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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13.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81

8장 3일째

181.

 병원비는 얼마나 나오는 것일까. 이 병원 안에 수면실이라는 방이 있기나 했을까.


 하지만 이미 병원의 놀라움을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마동은 검사실을 따라갈 때처럼 분홍 간호사의 뒷모습을 보며 수면실로 따라갔다. 조금 전의 그 복도를 걸었다. 역시 꽤 긴 복도였다. 대기실에서는 이 복도가 완벽하게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 이 복도는 대기실에서 전혀 보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역시 그만두었다. 생각하고 그만두기를 반복했다. 병원 안에서 의구심을 가지고 생각을 해봐야 풀지 못하는 수학 문제처럼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분홍 간호사가 걸어가는 보폭을 줄이고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마동은 분홍 간호사의 등에 부딪혔다. 푹신했다. 부드러웠다. 낯설지 않은 향이 마동에게 전해져 왔다. 꽤 한 동안 맡았을 법 한 체취였다. 마동은 분홍 간호사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분홍 간호사는 변하지 않는 분홍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검사실의 근처에서 또 다른 문을 분홍 간호사는 열었다. 기하학 문형의 벽지가 붙어있는 방이 있고 내부는 마치 캡슐처럼 보였다. 누에고치의 몸속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병원에 이런 방을 만들어도 괜찮은 겁니까?”


 그러자 분홍 간호사는 뭐 그런 당연한 질문을 하는 거죠?라는 눈빛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실로 다양한 바이러스와 병에 시달리고 또 그에 대항하고 있습니다. 불면이 가져오는 생활의 불편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습니다. 병원들은 그간에 다양한 노력으로 불면을 치료하려고 했습니다. 각 가정으로 돌아가고 나면 환자들은 불면을 지니게 됩니다. 자신이 가장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공간에서 불면을 맞이하는 것이죠. 그것에서 오는 괴리가 큽니다. 제일 편안하게 쉬어야 할 곳에서 잠들지 못한다면 어디에도 갈 곳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집안 구석구석 붙어있던 불면의 덩어리가 천장을 타고 벽면을 기어 내려와서 환자의 몸을 덮치는 것이죠.”


 틈을 두었다.


 “많은 사람들이 불면을 겪으면 그 시간에 다른 생산적인 활동이나 책을 읽으면 된다지만 불면은 그 일련의 행동을 싫어합니다. 그것도 무척이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불면이 오면 잠의 세계로 가지 못하고 현실의 세계에서도 불면에 지배당해 어떤 활동도 못하게 되죠. 그러면 사람들은 불면에 대한 공포가 서서히 커져서 괴로워합니다.”


 흠.


 간호사는 내가 의사에게 하는 말을 문 밖에서 전부 들었을까.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럼에도 간호사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불면이라는 새로운 질환은 나름의 진화를 계속 해왔습니다. 불면은 환자들의 뇌가 불면에 귀속되는 순간을 노려 불면증을 점점 증식시킵니다. 도리가 없어요. 불면증을 호소하는 많은 분들이, 언제나 잠을 제대로 들지 못하는 집과는 다른 곳이지만 이곳에서 편안함의 세계로 들어가게 도와주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불면에 시달리는 분들이 잠을 편안하게 푹 잠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잠이라는 건 오래 자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질 좋은 잠을 자는 게 중요합니다. 깊게 잠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위가 어두워야 해요. 자, 이리로 들어오시죠. 고마동 씨.”


 방 안으로 들어서니 천장이 낮았다. 아니 낮아졌다고 해야 하는 표현이 맞다. 마동의 키 정도로 천장이 낮아져서 마동은 약간 허리를 굽혔다.


 “무슨 장치가 숨어있는 것이죠?” 마동의 말에 분홍 간호사는 미소만 더욱 진하게 만들고는 마동을 침대로 안내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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