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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14. 2020

별거 아닌데 별 거가 되어 버린 카세트테이프

일상 에세이


본 조비의 앨범 몇 개는 카세트테이프로 가지고 있어서 요즘도 카세트 플레이어로 왕왕 듣는다. 당연하지만 유튜브나 음악파일로 듣는 것에 비해 불편하다. A면과 B면의 터울이 있고 듣고 싶은 음악을 바로 찾아서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카세트테이프는 단단하게 가지고 있는 그만의 맛이 확실하게 존재한다.


카페에서 테이프 몇 개를 늘어놓고 카세트를 듣고 있으면 가끔 누군가 유심히 보기도 한다. 카세트테이프는 중학교 때 죄다 구입한 것으로 흔히 사람들이 우려하는 늘어짐이나 파손이 있어야 하겠지만 그런 것이 없다. 카세트 플레이어를 잘못 눌러 녹음 버튼만 누르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음질은 칭찬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또 괜찮은 스피커로 크게 들으면 본 조비의 신나는 음악을 접할 수 있다. 디지털이 한창 아날로그를 대체하기 시작할 때 전문가들 역시 카세트테이프의 우려에 대해서 잘도 말을 했다. 신나게 말들을 쏟아냈다.


반드시 그럴 것이라고 한 것들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택시에서 라디오 헤드를 듣는 경우도 있다. 그것이 세상이고 세계인 것이다. 절대적인 것도 없고 완전한 것도 없다. 바로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세계가 그렇다.


초고도화 시대인 지금,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것의 총체가 카세트테이프다. 160기가나 되는 아이팟 클래식도 옛 것으로 치부된 작금의 시대에서 카세트테이프는 불편함의 역사가 되었다. 그렇지만 불안하지 않다.


편리하고 재빠르고 모든 것이 터치와 동시에 정보가 입력되고 후보정이 가능하고 매체에 발 빠르게 업로드가 가능한 신종 기기들은 편리하지만 불안하다. 카페에 죽 늘어트려 놓고 작업을 하다가 화장실에라도 갈라치면 잠깐 머뭇거리게 된다. 한국의 사정은 다른 나라에 비해 괜찮은 편이지만 미국의 스타벅스에서 그랬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화장실에 가려면 앞자리에 앉은 모르는 이에게 눈으로 알지? 너가 화장실에 갈 때 내가 봐줄게. 같은 눈빛을 보내고 오케이 눈빛이 오면 그제야 화장실에 가기도 한다.


누군가는 인터넷을 뒤지면 다 알 수 있고 들을 수 있는데 누가 일일이 앨범에 끼인 종이를 읽겠어요?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좋아했던 시네이드 오코너를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지 않는 것이 좋다.


나는 하는 일이 사진 편집이니까 아무래도 변해가는 시대에 맞는 기기와 발전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게 맞다. 또 그러기를 바라고 있는 형편이다. 회귀를 하는 이유가 단지 음악을 듣는 것에 있어서 옛것이 좋아서,라고 단서를 붙이기도 애매하다. 그런 이유만으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옛것을 찾는 것은 아니다. 나라고 하는 인간 자체가 흐름을 거스르는데 거리낌이 없는지도 모른다.


근래에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 기기가 필름은 올림푸스 팬이며 메모를 하거나 사진을 바로 찍을 때에는 아이폰 3GS를 사용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그런 나를 잘 알아서 이것들로 사진을 담고 있어도 신경 쓰지 않지만 모르는 이들은 왜? 같은 시선이다.


좀 웃긴 얘기지만 아이폰 3으로 사진을 담으면 드라마틱하게 담기는 것 같다. 그건 단지 파일의 크기와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 유튜브로 본 조비를 들어도 상관없이 좋다. 하지만 카세트테이프로 들으면 듣던 관성이 있어서 이다음 노래에는 뭐가 나올지 알아서 흥얼거릴 시동을 건다.


형태가 있건 없건 간에 시간이 지나면 망가지거나 사라지게 된다. 오늘도 곧 지나간 것이 된다. 지금도 ‘앗’하는 순간 지나간 과거가 된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처럼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은 얼마나 좋을까. 다시 돌아온다는 건 생각처럼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다. 불안하지 않는 카세트테이프로 본 조비를 듣고 있으면 덜 불행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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