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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09.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08

9장 3일째 저녁

208.

 철탑 밑으로 많은 동물들이 지나다녔다. 마동처럼 그 밑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도 했다. 철탑의 꼭대기에는 무시무시한 전선의 갈래들이 보였다. 머리카락이 수세 구멍에 버려진 것처럼 엉켜있어서 쉬이 철탑에 오른다거나 그 무시무시한 전선에 손을 뻗어 만진다는 의식이 사람에게 생겨나게 하지 못하는 위엄이 있었다. 철탑이라는 구조물은 그 위용만으로 사람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몇 안 되는 철골구조물이다. 철탑은 인간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구조물이다. 그 역할은 인간생활의 편리를 도모하지만 인간 가까이에는 다가오지 못한다. 그것이 바로 철탑이라는 것이 송전선의 지지물로 사용되는 이유다.


 마동은 대학에서 건축과의 토목건설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교수는 철탑에 대해서 강의를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공이 아니라서 딴짓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했다. 마동은 철탑이 아주 흥미로웠다. 교수가 하는 말, 단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교수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젊은 교수였다. 환경공학 교수였는데 어쩌다가 철탑에 대해서 강의를 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교수의 손은 하얗고 여자 같은 손가락 마디를 지니고 있었다. 손가락 마디에 수염처럼 검은 털 몇 가닥이 길게 나 있었다. 학생들이 대부분 듣지 않아도 혼자서 강의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덕분에 마동은 베키의 눈동자를 하고 수업을 들었다.


 “철탑이라는 것은 말이죠, 송전전력, 전압, 지형 등에 따라 산속이나 들판, 사람들이 없는 외곽지역에 세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보기 흉하고 큰 철골이 마을이나 시내에 세워진다면 사람들은 인상을 쓰겠죠. 철탑의 높이는 대부분 60미터 정도 됩니다. 60미터에서 그 이하로 있지만 거대한 거인 로봇의 뼈대처럼 보여서 높이와 크기를 떠나서 사람들은 철탑에 쉽게 접근하지 못합니다. 송전선의 철탑은 보통 3상 2회선, 6개의 전선을 애자로 지지하고 있고 철탑 사이의 거리는 20~30미터 정도 됩니다. 철탑에 가설한 전선의 지표로부터 최저 높이는 전기설비기술에 의해서 정해져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정해져 있는 무엇인가에서 벗어나면 더 이상 인간을 편리하게 해주는 유용한 철탑이 아니라 그저 거대한 철골구조물일 뿐이죠. 그러니까 거대한 뼈대로만 이루어진 천덕꾸러기인 것입니다. 철탑은 15만 볼트의 선로의 경우는 6미터 정도가 됩니다. 보통 선로가 넓은 강이나 깊은 계곡을 건널 경우에는 경간이 생깁니다. 따라서 작은 것 또는 배전선이나 전화선의 지지물로써 단일 기초 위에 세우는 철주가 있습니다. 이러한 관념체이기 때문에 인간은 철탑이라는 것에 대부분 쀼루퉁하거나(이런 말은 교수가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아마도 수업에 집중을 하는 학생들이 없었기 때문에) 무관심하죠. 철탑 가까이는 가지 말라고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교육을 받습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그것’은 위험하다, 홀라당 타버린다. 같은 말을 듣습니다. 어쩔 수 없이 도심지에 반드시 필요한 철탑은 주위 어딘가에 세워져 ‘고압전류 위험’이라는 푯말이 늘 붙어 있습니다.”


 털이 붙은 하얀 손가락의 교수가 강의 중에 한 말이었다.


 아마도 한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자신의 삶에 철탑이라고 불리는 구조물을 들여놓지 않는 인간이 대부분이다. 철탑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인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고속도로나 어딘가에서 눈으로 봤지만 스쳐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람들은 모여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철탑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누구 하나 철탑에 관심을 가지는 인간은 없다. 관련된 사람들을 제외하고 인간은 철탑을 인간의 범주에서 빼. 버. 렸. 다.


 철탑이 어느 순간엔가 땅에서 발을 들어 쿵쿵하며 서서히 걸어서 인간들에게 다가와 ‘이것 보라구 인간들, 나 말이야 너희를 위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휑한 곳으로 외롭게 너희들의 안위를 위해서 언제나 봉사를 하고 있었어, 너희 따위에게 멸시받을 이유가 없어!’라며 인간의 집을 발로 밟거나 도심지로 뛰쳐나와서 인간을 놀라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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