찬 얼굴로 그 사람은 잘 듣고 있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이지. 하는 자각에 그만 일어나서 발바닥으로 그림을 고집스럽게 슥슥 지웠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신세한탄을 하던 그 사람이 나보다 더 우악스럽게 바닥의 그림을 지웠다. 욕을 하면서.
내가 왜 인간에게 이런 쓸데없는 말까지 자세하게 해 주며 설명을 하는지 나도 알 수는 없었다. 혹시라도 실수로 인해 뱀파이어가 되었다고 해도 괜찮지 않으냐고 내가 그에게 말했다. 그리고 뱀파이어 헌터들이 전 세계에 활동을 하고 있으니 그들이 깔끔하게 사라지게 해 줄 것이라고 했다.
자살을 하나, 뱀파이어가 된 후에 재가 되나 매 한 가지가 아니냐고 말했더니 그 사람은 한참을 생각한 끝에 목덜미를 내밀었다.
나는 일주일 만에 맛보는 피라 모처럼 아주 길게 오랫동안 많이 빨아먹었다. 그는 눈을 감는 마지막에 아주 흡족한 쾌감을 맛보고 죽어갔다. 하지만, 문제는 내 쪽에 있었다. 그 사람의 피가 알코올과 향정신성의약품에 의해서 너무 더러워져있었다. 그 인간은 현실을 망각하기 위해 각종 약물을 혈관에 붓고 알코올을 마셔 대어서 중추신경흥분이 이미 수치를 넘어섰으며 환각과 공황장애의 심각성에 시달리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혈액에는 LSD와 GHB 성분이 다량으로 들어있었다. 이런 약물은 뱀파이어에게 썩 좋지 않다. 뱀파이어의 몸은 아기처럼 이물질 하나 들어있지 않는 아주 깨끗한 몸이며 그런 몸이어야 하고 그 같은 몸을 유지해야 한다.
나는 나흘이나 드러누워서 구토와 설사를 사정없이 했다. 검은 똥이 계속 나왔다. 뱀파이어에게 약이라는 것이 없다. 이것 역시 슬프다면 슬픈 현실이다. 그저 자가 치료가 되기 때문에 기다려야 하는데 요즘 인간들의 피를 빨고 나면 이런 경우가 예전에 비해서 많아졌다. 뱀파이어 조상들은 후세의 뱀파이어들을 위해서 뱀파이어들이 아플 때 복용 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해 놓고 죽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