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3일째 저녁
218.
“어머니에게는 어떻게 말하지?” 그녀가 말했고 “내가 이야기할게, 다 잘 될 거야.” 마동은 그녀를 안심시켰다. 마동은 매일매일 한 시간씩 달렸다. 아르바이트도 달려서 도달할 수 있는 곳에서 일거리를 찾았고 그녀를 데리러 갈 때에도 달려서 갔다. 두 사람이 종종 가던 야외 공원 옆에는 공설운동장이 있었다. 공설운동장의 메인 트랙은 전문 축구구장으로 일반인은 평소에 입장이 불가능했고 공설운동장 밖에 야외 축구장과 트랙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일반인들에게 개장이 되었다. 시민들이 매일 그곳을 애용했다. 마동은 그녀와 산책을 나가면 그녀는 운동장의 붉은 트랙을 걷고 마동은 달려서 한 바퀴 먼저 돌아서 그녀의 옆에서 같이 걸었다. 마동은 그녀의 곁에서 트랙 반 바퀴를 같이 걸어간 후 먼저 달려 나가서 트랙을 한 바퀴 달려서 그녀의 옆으로 와서 같이 걷는다. 트랙 안의 축구장에는 잔디가 깔려있고 공을 차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들 팀을 꾸려 각자 들고 온 축구공을 발로 차며 패스 연습을 하거나 골대 앞에서 슈팅 연습을 했다.
마동은 그녀를 걷게 하고 한 바퀴를 돌아서 그녀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날이 좋았다. 두꺼운 옷을 입지는 않았다. 반팔이나 얇은 옷을 입지도 않았다. 산책하기도 좋고 운동하기에도 좋은 날이었다. 운동장에서 슈팅 연습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규칙은 공을 너무 세게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날따라 공을 세차게 차며 슈팅 연습을 하는 팀이 있었다. 모두 즐겁게 공을 슈팅하는 반면에 그들은 공격적인 우격다짐 격이었다.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핏 불테리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평온한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암흑이 깔리는 기운이 가득한 슈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주위에는 같이 어울려 공을 차는 팀들은 없었다. 운동장의 골대는 양 옆으로 하나씩 있다. 하지만 공격적인 그들이 연습하는 골대에는 같은 유니폼을 입은 그들만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반대편에 전부 몰려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 나온 배를 부여잡고 트랙을 걷고 있었고 마동은 그녀를 놔두고 한 바퀴 빨리 달렸다. 마동과 그녀가 트랙의 이쪽과 저쪽에서 운동장을 사이에 두고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걸었다. 마동은 그녀의 곁으로 가기 위해서 트랙을 달렸다. 그때 암흑이 가득하고 돌격적으로 슈팅 연습을 하던 무리에서 슈팅을 한 공이 골대를 벗어나서 골대 뒤의 트랙을 걷고 있던 그녀의 배에 가서 꽂혔다.
그녀는 트랙에 쓰레기봉투처럼 쓰러졌다. 그 순간은 마치 공이 원을 그리듯 천천히 날아가서 그녀의 배에 정확하고 힘 있게 맞았고 공을 찬 사람이나 산책하던 사람들과 마동 역시 멍하게 공이 날아가는 것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기를 가진 지 8개월 째였다. 공을 맞은 그녀는 그 자리에 푹 꼬꾸라졌고 곧 배가 아프다고 했다. 그녀는 밑으로 뜨끈하고 끈적끈적한 액이 물이 새듯 흘러나왔을 때 청백색의 눈으로 마동을 보았다. 병원에서 끈적끈적한 액의 냄새가 마동의 몸에 퍼질 때 아이는 끝내 그들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그녀는 정신을 잃었고 마동은 정신이 없었다.
입원했던 병원에서 나오는 날 그녀는 침통했고 마동도 우울했다. 집으로 와서 그녀는 화장실에서 한 없이 울었고 마동은 밖으로 나와서 한 없이 달렸다. 길거리를 달렸고 건널목을 달렸고 도로를 달렸다. 초등학교를 지나쳤고 카페를 지나쳤고 불고기집을 거쳤다. 마동을 제외하고 건물 속의 모든 사람들은 행복했다. 행복은 그의 앞으로 오는가 싶더니 살짝 피해서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겼다. 트랙에서 달리지만 않았다면 공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결국 현실에 타협하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 때문에 그녀는 아이를 잃어버렸다. 마동은 자신의 모습이 촉수가 달린 괴물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지금 마동은 달리고 있는 것이다. 마동에게는 달리는 길만이 버리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