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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13

350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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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


몇 번의 천둥소리가 또 들렸고 몇 번의 마른번개가 떨어졌고 그 사이 는개의 신음소리가 몇 번 들렸다. 두 사람은 또 한 번의 전위를 나눴다. 는개는 마동의 입에 입맞춤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녀만의 미소. 는개는 발가벗은 채 죽 그릇이 올려진 상을 두 사람의 앞으로 당겼고 마동은 12월에 버려진 연탄재처럼 널브러져 있던 옷을 주워 들고 입으려고 했다.


“입지 말아요. 발가벗은 채 죽을 먹어봐야 더 맛이 좋을 거예요. 그리고 당신의 벗은 몸을 한동안보고 싶어요”라며 는개는 죽 그릇을 마동에게 권했다. 는개의 말에는 거부할 수 없는 무엇이 포함되어 있다.


흠.


“정말 발가벗고 먹으면 죽 맛이 좋은 거야?”라고 마동이 눈을 크게 뜨고 처음 레고의 재미를 알아버린 아이처럼 말했다.


“설마요.” 는개는 웃었다.


“알 수 없는 여자야.”


두 사람은 모두 발가벗은 채로 죽 그릇을 사이에 두고 앉아서 죽을 먹으려 했다. 마동은 음식물이 탐탁지 않았다. 속에서 거부할 것이 뻔했다. 는개가 맛있게 죽을 먹는 모습을 보며 마동은 숟가락으로 죽을 젓기만 했다. 죽은 이미 식어서 김(steam)이 모두 빠져나가 버렸다.


“괜찮아요. 먹어봐요. 꽤 맛이 날 거예요.”


“난 안 먹어도 괜찮은데. 속이 좋지 않아.”


“그래서 죽을 만들었어요. 먹어봐요. 제가 맛있다고 하면 꽤 괜찮은 맛이 날 거예요. 말했지만 회를 맛있게 썰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구요 저는.” 는개는 정말 코를 찡긋거리며 떠먹으라는 손짓을 했다. 손짓을 보면 손짓이 시키는 대로 하게 돼 있었다. 거부하고 싶지 않은 그녀의 힘이었다. 마동은 자신 앞에 있는 작은 그릇에 담겨있는 야채 죽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는개의 말처럼 거북하지 않았다. 이 여자는 정말 요술쟁이란 말인가? 마동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들어 는개를 바라보았다. 웃고 있는 는개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고 가녀린 목선이 눈에 들어왔다. 도자기처럼 도도한 쇄골이 눈에 들어왔고 적당한 자리에 자리 잡은 가슴과 젖꼭지가 눈에 들어왔다. 마동은 또 한 숟가락 조심스럽게 떠먹었다. 역시 괜찮았다. 그리곤 죽 그릇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 마동은 는개를 보며 어째서? 하는 눈빛을 띠었다.


“저기 있는 주스를 좀 넣었어요. 당신이 잘 마시는 것 같아서요. 소스대신이라고 할까요. 저도 그 맛에 빠져들 것 같아요”라며 는개가 숟가락으로 주스 병을 가리켰다. 마동은 이제 더 이상 그녀에 대한 호기심은 그대로 묻어두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은 어제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다, 처럼 무의미했다.


마동은 죽을 남김없이 전부 먹었다. 그로서는 6일 만에 씹을 수 있는 음식물을 회 다음으로 먹은 것이다. 한 그릇을 먹고 나니 이제야 허기가 몰려왔다. 배고픔, 인간이 지니는 가장 밑바닥의 욕망,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마동에게도 배고픔의 시절이 있었다. 배고픔이 배를 벗어나서 인체의 모든 부분을 잠식하고 목 위로 머리로 올라와서 괴롭히던 시절.


마동은 는개가 끓여준 죽을 먹고 배고픔을 다시 느꼈다. 비로소 제대로 된 인간의 모습 같았다. 는개는 발가벗은 채로 마동의 그릇에 죽을 한 그릇 다시 담아왔다. 그녀의 음모가 걸을 때마다 살아서 움직이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는개도 한 그릇 더 먹었다. 아무리 먹어도 그녀의 배는 나오지 않았다. 그저 날씬했다. 는개는 먹은 음식은 체내의 지방에는 축척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죽을 두 그릇이나 먹었지만 배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죽인데요 뭐, 그릇도 작고.” 는개는 죽 그릇을 들고 마동에게 말했다.


맙소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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