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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10. 2024

그리운 날도 사라질 날도 43

소설


43.


 “아가씨, 도대체 당신은 누구인가요? 제가 아는 사람인가요?”     

          

 나는 여자를 보며 말했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뺨을 어루만져 줄 뿐이었다. 그녀와 두 손바닥은 내 얼굴을 감싸 쥐었고 나는 그녀의 양손을 꼭 쥐었다. 미소를 지은 그녀의 얼굴에 왜 그런지 모를 절망이 감돌았다.               


 “아가씨도 슬퍼 보여요. 미소 짓고 있지만 아가씨도 슬픈 것 같아요. 아가씨도 분명 움직이는 시간이 싫으신 거죠? 네?” 나는 좀 더 크게 소리를 내어 보았다.


 소리는 크게 나온다는 확신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일정한 음을 유지했다. 내가 그녀에게 소리를 낼수록 그녀의 미소는 조금 더 형태를 띨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볼에 머물렀던 손을 천천히 움직여 내 상의를 벗겼다. 나는 몸을 움츠렸다.


 그녀는 나의 어깨를 손으로 잡고 움츠릴 필요는 없어요, 라는 듯 어깨를 펴 주었다. 야전 상의 같은 나의 외투와 안에 숨어있던 낡은 티셔츠도 벗겼다. 건물 안은 엄마의 품 안에 안겨 있는 것처럼 따뜻했다. 그녀는 내 바지를 벗기고 팬티도 벗겼다. 내 옷가지를 내 몸에서 거둬냈다. 나는 알몸이 되었고 그녀는 내 젖은 옷이 빨리 마를 거라고 했다. 옷이라고 하는 것이 내 몸에서 벗어나는 순간 내 육체는 볼품없는 쓰레기 같았다. 깡마르고 어딘지 인간답지 못한.               


 나는 무릎을 접어서 양손으로 감쌌다. 고개를 무릎의 사이에 묻었다. 무릎 밑으로 안온감이 몰려들었다. 그녀는 내 앞에서 옷을 다 벗었다. 나에게 다가와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나의 얼굴을 손으로 들었다.      

         

 부드러웠다.     


 그녀의 손바닥.     


 그녀의 감촉.     


 살아있는 느낌.      

         

 그녀의 손이 내 얼굴과 몸에 닿을수록 부풀어 오르는 그녀와의 작은 추억이 또렷해져 왔다. 눈물을 보이던 그녀의 모습, 확고한 그녀만의 미소, 작은 가슴 안에 들어있는 그녀의 작은 꿈과 꿈을 놓쳐버렸을 때의 안타까움. 지금 여기에 있는 그녀는 발가벗은 채 나를 안아 주었다.


 나도 그녀를 안았다. 연약하고 보드라웠다. 손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등은 나의 등 못지않게 말라서 등뼈가 도드라지게 내 손에 닿았다. 고래의 뼈처럼 살가죽 위로 느껴지는 그녀의 등뼈는 더욱 나를 서글프게 했다. 그녀의 가슴에 내 가슴이 닿았다. 내 유두와는 다른 모성이 가득한 그녀의 유두에는 바람이 닿지 못하는 곳에서 오는 질타와 허무와 어떤 질문이 묻어있었다. 나는 그녀의 가슴을 만지고 유두를 만졌다.


 그녀는 입을 벌렸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유두를 입술로 빨았고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었다. 그녀의 입은 더 벌어졌다. 살아있는 굴을 혀끝으로 건드렸다. 그녀는 다리가 예뻤다. 예쁜 다리가 벌어졌다. 나는 그녀 속으로 들어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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