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3.
언니는 30분 정도를 가방을 끌어안고 울었다. 언니가 퉁퉁 부은 눈으로 돌아서서 세 명을 똑바로 앉게 했다. 세 명의 여중생은 몸을 벌벌 떨면서 다른 방도가 없었다. 언니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언니는 부산 출신이었다. 중학생 때 너희들처럼 가출했다. 집에서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폭행당했다. 견딜 수가 없었다. 무작정 서울로 가서 접대부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꽤 잘 나가는 텐프로에 입성을 했지만, 빚이 많았다. 그러던 중 고객을 사랑하게 되었다. 고객을 사랑하는 건 위험한 일이라는 걸 알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이 생활을 하면서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했는데, 그 남자는 다정했고 잠자리에서 배려해 주었다. 배웠다고 하는 사람치고 잠자리에서 배려하는 남자는 없었다. 그러나 이 남자는 달랐다.
밖에서도 만나는 사이가 됐고 드디어 사랑을 하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기뻤다. 그리고 그 사람의 아기를 가졌다. 워낙 마른 탓에 배가 불러오는지도 몰랐다가 병원에 가니 임신이라고 했다. 언니는 기쁜 마음으로 사랑하는 남자에게 말을 했다. 하지만 남자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남자는 알고 보니 유부남이었다. 남자는 언니에게 아이를 지우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이를 지우기에는 이미 임신한 지 몇 개 월이나 지났다. 언니는 혼자서라도 아이를 키우겠다며 아이를 낳기로 한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언니를 찾아왔지만 예전과 달랐다. 남자는 가정을 지켜야 하니 언니의 아이를 계속 지우라고 했다. 언니는 더 오기를 부렸다. 그리고 아기를 낳고 만다. 어느 날 집에서 아기를 보고 있는데 남자가 찾아왔다.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만나기 싫은 만남을 가졌고 그게 실수였다. 언성은 높아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말았다. 급기야 분노에 찬 남자가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되는 아기라며 아기의 발을 잡고 벽으로 집어던졌다. 아기는 그대로 사망하고 말았다.
언니는 그 순간 남자를 밀었는데 한 순간에 힘이 넘쳐나서였는지 머리가 테이블 모서리에 맞아서 남자도 즉사하고 말았다. 언니는 아기를 고향에 묻어 주기로 했다. 그렇게 부산에 내려오게 된 것이다. 나의 얼굴이 부산 전역 경찰에 쫙 깔렸어, 언니는 이제 경찰서에 자수하러 갈 거야. 너네가 이 아기를 만약 묻어준다면 150만 원을 줄게, 이 돈 밖에 없고 이 돈이면 너희들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할 수 있을 거야. 그 당시 150만 원은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누나와 친구들은 안 된다고 말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만약 그랬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몰랐다. 그렇게 악마의 계약이 성사되었다. 묻을 곳은 태종대로 올라가는 길 중턱에 야트마한 작은 언덕 같은 곳이 나오는데 거기서 좀 들어가서 묻어라고 했다. 작은 몸이라 묻기에 편할 것이라고 했다. 가방 안에는 모종삽이 몇 개 들어 있어서 그걸로 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다음 아침에 언니는 자수를 하러 간다며 누나와 친구들에게 부탁을 하고 떠났다. 세 명은 가방을 들고 얼빠진 모습으로 택시를 잡아타고 태종대로 갔다.
세 명의 몰골은 대역죄인 같은 거지꼴이었다. 비 맞은 후 그대로 몸을 말리고 씻지도 못하고 잠도 못하고 머리도 못 감아서 엉망진창이었다. 택시기사에게 대충 장소를 말하니 거기에 데려다주었다. 세 명은 그렇게 가방을 들고 그곳에 가서 모종삽으로 가방을 대충 묻었다. 그저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뿐이었다. 세 명은 가방이 보이지 않은 것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내려오면서 차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택시가 다니지 않았다. 세 명은 걸어 내려오면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지나가는 모든 차에 손짓을 했다.
그때 봉고차 한 대가 그녀들 앞에 멈췄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타라고 손짓했다. 세 명은 이것저것 잴 것 없이 그대로 봉고차 안으로 들어갔다. 봉고차 안은 무슨 청소도구가 가득했다. 앞에 앉은 아저씨가 몰골은 왜 이러냐? 가출했냐?부터 많은 것을 물었다. 돌아가면서 대답을 하다가 점점 졸음이 쏟아졌다. 고개가 닭처럼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세 명은 잠이 들었다. 누나는 악몽을 꾸는지 잠꼬대까지 했다. 어느 정도 달렸을까 앞에 앉은 아저씨가 누나의 팔목을 팍 잡았다!!라고 때에는 평상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향해 다가와 누군가 팔목을 잡으며 웍! 하고 소리를 질렀다. 모든 아이들이 놀라서 자빠질 뻔했다.
윤희야 일어나라 아침이다. 라며 누나는 엄마가 깨웠다며 이야기가 꾸며낸 이야기라고 했다. 아이들은 듣는 내내 숨을 죽이고 들었다. 윤희 누나가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그저 빠져들었다. 누나는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야, 실은 진짜 살인마가 있었는데 이 동네로 와서 여기에 살고 있다며 우리의 심장을 다시 한번 놀라게 만들었다. 여름방학에는 꼭 비가 내렸다. 그럴 때면 우리 만의 이벤트가 펼쳐졌다. 생각해 보면 비가 오는 날 누나는 어떻게 알고 평상으로 나와서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는지 신기한 일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