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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30.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29

9장 3일째

229.

 등대 곁으로 다시 갈수록 드문드문 보이는 벤치에서 이미 술에 취한 사람들과 공원 관계자들의 실랑이가 보였다. 그들은 이미 만취했고 자신들의 자유와 권리를 제지하고 협박으로 받아들여 공원관리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공원관리원의 의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취객에게는 생각이라는 것이 없었다. 좀 더 큰 소리와 퇴색한 눈빛으로 공원관리인들을 대할 뿐이다. 타인의 말은 절대 듣지 않는다.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 같았다. 취객은 관리원들이 자신에게 해코지를 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수월하게 뒷일은 진행되기 때문이다. 저들은 평소에는 동네 슈퍼 아저씨 같은 사람들이다. 공원 관계자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을 겪은 듯 삿대질하며 만취한 이가 말하는 '공원 관계자들의 의무수행 규칙'이 1절도 끝나지 않았는데 그에게 송림공원을 내려가기를 권유하고 있었다. 취객의 눈에 공원관리원들은 그저 아파트 관리인처럼 보일 뿐이었다. 관리인은 취객의 안전에 대해서 말했다. 취객들이 앉아서 술병을 비우고 있는 벤치는 낭떠러지에서 2미터도 안 되는 곳에 있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관리인의 말투는 권유에서 점점 훈령 조로 바뀌었다. 취객이 원하는 대로 슬슬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른번개는 더 자주 더 강하게 내리치고 있다네. 자네는 이미 느꼈을 거라 생각이 드네만. 마른번개는 환희 적으로 내리치는 동시에 경악스러움을 가득 짊어지고 있네. 앞으로는 더 그러하겠지. 저 마른번개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장군이 주인은 많은 땀을 흘렸다. 해무는 땀과 함께 얼굴과 팔과 등에 붙어서 더욱 많은 양으로 흘러내렸다. 마동의 윗도리는 해무로 인해서 축축해졌고 장군이 주인의 운동복 역시 땀과 해무로 젖어 있었다. 20분 정도를 송림의 코스를 따라서 걸어 들어갔다. 해무는 성에가 낀 안경알처럼 더욱 뿌옇고 폐병환자의 혈액처럼 짙어졌다. 달짝지근하고 시큰한 냄새도 났다. 향을 피울 때 나는 연한 향내 같은 냄새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마동이 단지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해무는 무취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해무 속으로 팔을 뻗었다. 손에 잡히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만 같다. 무엇인가는 마동의 기억일지도 모르고 부 조화스러운 에고의 모습일지도 모르고 치누크를 타고 온 무의식일지도 모른다. 앞이 온통 회색뿐인 도로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해무 속에 손을 집어넣어 저어봤지만 손으로 느낄 수 있는 건 축축한 해무의 잔해뿐이었다. 엄청난 해무 덕에 마동의 얼굴과 목덜미에도 땀이 흐르는 것처럼 이내 젖었다. 팔과 팔뚝과 얼굴에 해무가 묻지 않는 곳은 없었다. 마동은 마른세수를 하듯 손바닥으로 얼굴을 한 번 훔쳤다. 등대는 라이트를 한 단계 더 밝히고 하울링을 더 크게 울렸다.


 부우웅. 부우웅.


 이 소리는 근해에 정박해 있는 대형 유조선에서도 울려 퍼졌고 유조선 사이를 피해서 들어와야 하는 고깃배에도 똑같이 전해졌다. 해무는 세계를 집어삼킬 만큼 바다에서 육지로 밀려 들어왔다. 해안가에서도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막는 안전요원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송림 곳곳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은 공원관리인들의 훈령에 의해서 끝내 마시던 술병을 들고 투덜거리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취객들은 해무를 탓했고 관리인들에게 욕을 했고 국가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세금 내고 자신들이 있겠다는데 왜 못 있게 하는 것이냐! 그들은 관리인들과 들리지도 않을 해무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 가래를 한 번 뱉었다. 그들이 내려가고 뱉은 가래에 개미들이 몰려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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