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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23. 2024

번개를 다섯 번이나 맞았어 1

단편소설

줄거리 및 작품소개: 번개를 다섯 번이나 맞고도 살아난 사람이 대중에게 노출되고 관심을 받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의 짧은 소설이다. 



1.


 네, 전 번개를 맞고도 말짱한 모습으로 멀쩡하게 걸어 다녔습니다. 번개를 다섯 번이나 맞았죠. 처음 번개를 맞았을 때가 중학생 때였습니다. 그때 큰 아버지를 따라 골프 필드에 갔다가 번개를 맞았습니다.


 그땐 나도 죽는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큰아버지와 일행이 달려와서 번개를 맞고 쓰러져 있는 나를 업고 병원으로 갔지만 전 금세 일어나서 옷을 털고 있었죠.    


 그리고 세 번째 맞은 번개가 고등학교에서 두 번째 맞은 번개와 일주일을 주기로 맞았습니다. 두 번째는 학교 운동장에서, 세 번 째는 학교 뒤의 소나무 근처에서였습니다. 운동장에서 맞았을 때 교실에서 아이들이 몇몇 보고 있었는데 나는 번개를 맞고도 그대로 왼팔을 높이 들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빠지직하며 떨어지는 번개는 나를 타고 운동장으로 타고 내려가 움푹 구덩이를 만들었지만 저는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환호했고 그을린 교복을 새로 맞추는 데 학교 측에서 보상을 해주었습니다. 저에겐 고마운 일이지만 학교에서 저에게 보상을 해 줄 이유는 없었거든요.    


 세 번째로 맞았을 때는 교복을 벗고 있었습니다. 그때 손에 호떡 같은 걸 들고 있었는데 새까맣게 숯이 되어 버린 것 빼고는 전 멀쩡했습니다. 이후로 전, 방송국에 불려 다니면서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지역 방송국에서부터 공중파 방송국, 뉴스, 케이블 채널에서 한 시간 분량으로 돌아가며 절 취재했습니다. 유튜버들도 제가 활동하는 반경 내에 도사리고 있다가 카메라를 들이댔어요.    


 덕분에 인터뷰를 하게 된 부모님이 참 좋아하시더라고요. 어린 시절 절 키운 이야기까지 주절주절 하시던데 뭔가 거짓이 좀 들어간 것 같았어요(웃음). 부모님은 없는 이야기를 더 부풀려 말을 했죠.


 뭐, 다섯 살에 전기에 감전이 되고도 살아남았다느니, 콘센트의 불꽃이 튀며 플라스틱이 녹았는데도 아이는 아무렇지 않았다느니 등등의 이야기들 말이죠.


 어떤 다큐에도 출연을 했습니다. 장장 한 달을 따라다니면서 절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저는 번개를 맞고 멀쩡해지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그저 보통의 학생들처럼 지냈지만 그렇게 지낼 수 없었어요.


 다큐라고는 하지만 번개를 맞는 사람인데 너무 평범했고 다큐를 찍는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다큐를 제작하는 곳에서 어떤 이벤트를 원하기도 했어요. 슬슬 지치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길거리를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미용실에서는 머리를 그냥 잘라주겠다. 의류 브랜드에서는 전기를 흘려보내는 신제품을 보내겠으니 자기들의 회사 옷을 입어 달라, 우리 집에 오면 음식은 그냥 주겠다는 큰 고급 음식점까지 있었어요. 번개 세 번에 이렇게 대스타가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유튜브를 통해서는 해외에서도 난리가 났더군요. ‘외계인과의 대화’라는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책의 저자가 제 메일은 어떻게 알았는지 친절히 한국어로 자신의 위에서 말한 책의 시리즈 2편인 ‘외계 저편의 세계’를 집필하는데 마침 번개 이야기가 있으니 만나보자는 말부터, 예쁜 누드모델이 저에게 관심을 보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녀들은 반 모피 사용단체인데 저를 중간에 두고 번개모양의 창을 들고 모피를 입지 않는 사람은 자연재해를 피해 간다는 슬로건으로 하자는 내용까지 정말 대단했어요. 전 의지와는 상관없이 너무 유명해져 버렸기 때문에 생활이 뒤죽박죽이었습니다.     


 좋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전기 충격기 회사에서 좀 더 강력한 전기 충격기 실험에 절 이용하려 했고, 전기 총 같은 것을 가지고 몰래 숨어 있다가 나에게 쏘아대는 인간도 있었으니까요. 이미 그때 저는 변호사를 통해서 고소고발을 하고 있었어요.


 인신공격도 많아졌습니다. 괴롭더군요. 반면에 그러면 그럴수록 사회는 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갔고 비례적으로 부모님의 통장에 돈은 굴러 들어와서 차곡차곡 쌓여만 갔어요.    


 의학 쪽과 과학 분야의 저명인사들이 차례대로 집을 방문했습니다. 결국엔 부모님은 사는 집보다 좀 더 크고 나은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손님을 접대하는 방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전 개인적인 시간이 줄어들어갔죠. 뭐랄까 대외적으로는 아주 유명해졌고 여자들도 저에게 환호를 해 주었지만 마음에 드는 이성을 일대일로 만날 때면 그들 대부분은 거부반응을 보였어요.    


 저를 만지면 전기가 통하지나 않을까. 그래서 기껏 편 머리가 다시 곱슬머리가 되지 않을까. 갑자기 생리가 멎어 버리는 건 아닐까. 옷이 홀라당 타서 알몸으로 길거리를 걸어야 하는 게 날까. 하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어서 저에게 다가오려 하는 이성은 없었습니다.


 저에 대한 관심은 그저 호기심이었어요. 알려지기 전엔 서로 마음을 두고 만나는 여자가 있었지만 이제 아주 멀어져 버린 사람이 되었습니다. 카메라는 그녀에게도 쏠렸으니까요.    


 손가락으로 물 컵 안의 물을 끓이게 해 봐라. 전도체로 열을 전달시켜 달라. 별에 별 주문을 다 받아야 했습니다. 결국 전 사람들에게, 이성들에게 하나의 관심거리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에 큰 허망을 경험하고 마음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방송이란 건 참으로 무섭더군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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