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이면 힘들지만 모순에 모순에 모순이 덮이면 그게 모순인지 모르게 된다.
어쩌면 음식도 그럴지도 모른다.
온통 모순으로 뒤덮여 있기에 그게 모순인지 모르고 먹다 보면 맛있다고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해가 비쳤다.
며칠 만인지 모르겠다.
해가 바치니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 밝아진다.
마음이 밝아진다는 건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모순이다.
모순이 없는 곳이 없다.
전부 모순이다.
모순의 맛을 보지 않고서는 현실을 직시할 수 없다.
좋은 글이라고 열심히 작성해 봐야 사람들은 보지 않는다.
이 글을 봐주었으면 하지만 마음처럼 사람들은 내 글에 관심이 없다.
그저 쓸데없는 허튼 글을 올리면 사람들은 좋아서 조회 수가 몇 만씩 터진다. 모순이다.
약속을 하면 어어 하는 느낌이 들면서 여지없이 깨진다.
그리고 깨진 약속 때문에 안도한다.
도대체 나는 왜 기대에 찬 약속이 깨지는 것에 안도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까.
이것 역시 강력한 모순이다.
스레드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카페에서 자신의 음료를 들고 가다가 글쓴이의 테이블에 자기가 부딪쳐 음료를 쏟았는데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다는 것이다.
음료를 쏟은 사람은 여자로 이십 대 초반인데 쏟은 음료가 글쓴이가 앉아 있어서 옷에 다 튀었음에도 사과를 한다거나 닦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그때 카페 직원이 와서 글쓴이의 옷에 묻은 음료를 닦고 쏟은 여자에게 다시 음료를 드릴까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하도 괘씸해서 막 따져 물으려고 했지만 일행이 말려서 참았다.
그때 여자의 친구가 카페에 들어오니 그쪽으로 가서 음료 쏟은 이야기를 하며 까르르 웃었다.
정말 모순이다.
숏츠와 메시지로만 관계를 맺은 탓일까.
음료를 쏟았음에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모순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예전에 비해 모순이 아무렇지 않게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너무 많이 일어난다.
모순은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서 일어난다.
사랑으로 충만해야 할 가정에서 학대가 일어나고 폭행이 자행된다.
예전에 비해 많이 근절되었다고 하지만 그건 휴대폰 덕분에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서 그렇게 보일 뿐이다.
같은 양인데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고작 드러났을 뿐이다.
얼마 전에 부부가 4개월 된 아이를 모질게 학대하고 죽여 버린 사건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이런 모순은 사람을 싫어하게 만든다.
모순은 인간 사회에 국한된 것만도 아니다.
자연도 모순이 가득하다.
사월에 눈이 내린다거나 시월에 눈이 내려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이제 이런 모습도 그저 놀랍지 않다.
그 말은 어지간한 모순에 내성이 생겼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모순이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아마 모순이 가장 많은 곳은 영화 속이다.
하지만 영화는 현실을 비틀어서 말하고 있으니 현실의 모순을 모순으로 다시 뒤집는 곳이 영화 속 세상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없어지지 않고 다루는 이야기는 사랑이다.
사랑이야말로 모순이다.
트윈 픽스 시즌 2에도 이런 대사가 나온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항상 밝은 빛이 비치는 것 같고 황해야 하는데 늘 그럴 수는 없는 거 같아. 마음이 영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웃기지?]
사랑은 아름답고 행복하며 늘 기분이 좋아야 하지만 사랑을 하는 순간 불행에 지고 집착하게 되고 이 사랑이 깨질까 두려움에 떤다.
삶 자체가 모순이다.
모순을 받아들이고 나면 받아들이기 전보다 조금 편하다.
길거리를 지나가면서 사람들을 보면 키가 전부 다르고 얼굴이 다 다르다.
잘 생겨봤자 아무 쓸모가 없다지만 못생긴 건 더 쓸모가 없다는 말처럼 받아들이고 나면 좀 수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