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이는 목가적 1

그 장면은 목가적이었다

by 교관



1.


여름의 새벽하늘은 구름이 시야에 다 들어왔다. 여름은 하늘도, 강이나 모든 풍경을 더위로 가득 채색해 놓은 것 같았다. 새벽하늘은 마치 저녁의 노을이 다 사라지지 않고 여운을 남겨놓고 꺼지지 않아 보였다. 새벽하늘에서 해 질 녘의 노을을 느끼다니 여름은 여름이다.


여름의 새벽은 낮 동안 받은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찜통 같았다. 반팔을 입어도 꿉꿉하고 덥고 발가벗고 있어도 열대야 때문에 잠들기는 어려운 날이었다. 그날은 어쩐 일인지 밤을 꼴딱 새우고 일이 새벽에 끝나서 전통시장의 통닭집이 많은 골목을 가로질러 걷고 있었다.


통닭집들은 전부 꿰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보였다. 불은 다 꺼지고 정적만이 골목을 이루고 있었다. 전통시장의 통닭 골목은 초창기에 생긴 전통적인 방법으로 닭을 튀기고 있었고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통째로 튀긴 닭을 먹으러 시장으로 찾아오는 곳이었다. 통닭집들은 아직 건재를 알리며 100미터 안에 통닭집이 촘촘하게 붙어서 수많은 프랜차이즈 치킨 집들에 대항하며 시장에서 생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골목의 귀퉁이 부분 기둥 뒤에서 일상에서는 쉬이 들을 수 없는 신음소리를 내며 누군가 있었다. 소리는 기이했고 조금은 불안했고 어딘가 닿지 못하는 연약한 소리였다. 무엇보다 이 더운 여름의 열대야가 가득한 새벽의 시장의 구석진 곳에서 들리는 소리는 힘겹게 들렸다. 나는 조금 겁이 났지만 그 기둥 쪽으로 조용하게 다가갔다.


그 기둥 앞에는 머리가 떡 진 사내가 서서 땀을 뻘뻘 흘리며 수음을 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나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가느다라한 신음을 내며 수음에 열중이었다. 나는 그곳에 서서 그가 수음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호기심도 아니었고 그에게 난처함을 주려고 한 것도 아니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풍광이 목가적으로 느껴졌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랬다. 자연스러웠고 프로테우스적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작. 은. 골. 목. 의. 여. 인. 수고. 입. 간. 판. 이. 세. 워. 진. 건. 물. 기. 둥. 에. 머. 리. 가. 떡. 진. 사. 내. 가. 서. 서. 수. 음. 하. 는. 장. 면. 은. 목. 가. 적. 이. 었. 다.


어딘지 어울리지 않고 일그러진 것 같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수음을 하던 남자는 초등학교 나의 친구였다. 그 녀석의 이름은 제이(라고 하자)다. 제이는 어릴 적 탁구부였다. 작은 체구의 초등학생이 가슴께까지 오는 테이블 위에서 작은 세계의 탁구공을 재빠르게 받아넘기고 하는 장면은 우리들에게 부러움을 가지게 만들었다.


아직 변성기를 지나지 않는 물소리 같은 소리로 악악하며 작은 세계를 받아서 저쪽으로 넘겨냈다. 제이는 남자다웠지만 술에 늘 취해있는 아버지에게 많이 맞았다. 제이는 학교 내에서 탁구를 제일 잘해서 학교 배 대회나 도 대회까지 나가서 학교의 이름을 전국에 알리는 주역이었다. 제이는 우리 집에 종종 놀러 와서는 밥을 먹고 가기도 했다.


[계속]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뱀파이어다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