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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뱀파이어다 1

단편소설

by 교관


1.


나는 뱀파이어다. 뱀파이어는 생명이 길다. 불사라고도 불린다. 죽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가끔은 너무 오래 살아서 그런지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더러 있다. 그저 햇빛에 나가면 된다. 그러면 쪼그라들다가 그대로 터져 죽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무섭다. 그러나 살아가는 것 또한 무섭다. 사실은 어느 시대든 늘 무서웠다. 요즘 사람들은 예전처럼 뱀파이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이없지만 요즘의 인간들 중에 뱀파이어를 동경하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한 번은 새벽의 강변에서 자살을 하려는 이가 있어서 지켜보다가 피를 빨려고 했는데 나를 발견하고 그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자신의 신세한탄을 하였다. 더 이상 살기 싫으니 죽여 달라는 것이다. 자살을 여러 번 시도를 했는데 만만찮고 실패했다는 것이다. 한강에 뛰어들려고 했는데 여고생이 와서 자살을 못하게 했고, 연탄을 피우고 죽으려고 했는데 옆집에서 문을 부수고 들어와서 또 실패를 했다고 했다. 이제 자신에게 석가탄을 팔지도 않는다고 했다. 죽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고 쉽게 자살을 할 수 없어서 나를 택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러나 죽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전부 죽일 수는 없다. 무엇보다 그들 대부분의 피가 깨끗하지 않다.


나에게는 철칙이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오래전부터 매일매일 사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피를 체내에 넣어주면 된다. 내 몸이 격하게 피를 갈구할 때에만 헌터가 되어 피를 빨았다. 경동맥을 피해서 물어서 피를 마셔야 한다. 그래야 피를 빨린 사람은 죽는다. 그렇지 않고 경동맥을 물어 버리면 그 사람 역시 뱀파이어가 된다. 무지하게 뱀파이어가 된 인간들은 힘들다. 뱀파이어 법칙을 제대로 듣지 않고 활동을 하다 보니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뱀파이어가 많다.


나는 쓸데없이 인간을 죽이지 않는다. 내가 살기 위해서 인간의 피를 마신다. 7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래 왔었다. 죽고 싶다는 어떤 사람의 신세한탄은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되었고 초정밀 메커니즘의 역학 방정식 같은 이야기를 듣는 듯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빚더미에 술과 약을 너무 많이 해서 이제 살아갈 아무런 이유도 희망도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을 한 마디로 약한 사람이라 소개했다. 약한 사람이라는 말은 중의적인 의미로 약물에 중독되었고 마음이 약하다는 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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