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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13. 2024

말을 했어야 했다 3

소설

3.


 “네, 의미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좀 더 복잡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돼요.”


  선글라스의 여자는 생각났다는 듯 “제가 올 때까지 반드시 기다려 주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글라스의 최흑오는 나에게 계산을 하고 일어나서 문을 열고 나갔다. 이후로 손님은 오지 않았다. 비가 더 거세게 내렸기 때문에 이 비를 뚫고 왔다가 사진을 촬영할 얼굴이 영 아니게 될 것이 분명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일까.


  그리고 내가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은 무엇일까.


  아 그때, 그녀에게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이 떠올랐다.


  그렇다, 나는 그녀에게 그 남자에 대해서, 그날 우산을 같이 쓰고 어디를 갔는지 짐작은 가지만 그것에 대해서, 더 나아가 그녀의 마음을 제대로 물어보는 것을 하지 않았다. 물어봐야 아마 대답은 뻔할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서 스스로 조금씩 물이 빠지듯 멀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꺼내지 않으면 절대로 그녀가 먼저 꺼내지 않을 말들에 대해서, 꺼내는 순간 현실이 돼버리는 말들. 그 뻔한 대답이 아마도 나를 결락으로 이끌 것이 당연했다. 한 것은 늘 뻔한 결말을 가져온다. 선글라스의 여자는 내가 그녀에게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한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최흑오라는 여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름도 이상했다.      

 

  최흑오.


  검색을 해보니 까마귀의 눈물을 뜻하는 이름의 흑오는 많이 검색이 되었지만 최흑오라는 이름으로 검색이 되는 건 없었다. 까마귀의 눈물이라. 까마귀가 눈물을 흘리면 세상이 이상하게 되는 것일까. 지금 내리는 비는 까마귀가 흘리는 눈물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녀였다. 그녀가 먼저 전화를 걸어오는 건 여기를 찾아오는 것만큼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근래에는. 나는 그녀에게 제대로 말을 해야 한다. 내가 제대로 말을 하면 그녀도 제대로 말을 해줄 것이다. 나는 한참 만에 전화를 받았다.


 “손님 있는 거야? 다시 전화할까?”


 “응? 아니, 이제 없어. 괜찮아.”


 “전화받을 수 있어?”


 “응.”


 “비가 정말 많이 오네. 비가 이렇게 오면 손님이 없다고 투덜대던 자기가 생각나.”라며 그녀는 전화기 너머로 키득키득거렸다. 처음에는 그녀가 먼저 나에게 전화를 많이 했다. 하지만 손님이 있으면 받지 못하거나 받아도 손님이 가고 나서 다시 내가 전화를 했다. 그것이 죽 길어지니 그녀는 언젠가부터 나에게 시간이 되면 전화를 해달라고 했다. 자신은 늘 받을 수 있다고. 그래서 그동안 내가 죽 전화를 했다. 그동안에는.


 “그래, 맞아.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사진을 찍는 손님들이 드물지.”


  내가 한 말을 듣고도 그녀는 수화기를 들고 한참을 아무런 말도 없이 있었다.


 “자기 화나지 않아?”


 나는 그다음 말이 빨리 떠오르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다.


 “화가 나지 않는 모양이야. 자기는.”


 “글쎄, 잘 모르겠어. 화가 난다기보다…….”


 또 조금의 틈이 있었다. 틈이라는 게 눈으로 보이는 균열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주 예리한 틈이 전화기와 전화기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좋다와 싫다 사이에는 꽤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알아. 자기가 늘 하는 말이었지. 하지만 가끔은 좋다, 싫다, 확실한 게 나을 때도 있어.”


 시간은 그 틈을 좀 더 벌리고 깊게 만들었다.


 “이렇게 된 데는 누구의 잘못이 더 크다, 더 많다,라는 건 어울리지 않아요. 이렇게 될 것은 이렇게 되고 말았다는 거예요.”


 그녀는 갑자기 말투가 높임말로 바뀌었다.


 “어째서 말투가 그렇게 바뀌었지?”


 “당신은 정작 중요한 걸 늘 비켜가고 있어요. 어떻게 하고 싶어요?”라고 그녀가 물었다.


 “어떻게든 될 거야”라는 내 말에 그녀의 웃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렸다. 그 소리는 단무지를 아주 잘게 씹어 먹는 소리처럼 여운이 길게 남았다. 그녀는 짧게 웃음을 끝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웃음은 노을의 자리처럼 내 귀에 길게 맴돌았다.


 “그래요. 어떻게든 되겠죠. 그 말은 어떻게 되든 간에 당신은 상관없다는 이야기군요.” 그리곤 어떤 인사 같은 말도 없이 전화가 끊겼다. 나는 다시 전화를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은 했지만 생각처럼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와는 그걸로 끝이라는 걸 나는 안다. 나는 그녀에게 제대로 하고 싶은 말을 끝끝내 하지 못했다. 최흑오라는 이름을 가진 선글라스의 여자가 말하는 ‘제대로 이야기하라’라는 말을 따르지 못했다.


  그녀를 만나게 된 건 일 년 하고 5개월 정도 전이었다. 후배 녀석 때문에 나가게 된 한 모임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내가 사진을 한다는 말을 듣고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면서 둘이서만 따로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친밀한 스타일로 얼굴도 작고 예쁜 눈을 가지고 있었다. 눈동자는 마치 컬러렌즈를 낀 것처럼 갈색 빛깔을 띠고 있었는데 그것이 몹시 신비스럽게 보여서 그녀의 눈동자를 많이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그 사진들을 건네주면서 맥주를 마시는 사이로 발전을 했고 같이 자는 사이가 되었다. 막상 사귀는 사이가 되고 나니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다가서려는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일까, 어떤 면에서 질투를 덜 느끼게 됐고, 데이트를 해도 그녀 위주로 하며 내가 먹고 싶은 걸 말해본 적은 없었다. 그녀가 먹고 싶은 걸 먹는 것이 나는 괜찮았다. 그녀는 요즘 여자들과 다르게 내가 몰고 다니는 오래된 수동 기어 자동차에 대해서도 크게 참견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동 기어라서 운전하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해서 빈 운동장에서 운전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그때 그녀가 운전을 서툴게 하여 차의 조수석 문에 스크래치가 갔는데 아직 그대로 있었다.


  그녀가 서서히 변해가는 동안 나는 그것을 눈치 채지도 못했고 눈치를 챘다고 해도 그에 맞는 반응을 하지 않았다. 누군가 나에 대해서 흉을 본다고 해도, 욕을 한다고 해도 내 앞에서 대놓고 하는 것을 듣기보다 내 뒤에서 내가 모르는 곳에서 친구들끼리 나를 흉보는 게 훨씬 나았다. 어차피 나의 귀에 안 들어오면 나는 모르는 것이니까 상관없었다. 만약 나에 대한 험담이나 충고 따위가 내 귀에 들어오게 되면 그 친구들을 피하면 그만이다. 그러다 보면 영영 만나지 않는 사이가 되고 그들 역시 살아가는 생활이 바쁘기에 늘 나를 흉보며 살아갈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여자, 내 편이었던 그녀가 떠났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의 공간에 검은 물이 가득 채워지는 기분으로 몹시 언짢았다. 거북하고 체한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 역기를 든 무게만큼 나를 짓눌렀다. 불쾌한 기분이 온몸을 덮었을 때 한 손님이 왔지만 손님을 받을 기분이 아니었다. 나는 비가 너무 와서 컴퓨터가 고장 났다는 말로 돌려보냈다. 손님은 비가 와서 컴퓨터가 안 된다는 말을 이상하게 들을 법도 한데 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구십 도로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늘 신나게 들었던 악틱 몽키즈의 노래가 끝났음에도 다시 노래를 틀지 않았다. 가게 안은 그야말로 고요가 모든 공간에 들어앉아 있었다. 도무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행동의 정당성도 잃은 채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비는 계속 쏟아져서 고요함을 깨웠다. 물도 한 모금 마시지 않았으며 화장실도 가지 않았다.


  어떤 일을 당했을 때 내 내부의 오토 장치는 스위치를 내려 방호벽을 만들어서 그 안쪽으로는 안전하게 만들어 버린다. 어떤 의미로 진공관의 형태로 만들어 놓는다. 방호벽의 밖에서는 불꽃놀이처럼 만개와 함께 무화되는 일들이 일어나지만 방호벽을 사이로 그 안쪽에서 나는 진공에 몸이 감싸인 채, 그 모습을 그저 일별 할 뿐이다. 그렇게 조금 지나면 불꽃놀이는 끝이 나고 평소와 똑같다. 잊고 싶은 일이 있을 때 그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간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일이라는 건 일어나고야 만다. 그 일이라는 것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것이 사실이고 진실이지만 진실을 마주한다는 건 겁이 나기 때문에 내 내부의 어떤 장치는 작동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방호벽은 더 거대해졌다. 적이라는 건 다름 아닌 내 내부의 방호벽을 만들어버린 나였다.


 “자기는 자기가 상대방에게 준 상처보다 자기가 받은 상처의 총량이 훨씬 많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는 거 같아. 그렇기에 자기 같은 사람이 이렇게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거야.” 어느 날 그녀와 술을 마시면서 그녀가 술에 취해 나에게 한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그 당시에는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어떠한 역사적인 일들도 동 시간 속에 있으면 알아채지 못한다. 어찌 되었든 나는 그녀에게 내가 제대로 해야 할 말을,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럭저럭 시간이 지나 밤 9시가 되었다. 건물의 다른 가게들이 정리를 하고 문을 닫고 인사를 하고는 빗속을 뚫고 집으로 갔다. 불이 하나씩 탁탁 꺼지기 시작하니 건물은 겨우 숨을 쉬는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밖은 이미 어둠이 모든 것을 덮쳤고 거기에 비까지 내려 건물은 마치 고립된 외딴곳 같았다. 최흑오라는 여자는 오지 않았다. 밤 9시가 넘어서는데도 나타나지 않는 것은 오지 않으려는 것일까. 그때 지하 주차장에서 들리던 그 소리가 들렸다. 쥐들의 소리였다. 일반적인 쥐들이 내는 소리라고 할 수 없는 기이한 공명의 소리가 들렸다. 영혼을 갉아먹는 어둠의 소리였다. 가게 안에 앉아 있는데도 지하 주차장의 그 소리가 자글자글 들려왔다. 2층의 모든 가게는 전부 문을 닫고 퇴근을 했고 로비의 불은 꺼져 있었다. 붉은 눈동자의 쥐들이 내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와서 나는 그만 가게 문을 닫고 나와 버렸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차를 빼는 것도 겁이 나서 건물의 입구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왔다.    


  그날 밤, 나는 몹시 이상한 꿈을 꿨다. 최흑오라는 여자와 잠을 자는 꿈이었다. 선글라스의 그 여자가 어째서 내 꿈에 나타났는지 알 수 없다. 최흑오라는 여자는 꿈속에서 계속 이건 꿈이 아니에요,라고 말을 했다. 선글라스의 여자는 옷은 다 벗었지만 선글라스는 벗지 않았다. 선글라스를 벗지 않는 여자와 섹스를 하는 건 어쩐지 이상했다. 그것이 설령 꿈이라고 해도 기이하기만 했다. 밖에는 비가 내려요,라고 최흑오는 그렇게 말을 했다. 옷을 다 벗은 최흑오는 방의 불을 끄기를 바랐다. 꿈이지만 정말 꿈이 아닌 것 같았다. 그녀의 몸 구석구석, 등이나 허벅지에 그 상처가 가득했다. 날카로운 것에 물린 상처가 몸 여러 곳에 있었다. 선글라스의 최흑오는 눕지 않았다. 나를 눕히고 여자가 내 위에 올라와서 섹스를 했다. 선글라스를 낀 얼굴 양 옆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이 늘어져 움직임을 말해주고 있었고 입술이 약간 벌어졌고 그 사이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꿈이지만 최흑오라는 여자와 섹스를 하면서 손끝으로 그녀의 가슴에 있는 상처를 느꼈다. 도돌도돌 올라온 살갗이 마치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의 살갗을 만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여자의 상처를 손끝으로 느낄수록 어쩐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내가 하려다 만 것, 내가 확실하게 해주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에 관한 것들이었다. 익숙하지만 고통이 되어 결국 그대로 아물어 상처가 된 것들이었다. 나는 최흑오와 섹스를 하면서 괜스레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거기에는 내가 제대로 어루만져줘야 할 행동이 빠져 있다는 것도 알았다. 여자의 피부는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닌, 존재로만 알고 있는 사람의 피부처럼 느껴졌다. 내가 눈물을 흘리자 여자도 눈물을 흘리는 거 같았다. 선글라스를 쓴 채 여자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순간 최흑오라는 여자의 눈이 보고 싶었다. 강렬하게 여자의 눈동자가 보고 싶었다. 모니터로 본 여자의 눈동자는 채도가 빠진 것 같은 아주 기이한 색을 지니고 있었다.


  눈에 문제가 있어서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고 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눈에 문제라는 건 빛에 관련된 것일까.


  나는 여자의 눈동자가 몹시 보고 싶었다.


  왜 이렇게 강하게 끌리는 것일까.


  지금 섹스를 하고 있지만 동통이 오는 것 이외에 섹스가 전해주는 쾌락이나 흥분은 잘 느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최흑오라는 여자의 얼굴은 몹시 비현실적이었다. 사진에 찍힌 비대칭의 비현실과는 다른 비현실이었다. 보통의 얼굴은 왼쪽, 오른쪽이 조금씩은 다르다. 완벽하게 좌우가 대칭이 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섹스를 하면서 본 선글라스의 여자, 최흑오의 얼굴은 완벽하게 좌우가 대칭이었다. 선글라스를 쓴 여자는 도톰한 입술 사이로 더 큰 신음 소리를 냈다. 섹스를 하지만 쾌락이 없는 섹스였다. 동통만 느껴지는 섹스, 아니야, 이건 꿈이야,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자 최흑오는 “이건 꿈이 아니에요, 좀 더 집중을 하세요.”라고 말했다. 최흑오는 그 말을 몇 번이나 신음 소리의 중간에 섞어서 했다. 그러자 선글라스 너머의 눈이 있는 곳에서 붉은빛이 엿보였다. 그 붉은빛은 비가 오는 날 잘린 무화과나무의 밑동에 앉아있던 쥐 세 마리의 눈빛에서 본 붉은빛이었다. 나는 최흑오의 눈동자를 보고 싶었다. 정말 보고 싶었다. 손을 뻗었다. 여자의 선글라스를 벗기려고 했다. 선글라스를 치웠을 때 그녀의 눈동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까악 까악.


  나는 숨을 헐떡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곤혹스러웠다. 어떤 꿈을 꾸다가 땀을 흘리며  침대에서 일어날 땐 잠과 잠에서 깬 그 사이의 적응이 어려워 늘 곤혹스럽다. 전화소리에 잠에서 깼다. 전화가 계속 울렸다. 휴대전화는 웅웅 진동과 함께 반짝이며 요란스럽게 울어댔다. 시간을 보니 새벽 3시가 지났다. 비가 아직 내리고 있는 모양이다. 비가 양동이 같은 곳에 떨어지는 소리가 계속 났다. 휴대전화를 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주소록에 입력되지 않은 사람이 전화를 한 것이다. 대체로 그런 번호는 손님이지만 이런 새벽에 전화를 할 리는 없다. 그녀가 다른 번호로 전화를 한 것일까. 아니다, 그녀가 그런 구차한 일을 할 리 없다. 받지 않으면 그대로 끊길 것이고 영영 울리지 않을 것이다. 모르는 번호로 새벽에 온 전화의 상대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나는 땀에 젖어 축축한 티셔츠를 벗었다. 땀에서 어딘가 어둡고 퀴퀴한 곰팡이 같은 냄새가 났다. 지하 주차장에서 나는 냄새 같았다. 나는 벗은 티셔츠를 최대한 나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던졌다. 하지만 티셔츠는 방을 벗어날 리 없고 멀리 날아가지 않았다. 휴대전화의 벨소리는 한 번 끊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 시간에 나에게 전화를 하는 것일까. 고향에 있는 어머니일까. 아니다. 어머니는 이 시간에 이런 번호로 전화를 하실 리가 없다. 이상하지만 집에서 전화가 와도 나는 긴장을 했다. 신기하게도 그저 안부전화는 벨소리에서 이미 표가 났다. 긴장을 해야 하는 소식의 벨소리라고 느껴지면 어김없이 그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손을 하체로 내렸더니 페니스에 동통이 느껴졌다. 팬티 안으로 손을 밀어 넣으니 몽정을 한 모양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런 꿈을 꾸었는데도 몽정을 하다니. 몽정이 끝난 지 이미 10년도 넘었는데 이게 무슨 일일까. 팬티를 열어보니 생각보다 많은 양의 정액이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동안 살면서 이렇게 많은 양의 정액을 분출해 본 적이 없었다. 끝나버린 줄 알았던 몽정을 다시 했고 상상 밖의 양의 정액이 나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닦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휴대전화는 몇 번이나 다시 걸려 와서 울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플로에 입단한 배구선수처럼 지치지 않았다. 그리고 절대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나는 손을 뻗어 휴대전화를 받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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