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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18.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25

6장 2일째 저녁

125.

 병원에서 분홍 간호사에게 건네받은 약을 하나 먹고 와서 그런지 아침에 곤욕스럽게 일어나서 출근한 회사에서처럼 심한 몸살 기운은 아니었다. 소파의 무늬가 공중으로 확 떠올라 목 없는 사람들이 눈에 보일 때 마동은 정신을 차리고 카운터로 갔다. 비가 쏟아졌고 몸이 괜찮아지니 커피가 마시고 싶었고 약간의 허기가 찾아왔다. 마동은 맞은 비를 털어내며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했다. 카운터에는 익숙한 카페의 바리스타가 인사를 건넸다. 자주 오게 되면 카페의 직원과 눈인사를 주고받게 된다. 이른 아침에 늘 가는 샌드위치 전문점처럼. 마동은 커피와 치즈 조각 케이크를 주문했다.


 “비가 많이 오죠?”라고 직원은 깨끗한 수건을 건넸다.


 “예, 뉴욕에 많은 비가 내려서 뉴스에 크게 보도가 되더니 그 비가 이곳으로 왔나 봅니다.” 마동은 수건으로 비를 털어내며 직원에게 말했다.


 “커피는 늘 드시는 맛으로 해드리면 되죠?” 직원은 마동에게 웃음을 띠었다. 직원은 40 중반의 여자로 커피를 직접 내려받고 음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통통한 몸매에 편안한 미소를 가진 얼굴을 소유했다. 카페의 주인은 아니었다. 그녀는 직원으로 일하며 커피를 맛있게 만들  있는 것을  기쁨으로 삼고 있었다. 다른 카페에 비해 나이가 있는 40 여직원 덕분에 이곳의 커피 맛은 신맛이 가미된 부드러운 맛이다. 때로는 거친 (피곤하게 보이면 그렇게 만들어준다)으로   또한 괜찮다. 여직원의 출퇴근 시간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자세하게  수는 없지만 언제나 커피를 연구하고 맛을 내기 위해 공부를 하는 모습을 이곳에서는   있었다. 나이가 어린 손님들은 이런 구석의 로컬카페에  오지 않는다. 편안하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커피를 즐기고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60 이상이었다.


 카페는 언제나 조용한 음악에 고요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때로는 비틀스의 레볼루션 넘버 나인 같은 노래도 나와서 재미있기도 했다. 진정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내는 몇 안 되는 카페 중에 한 군데였다. 분위기는 계절을 타지 않았다. 여름이라 시원한 서핀 뮤직이 나오고 겨울이라고 해서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음악이 나오는 법이 없었다. 늘, 언제나 비슷한 음악이 일 년 내내 나오는 곳이다. 카페의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한들 이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이곳 카페만이 지니는 세계에 동화될 수 있었다. 마동은 이곳에서 커피와 치즈케이크를 왕왕 사 먹었다. 고요한 모습의 카페였지만 무섭도록 내리는 비 때문인지 카페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커피가 참 맛있는데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 시원한 이름의 음료를 테이블 위에 두고 마시고 있었다. 덕분에 40대 중반의 바리스타는 몹시 바빴다. 마동은 이틀 동안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공격적으로 뱃속에다 집어넣고 싶었다. 그렇지만 마동의 뱃속에서는 사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약간의 공복이 느껴졌을 뿐, 보통의 음식 섭취를 바라는 공복은 아니었다. 마동은 이질적인 공복을 달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카페에서 커피와 조각 케이크를 먹기로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도 이렇게 커피가 생각나는 걸 보면 커피는 중독성이 강하다. 중독이 되면 끊임없이 갈구하게 된다는 말이 맞았다.


 카페의 창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보면 권태와 불만이 가득한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오늘은 비가 쏟아지는 모습뿐이었다. 마동이 늘 앉는 테이블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녀가 앉아있었고 카페를 가득 매운 대부분의 손님들이 젊은 사람들이었다. 여름방학이라 근처를 배회하다가 비 때문에 카페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젊은 손님들은 커플로 앉아있거나 여자 두 명이거나 여자 여러 명이었다. 여자 손님들이 많았고 젊은 남자끼리 앉아있는 손님은 없었다. 덕분에 카페 안은 평소답지 않게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끌벅적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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