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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수필

새소리를 들었다

참새소리가 거의 전부지만

by 교관

5월 8일에 산에 올랐다. 거기에는 아버지가 계신다. 산으로 들어가면 당연하지만, 새소리가 많이 들린다. 많이 들리는 새소리에 비해 새들의 모습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새들은 존재를 알리려는 것인지 작고 큰, 다양한 새소리를 낸다. 새소리는 오래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 중에 속해 있는 것 같다.


태권브이 1편이 시작하면 훈이가 산속에서 태권도 수련을 할 때 주위에서 들리는 그 새소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자연적인 소리는 새소리가 거의 전부처럼 느껴진다. 다행인 건 아침에 나오면 아파트 단지 내 나무속에서도 항상 새소리가 들린다. 도시에 살면서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아침마다 새소리를 들으며 지낸다니, 이 얼마나 괜찮은 도시 생활인가.


몇 해 전, 언젠가 새소리를 집중해서 들은 적이 있었다. 물론 참새에 국한되어 있지만 다른 새들의 소리도 들렸다. 그리고 참새도 유심히 관찰할 수 있었다. 그때 길고양이를 만나기 위해 비슷한 시간에 동네 공원에 일주일 동안 사료를 들고 간 적이 있었다.


그 고양이는 뒷다리 하나가 없는데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사람에게 당했는지 공원에 사람들이 오면 피했는데 벤치에 내가 앉으니 무슨 일인지 나의 곁으로 와서 몸을 비비고 갸릉갸릉 거리는 거였다. 그다음 날부터 사료와 물을 들고 공원을 찾았는데 일주일 동안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공원에 있으니 새소리를 많이 들었다. 더불어 참새도 꽤 관찰하게 되었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30분 정도 고양이를 기다리다 나타나지 않으면 돌아오곤 했다. 벤치에 앉아서 보니 참새가 공원의 하늘을 가로지르며 총알처럼 지나갔다.


날갯짓이 엄청났다. 중력을 이겨내려면 날갯짓을 어마어마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날갯짓하느라 소모한 에너지를 끊임없이 보충을 해줘야 한다. 새들은 소화기관이 하나고 소화력이 굉장해서 먹자마자 배설할 수 있고 하나의 구멍으로 알과 배설물이 함께 나온다. 그래서 가끔 메추리알이나 계란에 똥이 말라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앉아서 고양이를 기다리며 참새의 날갯짓을 보니 질 좋은 카메라가 있었으면 하고 잠깐 생각했다. 카메라가 있었다면 참새가 날아오르며 이쪽으로 비행하는 모습을 잡아낼 텐데. 공원에 오면 참새를 늘 볼 수 있다. 그때도 오월이었다. 오월의 한낮, 동네 작은 공원에는 노인과 참새가 점령한다는 걸 알았다. 참새는 하늘을 꾸준하게 날아다니는 행위는 뭐랄까 땅바닥에서의 생활의 연장선처럼 보였다.


여기에서 저기로 옮겨 가기 위해서, 먹이를 들고 집까지 운반하기 위해, 위협적인 존재에게서 달았다니 위해서 날갯짓하며 날아가는 것 같다. 하늘에서 긴 시간 비행하는 새들과는 달라 보였다. 참새는 이리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제비는 이제 대부분 사라져서 볼 수가 없다. 제비의 활공은 날렵한 비행기처럼 멋있었다. 바닥에 붙어서 비행하다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참새와 다른 새들에 비해 제비는 날기 위해서 날갯짓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제비의 사정이 있겠지만 먼 거리를 오고 가야 하니 제비의 비행은 오로지 하늘을 날아간다는 그 하나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요란스럽지 않고 난기류에 몸을 맡긴 채 하늘을 나는 제비. 제비는 바닥에 내려오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제비가 바닥에 내려앉은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오로지 한 철에만 제비를 볼 수 있다.


오래전 마당이 있던 집에 살 때는 제비가 처마 밑에 둥지를 늘 틀었다. 현관 밑에 제비 똥이 많아서 어릴 때는 시큰둥했다. 참새를 보며 제비를 떠올려서 참새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이제 제비는 도통 볼 수 없어서 왜 그런지 조금은 불안하다. 꽃이 있는 곳이면 꿀벌도 많아야 하지만 요즘은 꿀벌도, 나비도 거의 볼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저녁에 조깅을 하면 아카시아 향을 맡을 수 있고 밤꽃 냄새도 아직 맡을 수 있다.


참새는 바닥을 폴짝폴짝 내지는 총총 뛰어다닌다. 자기 몸보다 훨씬 긴 거리를 도움 닿기 해서 앞으로 간다. 참새는 날아다니는 것보다 바닥을 뛰어가는 것이 훨씬 가벼워 보이고 힘들어 보이지도 않는다. 만약 참새가 날지 못하는 새라면 몹시 빠르게 땅바닥을 뛰어다닐 것이다. 그러고 보니 힘들어 보이지도 않는다.


생각해 보니 닭도 사실 빠르다. 또 무섭다. 타조도 그렇고. 예전에 장재근이 타조와 겨루기를 한 적도 있었는데, 바닥에서 느리게 가는 새를 생각해 보는 게 훨씬 바를 듯하다. 비둘기 정도가 바닥에서 천천히 다닐까. 새가 된다면 어떨까. 마음껏 하늘을 날아다니는 게 좋은 것일까. 그런 자유가 있어서 좋을 법도 한데 천적에게 노출이 되어 있어서 생명을 담보로 한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오전에 새소리를 들으며 집을 나서는 건 나쁘지 않다. 주로 참새 소리지만 듣기 좋다. 동네의 뒷산에 오르면 참새 소리 말고 여러 새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그것 역시 괜찮다.



없는 게 없는 유튜브 https://youtu.be/zlqGs0FbqtY?si=ZHYZK3OE-xX8EB6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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