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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12. 2024

말을 했어야 했다 2

소설

2.


 “보기보다 시간이 앞당겨졌어요. 당신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무슨 준비를 말하는 겁니까? 여기를 벗어나야 하는 것 말입니까? 그렇지만 처음 보는 손님의 말을 듣고…….”


 “우리는 일 년 전에도 여기에서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어요.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쥐들이 한 짓입니다. 여기를 벗어나지 않으면 점점 이상한 일에 당신은 말려들게 됩니다. 쥐들이 당신에게 점점 다가오고 있어요. 이미 30년 된 나무가 사라지지 않았나요?”


 “네, 그렇기는 하지만.”


 여자는 알고 있었다. 무화과나무가 있는지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했다. 건물에서 일을 하거나 가게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인지하는 사람은 몇 없었다.


 “아마 오늘도 지하 주차장 3층과 4층 사이에서 소리가 날 겁니다. 그 소리는 쥐들이 내는 소리입니다. 보통의 쥐가 아니에요. 세상에 없는 소리예요.”


  여자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소리, 공명에 대해서. 나는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알기 위해 기계실을 찾아가서 수십 대나 되는 지하 주차장의 모니터를 확인한 적도 있었다. 모니터로는 아무것도 확인이 되지 않았다. 몰래카메라의 화질은 나날이 좋아지는데 시시티브이의 화질은 90년대 초에서 벗어나질 못 하는 것 같았다. 주사선이 많거나 꺼져 있거나, 자동차들의 움직임도 뚝뚝 끊기는 등 화질이 좋지 못했다. 그런 시시티브이로 소리의 존재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기계실의 직원에게 소리를 설명한다는 것 역시 불가능했다. 그건 꼭 영혼을 쥐어짜는 소리입니다,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쥐는 그런 소리를 내지 않거든요.” 나는 여자에게 겨우 말을 했다. 여자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곧 손가락으로 출력이 되어 있는 여권사진을 가리켰다. 아, 나는 여권사진을 들고 커팅 작업을 했다. 사진을 자르면서 곁눈질로 여자를 쳐다봤는데 여자는 역시 미동 없이 앉아서 한 곳을 응시하고 나를 기다릴 뿐이었다.


 “일반적인 쥐는 그런 소리를 내지 않죠. 하지만 당신이 들은 그 소리는 쥐가 내는 소리가 맞아요. 일반적인 쥐들이 아닌 쥐들의 소리예요. 당신은 준비를 빨리 해야 해요.”


 “제가 무슨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까? 쥐들이 어째서 나에게 오는 것입니까?”


 “당신은 이대로 몹시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 됩니다. 당신은 그 일이 이상한 일인지도 모른 채 빠져들어 결국 헤어 나오지 못하다가 쥐들이 당신의 몸에 접속할 거예요. 쥐들은 당신을 선택했어요. 당신의 기억은 슬슬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틈을 두었다. “당신은 제때에 제대로 말을 했어야 했어요. 하지만 그때 그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가 버렸어요. 그래서 조금 일그러져 버린 틈 사이로 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거 같아요. 틈이라는 건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쥐들은 그 틈을 이미 통과를 했다는 거예요. 그것이 무엇보다 당신에게 중요한 문제예요.”


 “제대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건 무엇을”까지 말하는데, 또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비바람에 마치 험상궂은 몰골이었다. 머리는 마구 치솟았고 얼굴과 몸이 비에 젖어 형편없었다. 손님은 여자 두 명으로 둘 다 운전면허증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사진 빨리 되나요? 사진 얼마 만에 나오죠? 금방 찍을 수 있죠? 저희는 아주 급하거든요”라며 두 명의 여자 손님은 헐레벌떡 들어왔다. 나는 사진이 바로 나온다고 했고 거울을 보고 준비가 되면 카메라 앞에 가서 앉으라고 했다. 여자 두 명은 거울 앞에서 머리를 털며 화장을 고치고 쏟아지는 비 때문에 엉망이 되었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선글라스의 여자는 나에게 무엇을 말해주려고 했지만 들어온 여자 두 명의 손님 때문인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여권사진을 여자에게 건넸다. 여자는 받아서 가방에 집어넣었다. 건네받을 때 본 여자의 손등에는 꽤 깊은 상처가 있었다. 어딘가에 찍힌 상처는 아니었다. 날카로운 것에 할퀴었거나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동물에게 물린 것 같은 상처였다. 여자의 손가락은 길쭉하고 몹시 예뻤다. 손을 보자마자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등의 상처는 깊고 굳게 아물어 있었다. 최흑오라는 이름의 여자는 계산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여자의 입에서 그다음의 어떤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선글라스 너머의 눈으로 나에게 손님들이 다 나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어쨌든 저 두 명의 여자 손님들이 나가고 나면 선글라스의 여자가 무슨 말을 해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두 명의 여자 손님은 이십 분이 넘어갈 동안 거울 앞에서 얼굴을 보고 있었다. 요즘은 운전면허증 사진도 여권사진 규격처럼 바뀌었다고 말해주었다. 오히려 여권사진 규정이 완화되었다고 말했지만 두 명의 여자 손님은 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머리가 여기까지 좀 길면 좋겠는데.”


 “라인을 좀 더 그릴까?”


 “입술은 어때? 이 정도면 된 것 같아?”


 “옷을 여기까지(어깨 부분과 쇄골 부분) 내리면 더 괜찮지 않을까?”라며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과 옷에 대해서 사진 찍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보통 손님들은 거울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기 전에 자신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아무리 길다 해도 몇 분을 넘기지 않았다. 그들 역시 목적에 의해서 사진을 촬영하러 왔기에 빨리 사진을 받아서 가야 한다. 거울 앞에서 얼굴을 오랜 시간 동안 보는 것에 대해서 그동안 아무런 생각이 없었고 늘 기다려 주었다.


  그런데 어쩐지 지금 저 두 여자 손님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거울을 본다기보다 그저 거울을 보기 위해서 사진관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선글라스의 여자는 가만히 앉아서 이 모든 상황을 주시하듯 다리를 꼬고 미동도 없었다. 다리를 꼬고 앉아 있으니 허벅지 부분이 보였다. 운동을 아주 많이 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30대 중반 밑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다리를 꼰 허벅지에는 마치 운동을 전문으로 하는 트레이너 같은 근육이 그대로 드러났다. 허벅지에도 상처가 보였다. 어떤 날카로운 무엇인가에 긁힌 상처 같았다. 그렇게 보였다. 더 이상 선글라스의 여자에게 눈길을 주고 있다가는 어딘가로 빠져들어가 버릴 것 같았다. 벌써 4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여자 두 명은 거울 앞에서 그저 자신들의 얼굴을 보며 만지고 있었다.


 “저, 손님들, 사진 안 찍으실 겁니까?”라고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그러자 두 명 중에 머리가 좀 긴 여자 손님이 얼굴을 돌려 나를 보며 “아니, 머리가 비에 젖어 좀 말린 다음에 찍으려고 하는데 안 되는 건가요? 빨리 가라는 말인가요? 대충 찍으려고 그러는 거죠?”


  그러자 옆의 머리가 비교적 단발인 여자가 “손님에게 이래라저래라 안 되겠네. 인터넷에 올려야겠네”라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저 들어올 때 급하다기에 빨리 사진을 촬영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50분이나 흘렀고, 머리와 옷에 묻은 비는 전부 마르거나 없어져서 그렇게 말을 했을 뿐인데 죄송하다고 했다. 뒤에 말을 한 여자가 자신이 먼저 찍겠다며 배경지 앞으로 갔다. 하지만 운전면허증을 촬영하기에 부적합했다. 머리가 눈썹과 귀를 다 가리고 있었다. 나는 손님에게 운전면허증 사진 규정이 예전과 달라서 이렇게 촬영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여자는 손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지는 척하더니 그대로 두는 것이다. 나는 몇 번이나 이렇게 찍어봐야 경찰서에서 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니 그럼, 뭐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여기 사진관 참 이상하네. 머리를 다 묶으라는 말이에요?”라며 소리를 질렀다. 으레 당황할 일이지만 나는 침착하게 컴퓨터 모니터로 인터넷을 열어 검색하여 운전면허증 사진에 관한 규정을 보여주었다. 여자는 훑어보더니 눈썹과 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큰 소리로 혼자서 화를 냈다.


  한 시간이 흘렀다. 이 여자 두 명은 정말 사진을 촬영하러 온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찍고 사진을 사용해야 할 텐데 전혀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화가 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나는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선글라스의 여자는 앉아서 가만히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진을 촬영하고 난 후 곧바로 컴퓨터 모니터로 여자의 얼굴을 보여주며 보정작업을 해준다. 모니터에 띄운 여자의 얼굴은 상당히 비대칭이었다. 입술 한쪽이 많이 올라가 있었고 그쪽의 콧구멍과 코도 올라가 있었다. 눈썹 높이가 달랐고 한쪽으로만 누워서 잠을 자는지 한쪽 귀가 납작했다. 다섯 컷을 찍어서 모니터에 띄웠는데 여자는 사진의 얼굴을 보자마자 “다시 찍어 주세요”라고 했다. 나는 어느 부분이 이상해서 그러냐고 물었다.


 “이것 보세요, 거울로 봤을 때는 내 얼굴이 이렇게 삐뚤 하지 않았어요. 사진을 잘못 찍은 거 아니에요? 사람의 얼굴을 이렇게나 비틀어지게 찍어놓고 이걸 사용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네?”


 “아마 다시 찍어도 똑같이 나올 겁니다. 그래서 보정을 하는 것이니까요. 사진이 이렇게 찍힌 게 아니라…….”


  그러자 거울 앞에서 머리를 계속 만지고 있던 머리가 긴 여자가 모니터 앞으로 와서 보더니 “어머, 너 얼굴이 이러지 않는데 정말 사진을 못 찍네.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지 않네요. 무슨 영화 속에 나오는 악마의 얼굴처럼 이렇게 비틀어지게 찍다니. 다시 찍어주세요”라며 톡 쏘아붙였다.


 나는 할 수 없이 다시 배경지 앞에 가서 앉으라고 했다. 그런데 여자가 머리카락으로 귀를 덮는 것이다. “저 그렇게 촬영을 하면 규정에서 벗어나서…….”


 “이보세요, 그냥 이렇게 찍어주세요. 손님이 해달라는 대로 하세요 그냥!”라고 소리를 지르는 여자의 얼굴에는 핏기도 걷힌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찍어봐야 전혀 사용할 수가 없고, 어디서 찍었냐고 하면 또 여기의 이름이 나올 테고…….”


 “이봐요 사진관 아저씨, 찍어달라는 대로 찍어주세요. 잔말 말고요. 뒷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해서 나는 할 수 없이 그대로 찍었다. 이번에는 여섯 컷을 찍어서 모니터에 펼쳤다. 여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얼굴을 부정했다. 여자의 얼굴은 다른 사람에 비해서 유난히 비대칭이 심했다. 눈동자도 양 옆으로 벌어져 있어서 정말 현실적이지 않았다. 목 길이는 양쪽이 너무 달랐으며 입술은 틀어진 턱 쪽으로 많이 딸려가 있었다. 여자는 세 번이나 재촬영을 했다. 한 시간 사십 분이 지났다. 한 사람을 촬영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린 적은 없었다. 여자는 자신의 얼굴을 모니터로 여러 개 띄워서 본 다음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보정을 해달라고 했다. 선택한 사진은 제일 처음 촬영한 첫 번째 사진이었다. 나는 옆에서 손님이 보는 앞에서 피부의 잡티를 없애고 눈과 눈썹의 높이를 맞추고 튀어나온 턱을 밀어 넣었다.


  비가 내려 습기 때문에 가라앉은 머리의 볼륨을 높이고 갈색머리인 손님의 머리 뿌리가 까맣게 되어 있는 것도 갈색으로 바꾸었다. 왼쪽 어깨와 왼쪽 쇄골이 많이 내려가 있어서 그것도 수평으로 맞추었다. 어느 정도 보정을 하고 여자 손님에게 완성이 되었다고 말을 했다. 여자는 미술작품을 감상하듯 한참 보더니 밑의 턱을 너무 넣었으니 다시 조금 밖으로 나오게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밑의 턱을 왼쪽으로 좀 당겨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그랬더니 머리가 긴 여자가 “아니야, 넌 그렇게 하면 안 되고 위로 살짝 올려야 해”라며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원래로 돌려 옆의 여자가 말하는 대로 해주었다. 입술이 큰 것 같으니 조금 줄여달라고 해서 줄여줬더니 옆으로 늘려 달라고 했다. “나 눈이 되게 짝짝이네. 나 정말 이렇게 짝짝이야?”라고 사진 속의 여자가 옆의 여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옆의 여자가 모니터를 보고 실제 얼굴을 보더니 “실제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사진으로는 엄청 짝짝이네. 한쪽 눈꼬리는 많이 올라갔네. 너 사진이 이상한 거 아니야?”라며 두 사람은 사진을 보며 대화를 했다. 대화를 실컷 하더니 한참 만에 밑 트임을 한 것처럼 눈의 밑 부분을 좀 더 옆으로 당기고 밑으로 내려달라고 했다. 눈동자를 안으로 좀 더 모으고 눈썹이 조명 때문인지 다르게 보이니 연하게 보이는 눈썹을 짙게 칠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눈썹 정리를 잘못한 것이었다. 눈썹을 잘못 깎고 정리가 다르게 된 것도 자신의 탓보다 사진의 탓으로 돌렸다. 눈썹을 맞추는 데만 십 분이 걸렸다. 코볼이 짝짝이니 한쪽 코볼을 좀 줄여달라, 광대를 조금 넣어달라, 이마에 걸린 머리라인을 자연스럽게 해 달라, 입술의 양쪽 끝을 살짝 올려달라고 했다. 여자가 하라는 대로 나는 다했다.


  지금 현재 전국의 사진관에서 이루어지는 사진에 관한 평은 사진을 찍는 사진사의 고유의 몫에서 벗어났다. 더 이상 저작권을 가지지 않고 사진이 나올 때까지 사진사의 작업으로만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이제 사진은 촬영하는 행위가 아니라 만들어지는 행위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저 손님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로서 상업사진이란 건 더 이상 예술의 경계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면서 인간과 사진의 관계라든가 사진이라는 예술은 먼저 나온 모든 예술(그림, 건축, 의상)보다 나이가 적어서 신세를 지고 있다. 그래서 사진작가들은 좋은 사진을 담아야 하는 관념인데 지금은 벗어나고 있었다. 이제 사진은 인화보다는 파일로 존재하며 비슷한 사진이 대량 생산되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앞으로 상업 사진관은 사람들에게 멀어지고 사라질 것이다. 몇몇은 살아남아있겠지만 그건 아마도 거대 자본에 귀속한 형태로 될 뿐이다.


  증명사진 속의 주인공 손님은 사진이 출력되는 크기로 보여달라고 했다. 두 여자 손님에게 모니터로 사진을 작게 보여 주었다. 여자는 한 마디 했다. “저 아닌 거 같은데요. 전혀 내 얼굴이 아니에요. 이건 정말 이상해요. 저 이 사진 안 할래요”라고 했다. 옆에 있던 동행도 “이건 얘의 얼굴이 아니에요. 완전히 얘의 얼굴에서 변했어요. 이건 아니잖아요. 왜 이렇게 수정을 했어요?”


  나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난감했지만 “정 마음에 드시지 않으면 돈을 받지 않겠습니다. 다른 사진관에서 찍으셔도 됩니다.”라고 최대한 정중하게 말을 했다.


 “뭐라구요? 다른 곳으로 가라구요? 여기에서 이만큼 시간을 들였는데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가라니? 그런 말이 어딨 어요! 마음에 들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장사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라고 화를 냈다.

 “이거 완전히 손님을 마음대로 생각하는 심보잖아. 이거 휴대폰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자.”라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연신 죄송하다고 하며 다시 촬영을 해주겠다고 했다. 두 시간 가까이 되어 갔다. 중간에 온 다른 손님은 기다리다 가버렸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생각을 하니 나는 깜깜했다. 같은 얼굴을 여러 번 찍고 수정을 한다는 것은 점점 사진의 의미를 잃어갈 것이 뻔했다. 그때 선글라스의 여자가 두 명의 여자에게 “당신들 옥암동 버스정류장 맞은편에 있는 새로 생긴 ‘시스터 포토’에서 온 사람들이지? 여기 상가협회에서 알면 곤란할 텐데.”라고 말했다. 두 명의 여자는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고 그 순간 사진을 촬영한 여자의 얼굴이 모니터 속의 얼굴처럼 현실에서도 비틀어져 보였다. 눈썹 한쪽이 위로 올라감과 동시에 눈도 코고 입술도 모두가 한쪽 위로 올라갔고 턱은 옆으로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당신은 누군데 참견이에요?”머리가 긴 여자가 말했다.


 “상도에서 벗어나는 짓을 하는 건 상가협회에서 금지하는 거라고 잘 알고 있을 텐데. 이런 식으로 인터넷에 올려 손님을 끊기게 만드는 비열한 짓을 하는 걸 협회에서 알면 뭐라고 할까. 그렇게 되면 당신들도 이 바닥에서 발붙이고 장사를 하기 힘들 텐데.”


 여자 두 명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리고 나에게 하던 공격을 선글라스의 그녀에게로 옮겼다.


 “아, 이제 보니 이 두 사람 그렇고 그런 사이구만. 당신들.”까지 말했을 때 선글라스의 여자는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의 화면에 터치를 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여자 두 명이 한 이야기가 다 녹음이 되어 있었다.


 “나는 이 녹음파일을 메일에 첨부해서 상가 협회장에게 보내기만 하면 돼. 그러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거든. 손님으로 가장한 이런 치졸한 일도 다 폭로가 될 테고 손해를 보는 쪽이 누구인가 잘 생각해 보도록 해요.”


  최흑오는 아주 차분했다. 목소리의 톤이 일정했고 전혀 떨림이 없었다. 사진 속의 여자는 어쩐지 얼굴이 더 틀어졌다. 마치 지우개로 문댄 것처럼 얼굴이 비틀어져 있었다. 주로 말은 머리가 긴 여자가 했는데 단발의 여자는 고개까지 비스듬하게 꺾여 있었다. 비대칭이 심한 건 평소 안 좋은 자세와 잘못된 습관 때문이다. 여자는 그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않고 생활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다른 데를 찾아다니는 것보다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본인들의 가게에서 개발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두 명의 여자 중에 머리가 긴 여자가 가방을 챙기더니 단발의 여자를 끌었다.


 “없었던 일로 하죠.”라며 두 명의 여자는 비가 오는 가운데 두 시간 만에 왔던 길로 다시 나갔다.    


 “이 모든 게 쥐들이 하는 짓이에요. 당신에게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군요. 처음에는 한두 달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과 같은 일에 당신은 계속 휘말리게 될 거예요. 그러다가 벌어진 틈으로 나온 쥐떼에게 몹시 기이한 일을 당하게 됩니다.”


  그 일이 어떤 일인지는 모르나 아주 무서운 일인 것만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저는 당장 무엇을 해야 합니까?”


 “제가 오늘 저녁에 다시 올 겁니다. 그전에 당신은 제대로 이야기를 해야 해요. 그것을 하지 않고 떠났다가는 어떤 몹쓸 일에 휘말리게 될지 짐작도 할 수 없을 거예요.”


 “제대로 이야기를?”


 “네, 그래요. 제대로 당신은 이야기를 해야 해요.”


 “무슨 이야기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건지…….”


 “그건 당신이 잘 알고 있어요. 당신이 제때에 해야 할 말을 건너뛴 것에 대해서 말이에요. 여권을 만들고 제가 다시 오기 전까지 당신은 제대로 해야 할 말을 하세요. 그리고 준비를 하면 돼요.”


 “그렇게 하면 쥐의 공격으로부터 피할 수 있다는 겁니까?”


  선글라스를 쓴 최흑오는 조금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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