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이다. 이번 시월은 다른 해의 시월과는 많이 다르다. 가을이라 맑고 청명한 하늘이 보이고 화창해야 하지만, 시월 내내 흐리고 비가 내리고 있다. 그리고 초겨울만큼 추워서 사람들은 이미 겨울 외투를 꺼내 입고 다닌다.
사람들은 다들, 살면서 하나의 소중한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지만 그것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설령 운 좋게 그것을 찾았다고 해도 실제로 찾아낸 것의 대부분이 치명적으로 손상되어 있다고 하루키는 말했다.
생각해 보면 손을 뻗어 겨우 잡은 그것들은 언제나 완성된 모습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그것을 찾고 추구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인간이란 살아가는 의미 자체가 사라져 버리게 된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조금은 추워 보이지만 평온했다. 그들은 권태 때문에 조금은 피곤해 보였지만 그것대로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뉴스 화면 속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다. 눈물을 흘렸고 주저앉았고 쓰러져갔다. 이곳과 저곳은 같은 곳이지만, 이미 이 세계는 눈에 드러나지 않는 아파르트헤이트가 작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스토옙스키의 [죄 와 벌]을 매일 필사하는 사람이 자주 찾아왔다. 그 사람이 쓰고 있던 소설을 보여주었는데 흥미로웠다.
공모전에 출품을 권유했지만, 그는 자기만족으로 글을 쓰면 족하다고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치도록 좋아하는 [죄와 벌]을 몇 번이고 필사한다고 했다. 신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을 더할 나위 없이 우아하게 묘사한 도스토옙스키. 신이라는 건 실은 인간이 만들어 낸 창조물인데 그 신이라는 존재에게 버림받은 인간이라니. 이런 모순이 인간사회를 보는 것 같았다.
도스토옙스키는 그 속에서 인간을 발견하는 것이다. 때마침 라디오에서 블로섬 디어리의 [섬 원 투 와치 미]가 흘러나온다. 도스토옙스키도 죽고, 블로섬 디어리도 죽고 없지만, 그녀의 노래는 살아있고, 그의 글도 살아서 이렇게 살아 있는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 우리는 모순의 패러독스 속에서 무모순을 찾아가는지도 모른다.
As I Am (아름다움) https://youtu.be/uZr2OAzSCZ4?si=Ab0ZXmm8xOsW-kz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