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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29. 2020

옷을 촌스럽게 입는다는 것

일상 에세이




옷을 촌스럽게 입(는)은 사람을 보면 참 안타깝다. 패션리더가 있으면 패션 테러범도 존재한다. 나 역시 옷을 촌스럽게 입는 스타일이라 그런 사람을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나는 대체로 체육복을 입는 경우가 많고 여름에는 늘 반바지이고 겨울에도 반바지에 레깅스를 입고 있는데 저녁에 그 복장으로 바로 조깅을 하고 갈아입기 편하기 때문에다. 특별히 복장을 신경을 쓰고 일을 해야 하지 않기 때문에 혐오감을 주지 않는다면 늘 이런 복장이다. 

옷을 촌스럽게 입는 시람이 기껏 차려입었다고 입고 나왔는데 촌스러우면 상대방까지 우울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여름에 샌들에 발목 위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신는다던지 하는. 

그런데 촌스러움도 그 개체가 상상 이상 되면 또 해볼 만하다. 괜찮다는 것이다. 요컨대 할머니들이 우르르 모여있는 곳에서 할머니들의 여름옷들을 보면 컬러가 난해하다. 

지정할 수 없는 색채다. 마치 러브 크래프트의 '우주에서 온 색채'처럼 형용할 수 없는 컬러다. 알록달록한데 그 색에 다가가면 알록달록이라는 짧은 단어로 함축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세계가 있다.

패션 블루.
카마인 레드.
오페라 바이올렛.
러시안 퍼플.
퍼머넌트 옐로 딥.
같은, 알 수 없는 단어로 불러야만 할 것 같다. 

이런 지정할 수 없는 컬러가 왕창 모여있으면 그 나름의 세계를 만들어 버려서 촌스럽네,라고만 단정 지을 수 없다. 그 세계에는 '나도 여자야' '우리는 꽃과 같은 존재' '지금부터라도 예뻐질 테다' 같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실 우리 한국인은(나부터도) 입는 옷에 있어서 컬러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유럽의 막 자란 토마토 같은 녀석들도 형형색색의 난방이나 바지를 입고 길거리를 막 뒹구는데 우리는 단색 또는 단색과 좀 더 연한 단색으로 살아왔다.

포마드로 머리를 넘긴 예전의 나이 든 멋쟁이 신사들은 백구두를 신었다. 패션은 자신감과도 결을 같이 한다. 여자와 데이트가 원활하려면 입고 나온 옷을 칭찬하라고 하루키는 말하고 있다. 옷이 예쁘고 잘 어울린다는데 싫어할 여자는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보이기 위해 일어나자마자 몇 번이고 다른 옷과 비교해가며 입어보고 고민을 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촌스럽게 입는 것이란 머릿속에 떠오르는 옷차림이 아니라, 장소에 맞지 않는 패션도 촌스럽게 보일 수 있다. 멋지게 차려 입고 누가 봐도 세련된 옷차림의 그 사람도 농사짓는 곳에 가서는 그런 옷차림은 촌스럽기 그지없다. 그렇게 입고 밭일을 할 수 있겠어? 촌스럽게.

옷을 촌스럽게 입어도 스타일이 되면 유행처럼 퍼질 수 있다. 요컨대 스티브 잡스처럼 말이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 하나 정도 편하고 괜찮다면 촌스럽게 입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멋지기만 한. 사진의 컬러 버전을 찾지를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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