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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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그럴게 기억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이한 일은 며칠 뒤에 일어났다. 누나가 그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에 동네에서 한 집의 아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더 이상한 던 그 애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 늘 같이 놀았다고 하는데, 그 애를 알고 있는 아이들이 없었다. 동네의 골목은 네 군데가 있다. 원형의 공터를 기점으로 네 군데의 골목이 있고 그 골목들 안에 집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이사를 가면 동네 사람들이 다 알 것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았다. 앞뒤 집 정도만 알고 동네 사람들이 다 알지는 못했다.
그러나 통장 집을 기점으로 동네는 집집마다 인원수나 단속 같은 것에 철저했기에 사라진 아이가 누군지 알 수 있을 텐데, 나도 다른 아이들도 그 애가 누군지 알지 못했다. 그 애가 사는 집은 세 번째 골목(골목 중에서 가장 길다. 다른 동네로 이어지는 골목)의 거의 끝 집에 산다고 했다. 세 번째 골목에 살고 있는 아이들도 공터에 나와서 대부분 같이 놀았기에 그 사실을 모를 수가 없었다. 누나의 이야기로 살인범은 아이들을 잡아서 죽이고 살가죽을 벗기는 살인마라고 했다. 거짓말이라고 누나를 놀렸지 만 신문에 그런 기사가 났기에 살인마를 생각하니 굉장히 무서웠다.
소문으로는 그 아이가 사라진 건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 집에 살고 있는 남자어른은 그 애의 아빠 밖에 없었다. 우리는 정말 무서웠다. 동네의 분위기도 흉흉했다. 공터에서 놀다가도 저녁 7시가 되면, 아직 어두워지지도 않았는데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면 엄마는 놀라면서 이 시간에 벌써 집에 들어오고 철이 들었나 보네, 같은 말을 했다. 해가 떨어지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 애는 밤에 사라졌다고 이야기가 있었다. 평상에 앉아서 놀고 있는데 두 살 많은 형이 그런 말을 했다.
그 형은 우리에게 이렇게 무섭게 벌벌 떨지 말고 그 집에 한 번 가보자, 정말 그 애가 사라졌는지, 마을에 떠도는 소문이 진짜인지 한 번 알아보자,라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등에서 땀이 죽 흘렀다. 아무도 그 집에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형이 호기심에 발동을 걸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등에서 땀이 죽 흘렀다. 아무도 그 집에 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형이 호기심에 발동을 걸었다. 한두 명이 가면 무섭지만 우리는 인원수가 많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어른이라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없다.
게다가 나(형)는 합기도도 배우고 있고, 여기 태권도도 잘하는 애들도 있다. 만약 어른이 우리에게 덤비면 우리 모두가 덤비면 된다. 처음에 싫다고 하던 아이들도 하나 줄 흥미가 붙었는지 해보자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두 살 많은 형은 동네 친구의 친형으로 동생보다 덩치가 작았지만, 정말 싸움을 잘했다. 한 번은 우리 모두에게 덤벼보라고 해서 모두가 형에게 덤볐다가 전부 두드려 맞았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우리는 다섯 명이 한꺼번에 덤볐는데 발차기에 두 명이 맞아서 나가떨어지고 나머지 세 명은 주먹에 나가떨어졌다. 무엇보다 손과 발이 빨라서 보이지 않았다. 발차기는 합기도에서 배우면서 손기술도 연마했다. 굉장한 형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약속을 하고 직접 그 집에 가보기로 했다. 매일 모여서 한 시간씩 훈련을 했다. 어른들의 눈에 띄면 안 되기에 방송국 뒤편의 무덤가에서 우리는 형과 함께 훈련을 했다. 그곳에 우리의 훈련 장소였다. 훈련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에게 등짝을 맞아야 했다. 옷이 걸레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일주일 동안 훈련을 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함께 형을 따르는 것에 이질감 같은 게 들지 않았다. 우리는 형만 있다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형을 중간에 두고 빙 둘러싼 우리는 한꺼번에 덤벼들어도 형에게 전부 맞아서 나가떨어졌다. 우리는 작전을 짜고 몇 명이 형을 붙잡거나 끌어안고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근접거리가 가까울수록 형의 공격 범위 안에 들어간 아이들은 더 심한 타격을 입었다. 그중에 나도 속했다. 이제 여름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에 실종된 애가 있던 집을 확인해 봐야 했다. 우리는 그날을 목요일로 정하고 그날 다 모이기로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가장 나이가 어린애는 마지막에 서 있다가 동네로 달려가서 어른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해서 평소에 잘 가지 않던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우리가 사는 골목은 늘 청소를 해서 그런지 몰랐는데, 이 골목에는 잡초가 블록 사이사이에 많이 자라 있었다. 누군가 손으로 뽑아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고 있었다. 보통 골목에 붙어사는 집들이라도 자기 집 앞은 청소를 잘하는 편인데 여기 골목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그 무시무시한 집 앞에 도착했다. 그 집은 마당이 없고 골목에 달린 문을 열면 바로 부엌이 나오고 부엌을 통해 방으로 들어가는 집이었다.
문을 누군가 두드려야 했다. 하지만 그럴 용기가 좀처럼 나지 않았다. 귀를 갖다 대 보아도 우리처럼 어린이의 인기척은 없었다. 하지만 이 안에 분명 누군가가 있다. 문을 좀 더 세게 두드렸다. 드디어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누구야! 하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문을 드르륵 열렸다. 그리고 흰색 러닝셔츠만 입고 있는 키가 몹시 크고 머리가 헝클어진 괴물 같은 모습의 남자가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형은 도망쳐서 가버렸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못했다. 누나가 가출을 해서 언니를 만났을 때처럼 우리는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어떤 아이는 서서 소변까지 지렸다.
그렇게 우리가 믿었던 형은 우리를 버리고 사라지고 말았다. 벌벌 떠는 우리들을 집으로 들어오게 한 아저씨는 케이크와 함께 델몬트 주스를 하나씩 주었다. 아저씨는 혼자 살고 있었고 야근 때문에 아침에 들어와 잠을 자고 있었다. 아저씨는 집이 다른 지역인데 일 때문에 이곳에 와 있는 거였다. 아저씨는 집에 있는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었다. 4,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예쁜 딸이었다. 아빠 등에 올라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사라진 어린이에 관한 건 소문이었다. 우리는 그날 이후 아저씨와 친해졌고, 그 형과는 멀어졌다. 그 형 지금도 잘 지내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