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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11. 2024

그리운 날도 사라질 날도 44

소설


44.


 따뜻했다.     


 종류가 다른 따뜻함.     

          

 나는 본능에 가깝게 그녀의 가슴을 빨았다. 연약한 그녀의 몸은 곧 부러질 것 같았다. 서로 안고 있으니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죄책감이 덜 들어서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나를 꽉 잡았다. 그녀의 목덜미에 키스했고, 귀에 키스했다.


 그녀의 몸은 정말 부러질 것처럼 연약했다. 힘을 주면 모래성이 무너지는 것처럼 사라질 것만 같았다. 목에 키스 마크가 나지 않을까 걱정도 들었다. 그녀가 내 생각을 읽었는지 눈을 뜨고 내 입술에 키스했다.           

    

 기이한 느낌.       

        

 이상 세계를 보는 느낌이 그녀의 입술을 핥았을 때 들었다. 나는 그녀의 입술을 조금은 힘 있게 빨아 당겼다.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기를 모으고 힘을 줬었단 말인가. 들리지 않는 신음이 그녀의 입을 통해서 건물의 실내로 흩뿌려졌다. 흩어지지 말았으면 하는 소리였는데 공명은 그녀의 어딘가를 통해서 흘러나와서 실내의 대기에 흩뿌려졌다.


 그럴수록 그녀의 삶까지 분해되어 사라지는 착각이 들었다. 눈을 떠서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상기된 볼과 혀가 보이는 입과 반짝이는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눈동자는 나의 얼굴 이곳저곳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보고 있었다. 그녀는 희열과 동시에 비애가 얼굴에 묻어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왜 그러냐고 묻고 싶었다. 어째서 행복하게만 보여야 할 당신의 얼굴이 그렇지 않으냐고 소리쳐 물어보고 싶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 것일까.       

        

 그 순간 죽어버렸다. 나는 엉덩이를 뺐다. 그녀는 내 볼을 어루만지며 입술을 핥았다. 그녀의 벌어진 입으로 노랫가락이 나왔다. 노랫가락인지 알 수 없었다. 신음에 뒤섞여 노래가 흘렀다. 그녀가 내는 소리임은 확실했다.              

 


 플라스틱 모조 지구, 고무로 만든 중국제 모조 식물에     


 물을 주고 있는 그 여자의 초록색 플라스틱 깡통,     


 그 여자는 한 고무 인간으로부터 그 모조 식물을 샀지,    

 

 자기 자신을 소멸시키고자 하는 피임계획들로만 가득 찬 한 도시에서 그것이 그 여자를 닳아 없어지게 하네.               


 그 여자는 산산이 조각난 남자와 함께 살고 있지.     


 깨져버린 합성수지 인간인 그는     


 지금 가루가 되어 불에 타 버리네.     


 그는 과거 80년대에 여자들 때문에 성형 수술을 했었지만     


 언제나 더 우세한 중력 때문에 그것은 그를 닳아 없어지게만 할 뿐이지.     


 그 여잔 진품처럼 보여.     


 진품 같은 맛도 나긴 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나의 가짜 사랑이여.     


 하지만 나 이 생각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어.     


 천장을 뚫고 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아.     


 내가 등을 돌려 뛰쳐나가게 된다면 말이야.     


 그 생각은 날 닳아 없어지게만 할 뿐이지.   

 

 만약 내가 언젠가 네가 원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하는 생각.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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