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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역] 북한에서 다가구 주택 건립의 사업성

집장사를 해볼까?


(110-36) 남북교역 집 장사


남한에서 집을 지어 판다는 것은 이제 사업성이 별로 없다. 인구도 줄어드는데다, 결혼도 하지 않고 있어 새 집 수요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인구 통계는 둘째치고 오래 된 집,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날림으로 지은 집, 평양이나 개성같은 곳은 외지인들을 수요하기 위한 집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집장사와 건축가를 구분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것은 우아하고 미적 감각있는 그럴 듯한 집을 짓는 건축가의 사업이 아니라, 튼튼하고 편하고 더울 때 시원하고 추울 때 따듯한 그저 살만한 집을 만드는 집장사의 개념이다. 표준적인 설계도면을 가지고 상황에 맞게 약간의 수정을 하면서 여러 집을 만드는 그런 집을 짓는 사업이다.


내가 북한에서 집 장사를 생각하게 된 것은 북한의 주거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북한의 아파트는 난방 설비가 안된 상태로 주민들에게 입주하여야 한다. 그래서 남한처럼 가스 보일러가 아닌 석탄을 원료로 하는 아궁이 방식으로 추가 공사하기 때문에, 난방 연료로 석탄을 사용하는 비중이 56%에 이른다.  고층 아파트는 전기가 없어 엘리베이터를 못 움직여서 고층일수록 기피하게 된다고 한다. 특히 건축 자재가 부족하여 부실 건축이 많다고 한다.  북한의 주택규모는 평균 방의 수를 보면 2.02개 수준이며, 상수도 및 수세식 화장실의 비율도 남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된 수준이다. 나무나 석탄을 사용해서 난방과 취사를 해결하는 북한주민들은 창문을 비닐로 가리는 게 고작이고, 그나마 창문을 가릴 만큼 질기고 커다란 비닐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틈새를 막는 목적조차 한국처럼 집안의 더운 공기가 나가는 것을 막는다기보다는 밖에서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더 크다. 1990년대 중반이후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국가가 주택건설에 필요한 자원을 제때에 공급하지 못함으로써 주택의 수요와 공급에 큰 격차가 발생했다. 주민들의 주택수요 증가세는 지속되었지만, 추가적인 공급이나 보수·개건 등의 조치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이 하락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멋은 적더라도 경제적으로 집을 좋게 지어 북한 주민들이 살게 한다면 이 또한 살면서 큰 보람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집들을 지어서 공짜로 나누어줄 수는 없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정부에서 집을 지어 국민에게 나누어주는 사회주의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주택 배급체계는 무너졌고, 국가의 자리에는 자발적으로 형성된 시장이 국가중심공급 체계를 대체했다. 주택시장도 시장화라는 큰 흐름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는 북한의 주택정책은 1세대 1주택 분배 원칙으로, 청소년이 학업을 마친 후 취업해서 결혼할 경우 세대별로, 기본적인 사용료(전기, 수도, 난방 등)만을 지불하고 평생 이용권을 부여하는 제도였다. 국가가 거의 무료로 집을 제공하는 혜택이었던 셈이다. 아직 노동당이나 군대의 고위 간부에게는 주택을 고급 주택을 배급하고는 있지만, 일반 서민들은 자기가 알아서 집을 마련해야 하게 되었다. 물론 기왕에 나라에서 배급한 주택을 도로 빼앗지는 않겠지만, 살만한 설비를 갖춘 새 집을 마련하고자 할 때는 온전히 자기 노력으로 주택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집 장사는 남한처럼 집 장사가 다다구 주택을 여러 채 지어놓고 살 사람을 물색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살 사람과 공동으로 자금을 모아서 지어 나눠 갖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초보적 수준의 부동산PF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분업체계를 갖추어 각 경제주체별 역할과 협업 메커니즘이 형성된 것이다. 물론 은행이 개입된 PF는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는 인정하지 않지만, 소비재는 사유권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개인이 지은 살림집과 관련된 부동산에서는 토지에 대한 사유권은 인정하지 않고, 주택에 한해서만 개인의 사용권을 인정하고, 이의 상속과 매매도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국가 소유 또는 협동단체 소유의 살림집은 개인간의 매매나 상속은 보장되지 않으며, ‘살림집 이용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공공 기관의 ‘주택 건설 사업소’와 협조를 하는 개인 자본가인 ‘돈주’의 투자를 받아 주택을 지은 다음, 일부 주택의 이용권을 돈주에게 넘기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주택 건설분야도 공공기관과 개인 자본의 협업이 있는 일들이 잦은데, 이의 소유권/이용권의 분배에 관한 문제는 북한 쪽 투자 파트너와 자세히 협의하고 이해한 다음에 진행시켜야 한다.


특히 중요하게 여길 만한 것은 난방시설이다. 북한의 춥고 긴 겨울을 감안하면 보일러 시설을 해야 한다. 다만, 남한처럼 집집마다 가스보일러를 넣지 못하니까, 가정용 등유나 석탄 보일러를 넣어야 한다. 남한에서는 이미 그와 같은 보일러를 만들지는 않겠지만, 충분한 수요가 된다면 등유 보일러를 못 만들 이유가 없다. 건축 자재업이 발전하지 않은 동안은 가급적 싸고 단열이 잘 되는 남한산 자재를 쓰는 게 입주민들에게 좋겠다.


일단 지은 집은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데, 주의할 점은 북한은 자가 소유 또는 임대이다. 남한처럼 전세제도는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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