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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뜬 오로라가 4

러브 크래프트 오마주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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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내의 친구가 놀러 왔다. 아내의 친구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강아지는 몰티즈로 작고 귀엽다. 아직 세 살이다. 이름은 두부. 아내는 두부를 좋아한다. 아내의 친구는 아내를 보자마자 얼굴이 더 예뻐졌다고 했다. 두 사람은 평소처럼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두 사람을 위해 커피를 내주었다. 나는 조깅을 하러 밖으로 나왔다. 두 시간 정도 있다가 집으로 들어가니 두부가 심하게 짖고 있었다. 두부는 입에서 침까지 흘리며 아내를 향해 짖었다. 아내의 친구는 당황하는 모습이었고 아내의 손은 두부에게 물린 듯한 자국과 피가 맺혀 있었다.


두 사람이 집에서 이야기하라고 나는 밖으로 나갔을 때 아내는 두부를 안고 친구와 이야기를 잘하다가 갑자기 두부의 발을 물었다고 한다. 친구의 눈에 비친 아내는 너무나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다. 두부가 아프다고 깨갱거렸고 발을 물고 놓지 않았다. 두부도 아내의 손을 물었고 아내가 두부를 놓치자 아내를 향해 이를 드러내고 짖기 시작했고 아내는 기침을 계속했다. 그때 내가 들어왔다. 친구는 아내에게 화를 냈지만, 아내는 기침할 뿐 그저 덤덤했다.


겨울은 혹독했다. 이상기후 때문에 영하의 깊은 날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다. 난방비가 걱정되었지만, 난방을 최고로 올렸다. 그러나 집 안은 냉기가 흘렀다. 겉옷을 몇 겹이나 입고 있어야 겨우 지낼 만했다. 아내는 말 수도 줄어들었다. 아내는 부쩍 기침이 늘었다. 그 불길한 기침이 우리를 강하게 조여 오는 것만 같았다. 나는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모든 기침약을 구매해서 아내에게 먹였다. 처음에는 아내가 약을 잘 먹었지만 먹은 약들을 자꾸 토하면서 약도, 밥도 잘 먹지 않았다. 불길한 변화는 아내를 시작으로 집안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어머니가 집으로 온다는 걸 막았다. 집에 오면 안 될 것 같았다. 어머니와 만나기로 했는데 아내가 연락도 없이 나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걱정이 되었다. 옆집에서 오는 사람도 현관문을 열고 잠시 이야기만 하고 돌려보냈다. 가장 이상한 변화는 욕실의 구석에 곰팡이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곰팡이는 검고 축축했다. 가까이 가면 고약한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아내는 어느 날부터 목욕하지 않았다.


몸이 가려워 긁었지만 피부가 물에 닿는 걸 싫어했다. 더불어 기침은 더 크게 나왔다. 아내와 같이 잠드는 것이 힘든 일이었다. 아내는 몸을 떨기도 했고 이상한 말을 했지만 가장 이상한 건 씻지 못해서인지 피부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연고를 발라줘도 아내는 소리를 지르며 아프다고 했다. 물건을 집어던졌고 몸을 하도 긁어서 손톱에 피가 맺혔다. 등에 약을 발라주려고 해도 몸에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 무엇보다 아내에게서 썩는 냄새가 났다.


회사에 가면 직원들이 나를 피하는 것 같았다. 사무실에는 난방이 잘 되어 있었지만 나 역시 집에서 들어버린 냉기가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아서인지 옷을 두껍게 입고 있어서 추웠다. 감기 때문인지 나도 기침이 났다. 퇴근길의 병원에 들러 의사에게 진찰받았다. 나는 감기 초기 증상으로 약을 처방받았다. 아내의 이상한 증상을 이야기하니 정확한 진단을 위해 진료가 필요하니 내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내원해서 진료받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의사는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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