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고만 싶은 글귀
99년 등단했지만 시집 한 권 내지 못하고 내내 시만 쓰다가 몸을 말고 그대로 별이 되어 버린 시인이 있었다.
여림이라는 시인이 있었는데 그에게 세상 전부는 동네 공터와 거기서 보는 비둘기, 하늘 같은 것들이었다.
여림의 시는 외롭고 쓸쓸하고 미치도록 사무치는데, 이상하게 그의 시를 보고 있으면 따스함 때문에 눈물이 고인다.
실업으로 고단한 하루를 보내면서도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마음으로 담았던 시인이 있었음을. 그를 위해 시가 되고픈 글귀를 남겨본다.
시인 여림은 비 고인 하늘을 밟고 갔다
가끔 비둘기 떼와 낮술을 마시기도 했던 시인은
하루 종일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 하나를 생각했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못하는 오늘을 매일 맞이한
시인은 네가 가고 나서 비가 내렸다고 했다
햇살에도 걸리고 신호등과 지나치는 모든 것에 걸려 잡상인처럼 무릎을 포개고 앉아 견뎌온 생애와 버텨가야 할 생계를 간단없이 생각한 시인
시인은 말을 하고 싶어 영원한 침묵을 택했다
가끔 비 고인 하늘은 마음의 파문을 던져
흉터가 만들어 놓은 단단한 문을 벌린다
그대가 떠나고 난 뒤 하늘에서 시가 내렸다
https://youtu.be/3I8paYxEO6w?si=Pydx3Y1mPQ9QKmhN
https://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1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