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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25.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01

5장 2일째

 101.


 “태그호이어 카레라라고 하는 시계야. 꽤 좋은 시계지. 좋은 시계는 좋은 자동차와 좋은 스피커 그리고 좋은 사람과 마찬가지야. 좋은 시계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게 좋아. 시간이란 정말 중요하니까 말이지. 시간은 순수해. 순수한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관념이지.” 오너가 오래 전의 마동에게 선물로 준 시계다. 입사하고 훈련을 거듭하면서 과연 내가 이곳에 적응이 가능할까? 그런 시기가 있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안함이 들었을 때였다. 뇌파를 채집하는 훈련을 다른 이들에 비해서 오너는 마동에게 집중적으로 트레이닝시켰다. 어떤 날은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까지 훈련만 했다. 생각을 하나로 끌어 모으는 훈련을 하는 데만 몇 달이 걸렸다. 출근해서 바로 집중력 트레이닝으로 시작해서 점심시간이 되면 시간을 들여 진지하게 밥을 먹고 저녁까지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훈련을 거듭했다. 초기에 다른 업무는 없었다. 교육과 훈련의 연속이었다. 언제나 마동의 옆에는 오너가 차트는 넘겨가며 마동의 상태를 체크했다.


 생각 주위에 꽤 많은 다른 생각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집중의 강도가 올라갈수록 마동은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재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3달 동안 뇌파 채취의 훈련에만 돌입했다. 역시 하루 종일 그 작업을 훈련하는 것이다. 지칠 만도 했지만 마동은 잘 견뎠다. 업무라고는 전혀 없었고 운동부 학생처럼 오로지 하나의 훈련에 집중하여 반복을 거듭하는 것이다. 훈련에 임하는 마동도, 마동을 지켜보는 오너도 꾸준했다.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할당 치를 채워나가는 길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마침내 첫 고객의 뇌파 채취에 마동이 투입되었다. 약간의 흥분과 거대한 긴장을 안고 가슴을 진정시키며 생각을 한 곳으로 그러모으고 개더 룸에서 첫 작업이 이루어졌다.


 마동은 첫 작업을 무리 없이 마무리했다. 그 고객이 회사에게 큰 수익을 가져다준 중요한 손님이었는데 오너는 마동에게 맡겼다. 마동을 믿고 투입시킨 것이다. 오너는 자신의 예감이 맞았다는 것에 오너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첫 뇌파 채취의 성공기념으로 오너가 마동에게 선물한 손목시계였다. 시계를 보니 정확하게 오전 10: 30분이었다. 마동은 벌떡 일어나 앉으려 했다. 그렇지만 몸은 마동의 생각과는 다르게 반응했다.


 아아, 이런 세상에. 이렇게나 아무렇지 않게 잠들어 버릴 수 있다니.


 정신을 차려야 했다. 그렇지만 정신은 생각처럼 쉽게 반짝이지 않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마동은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는 타입의 인간이었다. 회식이 늦어져 귀가 시간도 늦어지고 잠드는 시간이 늦어졌어도 일어나는 패턴은 언제나 일정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서도 마동은 일찍 일어나서 하루 일과를 보냈다. 마동에게 있어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지독한 여름 감기다.


 마동은 천근 같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자리에서 겨우 일어나 앉았다. 최원해의 목소리에 대꾸를 하는 마동의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완전히 잠. 겼. 다. 최원해는 마동의 목소리를 듣고 감기 증상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괜찮으냐고 물었다.


 당신 같으면 지금 내 목소리를 듣고도 괜찮다고 할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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