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2.
세 번째 번개를 맞은 후, 네 번째 번개를 맞기 전까지 육 년이란 터울이 있었습니다. 살아있는 ‘번개 인간’이라며 사람들의 흥분을 자아내게 했던 저는 번개를 맞지 않고 일 년이 넘어가니 관심은 오히려 비난으로 바뀌더군요. 실지로 번개를 맞는 장면을 본 사람이 너무 적다. 가족들과 친구들 이외에 알려진 게 없다. 폰에 찍힌 사진과 영상은 조작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한 모함이다. 등등. 정말 잠들지 못할 정도로 시달렸습니다.
전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준 적이 없지만 그들의 비난 대상이 되어 창을 던지면 몸으로 받아야 했습니다. 육 년이 흐르는 동안 전 점점 사람들에게 잊혀 갔지만 생활은 평온하고 조용하게 지낼 수 없는 곳까지 와버린 것이죠. 방송이라는 건 과거는 점점 불어나게 하고 미래를 자꾸 좁혀가게 합니다. 개인의 가능성은 말살시켜서 좀체 원상태로 되돌아오지 못하며 말이죠.
단물이 빠지고 나니 저는 버려진 신문뭉치 같은 신세가 되었습니다. 제대로 무엇인가 배울 시간도 없이 방송국에 이끌려 다니다 보니 회사 같은 곳에 취직도 어려웠습니다. 아니 전혀 못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도 혹시 감전이라도? 하는 분위기가 많았어요. 대놓고 말을 하는 곳은 없었지만 그런 기류가 흘렀고 많은 돈을 벌었는데 굳이 왜 이런 곳에서?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세 번째 번개를 맞고 육 년 동안 사람들을 피해 다녔습니다. 전 살아오면서 누구에게 욕을 한 적도 한 번 없었습니다. 채플린이 개미는 죽이지 못해도 사람을 죽이는 영화를 만들었지만 전 개미도 사람도 죽이지도, 욕하지도 않으며 살아왔는데 사람들은 이유도 없이 저를 비난했고 욕했습니다. 비난이 심했죠. 솔직히 죽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육 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 저녁 9시 무렵 시청 앞을 지나가고 있었어요. 제가 왜 그때 사람도 많은 시청 앞을 지나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때 네 번째 번개를 맞았습니다. 아, 번개를 맞을 때의 기분이나 느낌이요? 뭐 별 다른 건 없어요.라고 말한다면 좀 거짓말이고, 처음 중학교 때 맞을 땐 처음이라 그런지 누군가에게 코를 한 대 맞는 느낌이었죠. 띵, 한 그 느낌이었는데 두 번째부터는 글쎄, 뭐랄까요, 짜릿한 느낌입니다.
짜릿합니다. 정말 표현하기 힘들지만 말이죠. 항문 성애를 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 저도 없습니다만 항문을 건드리는 느낌이랄까요. 이해하시기 힘드시겠지만 평소에 느끼지 못하는 짜릿함이 번개를 맞으면 듭니다. 시청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굉장히 큰 번개가 빠지직하며, 푸르고 노란빛을 강하게 내며 내가 쓴 우산의 창에 맞아 번개는 땅으로 떨어져서 퍼져나갔습니다.
그때 떨어진 번개는 위력이 커서 공중전화부스도 날려버리고 전화기도 고장 나고 가로수도 반쯤 타 버렸습니다. 물론 제가 들고 있던 우산도 뼈대만 남았고 옷도 반쯤 타버렸죠. 짜릿함을 느끼는 순간 아, 내 인생이 또다시 꼬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다시 방송가에서는 저에게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어요. 거부할 수 없는 조건으로 유혹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송국 사람들은 어렵게 시험을 통과한 만큼 똑똑함이 머릿속에 가득 배인 사람들이었죠. 그런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있는 곳에서 나 하나를 방송국의 프로그램으로 끌어당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내 가족과 내 주위를 자본으로 설득해서 그 범위를 좁혀 오다 보면 꿈쩍하지도 않을 나도 어느새 발을 담그게 됩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들은 세치 혀로 꼬드긴 문어발식의 협찬사로부터 얻어낸 자본을 내 주위에 뿌리면서 저에게 다가오는 것이죠. 물론 모든 방송국의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방송국이란 곳도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본적으로 말이죠.
또 어떤 날은 군부대에 몰래 끌려가다시피 해서 도착한 병원처럼 보이는 외진 건물의 중심부에서는 제 몸에 영화에서처럼 부착물을 붙이고 무슨 주파수 같은 것을 쏘아대었습니다. 그들은 내 몸에 흐르는 강력한 자기장이 발견되면 영화 ‘왓치맨’의 ‘닥터 맨해튼’의 능력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획 하에 그러한 실험을 했다고 했습니다.
저를 몇 년이나 따라다닌 모 신문사의 기자에 의해 그 소식이 세상에 까발려지면서 전 더욱 밖의 출입이 어려워졌습니다. 영화 속의 ‘닥터 맨해튼’은 암을 몰고 다니는 것으로 나오는데 제가 그렇다는 건 너무 터무니없는 거 아닙니까. 왓치맨은 영화 속 이야기 아닙니까. 사람들은 기자가 까발린 그 소식을 듣고 군부대에서 무슨 실험을 당했나부터 시작해서 나에게 다가오면 암에 걸려 버리는 것처럼 생각을 하고 믿어 버리는 것입니다.
나를 인터뷰한 어떠한 아나운서는 장갑에 마스크까지 쓰고 왔습니다. 암이 전염성입니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