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Aug 23. 2020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노래

음악 이야기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 세계는 기근과 내란으로 아이들의 목숨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서 노래로 세상을 바꾸려고 했던 가수들이 있었다. 보브 딜런이 그랬고 제니스 조플린이 그랬다. 지미 핸드릭스가 그랬고 엘튼 존이 그랬다. 악동에서 벗어난 메시아적인 모습의 존 레넌 역시 그랬다. 우드스탁을 비롯해서 전 세계에서는 무저항 운동으로 광장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모여들어 자유를 외쳤다.


하 지 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치 않았다.

체재라든가 이념 같은 벽은 너무 크고 두터웠다.

(후에 핑크 플로이드가 그 벽을 허무는 노래를 불러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80년대까지 갔지만 세계는 여전한 전쟁과 기근이 이어졌다. 굶어 죽고 병들어 죽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아이들이었다. 모타운의 수장 격이었던 퀸시 존스와 마이클 잭슨이 그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마이클? 무슨 방법이 없을까? 그래서 마이클과 퀸시 존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위대한 가수 한 사람이 세계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위대한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면 세계는 분명히 노래로 바뀔 수 있다고 믿고 그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게 된다.

지구에서 가장 자존심이 강한 45명의 팝스타가 퀸시 존스의 말에, 세계를 구하는 일에 동참하라는 말에, 그들은 스케줄을 다 버리고 퀸시 존스의 녹음실로 모여들었다. 그것이 위 아더 월드의 첫 시동이었다. 그들은 굶주린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위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한 곳에 모으기로 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만만찮았다.

서로 부르려고 하는 파트가 겹치고 엉망이었다. 당시에 팝스타는(지금도) 스포츠 스타보다 더 우월했고 영역이 확실했다. 티타 터너, 브루스 스프링스턴, 스티비 원더, 신디 로퍼 등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와 자존심으로 세계의 자리에 우뚝 섰다. 정말 녹음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때 아이들을 좋아했던 마이클 잭슨과 퀸시 존스는 지금 여러분들이 부르는 노래는 세계를 바꿀 것이다. 굶주리고 등이 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다투는 건 옳은 일이 아니다. 그 아이들은 우리의 아이들이며, 단지 그들은 그렇게 태어난 것뿐이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 어떤 파트가 됐던 노래를 불러달라. 그 한 마디에 팝스타들은 헤드폰을 쓰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라이오넬 리치와 스티비 원더의 시작으로 그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신디 로퍼의 풍부한 음역을 보탰고 무엇보다 마이클 잭슨의 감성이 위 아더 월드에 녹아들었다.

우리는 하나의 세계이며 우리는 같은 자손입니다, 우리는 함께 밝은 미래를 만들어야 할 사람들이니 진심으로 베풀어요,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구원한 기회입니다.

https://youtu.be/M9BNoNFKCBI

세기의 스타들이 한 곳에 모여 위 아더 월드를 불렀다


전 세계 사람들은 위 아더 월드를 듣고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그렇게 2억 달러를 모금해 아프리카 난민을 도왔다. 노래가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노래가 진정 위대하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흘러, 2010년 아이티에는 지진으로 해일이 덮쳤다. 아이티는 지진 해일로 수많은 인명의 목숨이 사라졌다. 보쉬의 지옥이 있다면 그것이었다. 해일은 아이티 사람들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퀸시 존스는 25년 만에 다시 한번 위 아더 월드를 재 구성하게 된다. 셀린 디옹을 부르고 나탈리 콜을 불렀다. 카니에 웨스트를 불렀고 악동이었던 져스틴 비버를 부른다. 전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팝 가수 75명을 불러 모아 아이티의 재건에 도움을 줄 것을 당부한다.

하지만 퀸시 존스는 고민에 휩싸였다. 마이클 잭슨이 죽었던 것이다. 아무리 배치를 해도 마이클 잭슨의 파트는 그 누구도 해 내지 못 하는 것이다. 퀸시 존스는 문을 열고 빛이 한 곳에 비치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마이클이 누워 자고 있었다. 그리고 마이클을 흔들어 깨웠다.

이봐, 마이클, 푹 잠들어 있는데 정말 미안하네. 이번에 다시 위 아더 월드 아이티를 부르게 되었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네의 파트가 비어 있어. 잠시 깨어나서 그 부분을 불러주게. 자네의 목소리는 아이티의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네.

퀸시 존스는 잠들어 있던 마이클 잭슨을 깨워서 위 아더 월드 아이티에 합류시킨다. 그렇게 해서 지구 상의 어벤저스가 탄생해서 아이티의 아이들을 위해서 노래를 부른다. 라이오넬 리치가 첫 시작을 알렸던 예전에 비해 조금은 불안하지만 자신감으로 져스틴 비버가 스타트를 끊는다. 신디 로퍼의 풍부했던 음역은 셀린 디옹의 폭발하는 음역으로 대처한다. 그리고 75명의 팝 가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서 위 아더 월드를 부른다. 특히 아이티 가수는 정말 혼을 다해서 노래를 부른다. 그들의 뒤에는 잠들어 있다가 깨어난 마이클 잭슨이 노래를 받쳐준다.


https://youtu.be/Glny4jSciVI

또 한 번 위 아더 월드 아이티를 부르기 위해 팝스타들이 한 곳에 모였다


혹자는 노래가 그저 노래 일 뿐이라고 하겠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다름 아닌 노래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 중간에는 잠들어 있다가 아이들을 위해 깨어나서 노래를 부른 마이클 잭슨이 있었다. 그는 진정 아이들을 좋아했고 사랑했다는 것을 노래를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위대한 노래가 있다면 바로 위 아더 월드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없었을까. 92년도에 신해철이 작사, 작곡한 ‘내일은 늦으리’가 대한민국의 가장 잘 나가는 가수들의 입으로 불렸다. 봄여름 가을 겨울로 시작을 해서 신해철이 두 번째로, 윤상이 이어받고 유영석으로 이어지고 신성우, 김종서, 신승훈, 이승환, 서태지와 아이들, 장호일이 내일은 늦으리를 외쳤다. 그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서 밤하늘을 바라볼 때에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을 두 눈 속에 담게 해 주오,라고 떼창을 했다. 쉽게 한 자리에 모일 수 없던 스타들이 한 곳에 모여서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에 대해서, 미래의 아이들에 대해서 노래를 불렀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지금까지의 밤하늘의 별들을 쳐다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내일은 늦으리는 93, 94, 95까지 환경콘서트로 이어져 슈퍼스타들이 한 곳에서 힘을 주는 위대한 노래를 불렀다.

https://youtu.be/mtqP38-nq9A

미래의 아이들을 걱정해서 환경을 노래하기 위해 한국의 스타들도 한 곳에 모였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이엠에프로 많은 가장이 무너졌던 99년에 다시 슈퍼스타들이 모여 ‘하나 되어’를 불렀다. 이제 그 누구도 탓하지 말고 나의 부족함을 다시 생각해, 라는 가사가 있다. 그리고 어려울수록 강해지는 믿음이 있기에 다시 시작해보자고, 우린 해낼 수 있다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스타들은 노래를 불렀다. 무너져갈 때 노래는 옆에서 기운을 내라고 말해주었고 희망을 주었다. 우린 해낼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해 내 왔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노래가 말하고 있다. 


https://youtu.be/ADct5rBI1Ng

스타들이 모두 하나 되어를 외쳤다. 그건 분명 힘이 되는 노래다


이제 슈퍼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없다. 그만큼 감염병은 무서워진 것이다. 그래도 가수들이 예전처럼 힘을 내라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이겨낼 수 있다고 노래를 불러 주었으면 좋겠다. 모이지 않아도 된다. 아니 모이면 안 된다. 각자 녹음실이나 집에서 노래를 죽 불러서 그걸 편집한 영상을 유튜브로 보내는 것이다. 프로듀서는 이상민이 하고 예전 가수들, 양희은과 송창식도 참여를 하고 중견가수들, 신승훈, 이승환, 김종서, 엄정화, 박기영 등 그리고 최근의 가수들 임영웅, 영탁, 홍자, 송가은, 에이프릴, 방탄소년단, 잇지도 노래를 불러 파트별로 편집을 해서 의료진들에게, 사람들에게 힘을 내고 이겨낼 수 있다고 2020 버전 '하나 되어' 노래를 불러 줬으면 좋겠다.


감염병의 확산으로 모두가 불안하고 미래를 알 수 없다. 작금의 사태에 그 누구를 탓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멍청한 짓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여기서 말하는 피해는 욕을 할 정도의 피해가 아니라 생명과 관계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모두가 힘을 내고 이 사태를 버텨냈으면 하는 바람이 전부다. 사람들이 힘들 때 스타들의 기운 내라는 노래는 별 거 아닐지 몰라도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노래임에는 틀림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깅 중 만난 녀석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