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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22.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59

7장 당일

159.

 디렉트 메시지: 그런데 말이야.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다른 의식의 소리가 나에게 온 거야. 사람들 의식의 이명을 뚫고 이질적인 하나의 의식이 나에게 직접 전달되었어. 그 소리는 인간이 하는 말처럼 들리지 않았어. 물론 우리의 언어로 의식을 나에게 보냈지만, 뭐랄까 깊은 동굴에서 이제 갓 말을 배운 아이가 하는 말처럼 들렸어. 중요한 것은 그 의식이 직접 나에게 다가왔다는 거야. 이질적인 문법으로 또렷하게 나에게 말을 걸어왔어. 기이한 그 의식은 자신의 의식을 자의로 나에게 전달한 거야 소피.


 디렉트 메시지: 그렇다는 건, 동양의 멋진 친구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말이 되겠어. 변이 하는 존재가 혼자가 아니라는 말이야 그렇지?


 다른 시간은 동시에 흐르는데 소피와 마동은 다른 공간에 있었고 두 사람은 비슷한 공감을 형성해가고 있었다.      



 [당일]

 “당신은 내일부터 시간의 묘한 뒤틀림 속에서 연속성을 거슬러 오를 수 있어요. 때로는 상대방의 무의식을 엿들을 수 있고요. 타인의 의식 세계에서 들어갈 수도 있어요. 그것이 원래 당신의 모습이에요. 당신은 이제 당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거예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말한 여자가 마동에게 안겨서 속삭였다. 무슨 말을 하는지 무기질의 말처럼 들렸고 육체노동을 많이 한 것처럼 마동은 힘이 들었고 그럴수록 그녀의 닿을 수 없는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사라, 그게 무슨 말이죠?” 마동은 숨을 참아가며 말했다. 하지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온몸으로 마동을 안아주고 있을 뿐이다. 그녀가 지금 하는 말의 단어를 일렬로 죽 늘어트려 놓은 다음 하나씩 되짚어 보려고 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말을 제. 대. 로. 풀어서 해석해야 할 것 같았지만 지금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전해주는 또 다른 세계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녀의 깊은 곳은 수많은 세대를 거쳐 만들어진 단단하고 신비스러운 문명의 템플 같았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일단 그곳에 닿아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닿아보면 된다. 그러면 된 것이다.


 그녀에게서 건너온 흥분이 마동의 몸속에 남아 있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하여 지금 당장 해석을 해야 할 존재양식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는 마동에게 안겨서 그의 등을 정갈한 손톱으로 누르면서 알아듣기 힘든 말을 계속했다.


 “과거로 가게 돼요.”


 “이봐요, 사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엉덩이를 마동에게 바짝 밀착시켜 시냅스와 시신경, 세포의 움직임과 유전자 그리고 무의식과 에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마동은 모두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뿐이었다. 마동이 일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말이기는 했지만 시신경과 시냅스 사이에 무의식이 지접 하여 변이 한다는 말은 생소했다. 무의식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의 가상공간으로 여기로 있었다. 마동이 해내고 있는, 망가진 꿈의 채취는 무의식의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뇌의 어딘가, 의식 속에 망가진 채로 숨어있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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