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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수필

손톱으로 하늘을 할퀴었다

손톱과 손톱깎이

by 교관

손톱을 깎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손톱이 또 자라 있었다. 손톱은 분명하게 발톱보다 빨리 자란다. 손톱이 자랐을 때 깎지 않으면 지저분하다. 잘려나간 손톱을 보고 있으면 경쾌함이 드는 동시에 결락감도 든다. 저런 것이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니 하면서. 시원섭섭한 것이다.


손톱깎이가 없었던 옛날에는 어땠을까. 이 닦는 건 어땠을까. 눈썹 정리는? 이런 걸 다루는 사극이나 다큐가 나오면 재미있겠다.


나는 손톱이 조금만 자라면 바로 깎아 버린다. 손톱이 사람들에게 드러나기 때문에 지저분하면 좀 그렇다. 손톱을 바로 깎은 후에 키보드를 두드리면 불편하다.


미묘하지만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이 불편하다. 마치 자판이 손톱과 피부 사이를 건드리는 느낌? 아무튼 손톱을 깎은 후 바로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20분 정도가 지나면 키보드를 두드리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니까 손톱이 자라지도 않았지만, 깎은 다음 바로 키보드를 두드리면 이상한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이게 인생인가? 싶기도 하다. 손톱을 깎기 위해 여러 손톱깎이를 사용하다가 빅토리녹스 손톱깎이를 구입해서 아직 잘 사용하고 있다.


빅토리녹스 손톱깎이는 견고한 데다 예쁘고 케이스도 있다. 몇 해 전에 구입할 때에는 만원 정도 해서 열 개를 구입해서 느닷없이 선물을 줘야 할 때 사용했다. 대부분 만족해서 나도 좋았다.


요즘은 이 디자인은 나오지 않고, 너무 비싸졌다. 장점과 단점은 너무 잘 깎인다는 것이다. 손톱깎이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니 단문의 글을 적었다가, 그 글을 길게 늘어뜨려 짤막한 단편 소설을 만들었다. 또 그러다가 단편소설을 좀 더 길게 늘어뜨려 중편소설로 만들었다.


편집자가 괜찮다며 편집장에게 올렸는데, 청불 내용이 있어서 세상 밖으로 나오지는 못하게 되었다. 손톱을 계속 길러 기네스북에 오른 사람도 있고, 손톱을 물어뜯다가 손가락까지 다 먹어버린 한 외국의 어린이도 보았다.


손톱이란 정말 기묘하다. 손톱은 무슨 역할을 할까. 손가락에 붙어 있을 때에는 잘 모르겠지만 손가락에서 떨어져 나가는 순간 찌꺼기가 되어 그냥 쓰레기 통으로 들어간다. 그 간극이 멀고도 짧아서 설명하기가 애매하다.


손톱은 [까슬까슬]라는 말과 잘 어울린다. 손톱이 있어야만 살갗이 바늘처럼 삐죽 비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잡아서 뽑아 버리자니 살갗이 죽 딸려 나올 것을 알기에 가만 두면, 신경이 온통 그쪽으로 쏠린다.


놔두기도 이상하고 뽑아내기에도 이상한 그것은 손톱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손톱이 조금 자라서 손톱을 깎다가 손톱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봤다. 손톱이라는 게 붙어 있는 손가락 길이와 크기만큼, 딱 그만큼 붙어 있다.


중요한 건 손톱은 손톱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뭐든 자기 자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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