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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30. 2020

객기를 가진 셀카의 원조, 히로믹스

사진 이야기

여자들이 좋아하는 셀카는 누가 최초로 찍었을까. 분명 누군가 첫 시도를 했을 것이다.


사진의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 95년 당시 캐논 공모전이 있었다. 사진의 대국답게 많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공모전에 사진을 출품하였고 심사위원은 파리를 쫓는 무료한 얼굴을 한 채 이건 아니고, 이건 좀 그래, 이건 별로고, 이건 뭐야? 이런 걸 사진이라고. 하면서 휙휙 포트플리오를 넘기고 있었다.


심사위원 중에는 사진의 대부라 불리는 아라키 노부요시도 있었다.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하품을 하며 여자의 팬티를 생각하고 포트폴리오를 생각 없이 넘기고 있었을 것이다. 뭐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 포트폴리오에서 앗, 이런 발칙하고 사랑스러운 사진을 담아낸 이가 누구지? 하며 벌떡 일어나지는 않았겠지만 아라키 노부요시가 극찬한 이가 있었다. 바로 95년에 해성처럼 등장한 히로믹스였다.


히로믹스는 당시 최연소자로 공모전에 수상을 하면서 일본 사진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그녀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에 하나는 ‘코니카 빅미니’다.


히로믹스의 포트폴리오는 ‘세븐틴 걸 데이즈’라는 36페이지의 자작 사진첩으로 대상을 차지한다. 그녀가 만들어낸 세븐티 걸 데이즈는 자신의 가지고 있던 자동카메라 빅미니로 자신과 친구들의 일상을 스냅으로 발칙하게 담아냈다.


친구들은 스스럼없이 그녀에게 속옷 입은 모습과 평소의 일상에서 타인에게 들키면 안 되는 터부 같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포트폴리오의 제목처럼 17살 당시 일본 여고생의 일상 속에서 걱정, 불안, 미래, 밝음, 변칙 등의 모습이 그녀만의 방식으로 담겨 있었다.


그녀의 수상소감은 당시 압권이었다.
“전 수동 카메라로 찍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자동카메라를 썼어요.”


구도? 몰라.
초점? 몰라.
심도? 몰라.


95년도 일본의 사진계에서는 그 일을 ‘사건’이라고 부르는데 당시 심사 위원이었던 아라키 노부요시의 객기, 새로운 것을 반기던 일본 사진계의 객기, 자동카메라 한대로 친구들의 은밀한 사진을 전국적인 사진전에 출품한 히로믹스의 객기가 만났기에 가능한 사건이다.


히로믹스는 사진가로는 드물게 일본 여고생들의 추앙을 받게 된다. 현재 아주 많은 이들이 폰을 들고 셀카를 찍는 형식을 처음 채택하여 사진을 담았으니 대단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셀카의 원조는 히로믹스보다 비비안 마이어라고 말하고 싶지만 넘어가는 걸로.


이후 히로믹스의 사진 방식은 우리나라 배두나 사진집이라든가, 에프엑스의 앨범 속 사진에도 영향을 주고 있고 일본에서는 한 때 빅미니라는 카메라가 불티나게 팔렸다. 사진에서 말하는 정석을 확 깨버리면서 표현하고자 하는 사진을 담아내는데 천재라고 불렸다.



히로믹스는 우리들에게 똑딱이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했다. 방법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꾸준하게 셔터질을 하는 것, 그것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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