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조깅을 하다 보면 동네의 많은 개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개들도 사람처럼 전부 달라서 이렇게 보고 있으면 재미있는 모습이 많다.
너, 왜 엄마 힘들게 그렇게 안겨 있어?
아이고야, 말도 마세이, 야가 맨날 이렇게 안겨 있니더, 집에 혼자 못 둬가 일하는데 데리고 가는데 늘 이래 안겨 있니더. <= 아주머니의 사투리는 참 듣기 좋았다.
이 녀석 강원 족발집 강아진데 낮에는 이렇게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이 녀석아 여기 봐봐 사진 한 장 찍게,라고 하면 이렇게 포즈를 잡아 준다. 아주 개성이 강하다. 개가 개성이 강한 것이 뭔가 우습기도 하고.
또 밤에는 선글라스를 벗는데 주인이 눈썹을 그려놔서 묘한 얼굴의 표정을 하고 있다. 낮과 밤이 아주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녀석이다. 낮져밤이의 개? 하지만 인간성은 좋아서, 아니 개간성? 개의 인성? 은 좋아서 순하다. 가서 막 만져주면 그저 좋아 죽는다. 인간의 손길이 늘 그리운 녀석 같다.
집 근처 바닷가에서 좀 떨어진 포구다. 새끼들을 낳았다. 그래서 일주일에 몇 번을 갔었다. 엄마 옆에 붙어 있다가도 무슨 소리가 들리면 저렇게 호기심을 왕창 보이며 쪼르르 보며 달려간다. 이 녀석들 내가 가서 쭈그리고 앉으면 나의 무릎에 전부 쪼르르 와서 빨고 핥고 난리 난다. 뭐든 어린것들은 그저 예쁘다.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목에 있는 카센터의 개, 허스키다. 아주 크고 무척 크고 정말 크다. 여름에는 불쌍하게도 털을 깎지 못해서 혀가 늘 입에서 이만큼 비어져 나와 있다. 더위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그래도 주인이 물을 뿌려주고 한다. 카센터에서 지내는데 카센터가 문이 닫히면 이렇게 얼굴만 내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눈으로 한없이 좇는다. 나 좀 꺼내 달라고 그러는 것 같다. 아아 얼마나 심심하고 답답할까.
이 녀석의 이름은 돌이. 돌이는 엄마가 하루에 세 번 산책을 시킨다. 돌이는 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아서 산책을 하다가도 여기저기 툭툭 부딪힌다. 돌이는 그래도 엄마를 잘 만나서 나이가 늙을 때까지 하루에 세 번씩 산책을 하고 엄마가 좋은 것만 먹인다. 돌이의 엄마는 참 대단해 보인다. 여름이면 키우던 개도 갖다 버리는데, 그래서 일 년에 몇만 마리씩 버려지는 개가 나온다는데 끝까지 돌이를 끌어안고 보살핀다. 돌이가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면 그 시간이 새벽이든, 밤이든, 눈이 오던 비가 오던 신경 쓰지 않고, 귀찮아하지 않고 돌이를 산책시킨다.
이 녀석은 어촌의 바닷가 장어 집 강아진데 사나워서 늘 묶어 놨다. 고 하는데 자주 찾아서 아는 척하고 손을 내밀었더니 이렇게 손을 들어주었다. 개는 친해지는 순간 정말 순한 양처럼 되는데 그것이 무척 신기하다.
이 녀석 처음에는 잇몸이 올라가고 그랬는데. 생명과 마주하려면, 생명과 친해지려면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 철학? 같은 것을 알게 해 준 녀석이다.
한 동네의 작은 슈퍼 할아버지의 개다. 슈퍼 앞에는 늘 할아버지가 의자에 앉아서 시간을 죽여가고 있다. 개는 옆에서 아빠를 늘 지켜주고 있다. 아빠의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개에게 늘 무엇인가 말을 하고 개는 그 말을 마치 다 알아듣는 듯 듣고 있다. 개와 인간의 관계란 설명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조깅을 하다 보면 자주 만나는 녀석들이 있다. 그 녀석들을 보는 재미가 있어서 그런지 아직은 실내에서 운동하기를 꺼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