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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길] 직산역 - 단국대 - 천안역 - 가얏고을

2018년 이몽룡간 길을 춘향판소리로 마무리하다

2018년 12월 17일입니다.

한 겨울이기는 하지만 무척 추울 것이라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햇볕이 따스합니다.


삼남길의 직산에서 천안까지입니다.

이미 경기도를 벗어나고 충청도의 한 가운데까지 걸어왔습니다.


직산역을 나서자 마자 익숙하지만 잘 쓰지않는 안내말이 나옵니다.

역전말이라, '말'은 충청도 말로 '마을'이라는 뜻일 겁니다. 역전 앞에 있는 마을이 삼은 7리입니다.

충청도 말은 축약을 많이 하지요.

혀~ 말어~

일없슈~


가, 말어?

가야지요~ 갑니다. 어찌됐든 우리는 갑니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개천이 있습니다.

어떤 이름이 있는 것같지는 않고, 업성저수지로 통하는 물길입니다.

웬지 동네 모습이 정이 갑니다.



흠~ 오리들이 잘 놀고 있습니다.

추워도 더워도 오리는 물 위에서 발길질하며 여전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기사 혼자라면 쓸쓸하겠지만, 늘 둘이 다닙니다.


뚝방길이라고 하나요?

여기도 하천 정리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봄되면 사람 다니기도, 물이 다니기도 좋은 길이 되겠군요.

공사가 끝나지 않았 아직 길인지 아닌 지는 모르겠지만, 가지 말라는 말이 없으니 가도 된다고 생각하고 갑니다.


흠~ 아직 다 정리가 되지 않아 덩쿨이 울창하게 올라와 있는 길도 있습니다.

풀들이 누워있는 걸 보니 동네 분들이 잘 다니지는 않지만, 길은 길입니다.

걷기 편한 길이든, 불편한 길이든 우리는 갑니다.

그런데 넓고 곧게 뻗은 길보다는 이런 길을 걸을 때 오히려 더 길을 가는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그 덩쿨 앞에는 뭐가 있을 까 하는 궁금증도 더 해지고요.



문패가 참 좋습니다.

행복이 가득한 집!

보는 사람의 입이 저절로 벌어지고, 지나가며 다시 한 번 더 보게됩니다.

앞으로도 이 댁에 사시는 분들에게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며 지나갑니다.

조진수님, 임종란님, 조용실님, 조용금님,  행복하세요~


저 나무 이름이 뭔가요?

미루나무? 전나무? 

크리스나무하면 딱 좋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면 먼 곳에서도 잘 보이겠지요.

왜냐하면 이 동네는 허허벌판이라 조금만 높아도 되니까요?


사근다리마을입니다.

사근다리는 다리가 삮았다는 말인데, 근처에 다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어느 옛날 이 근처의 개천에 나무로 된 다리가 있었나 봅니다.

다리밑둥이 삮았겠지요.

서울에도 사근동이 있습니다. 

사람도 사근 사람이 있나요?

우리는 절대로 삮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 분들도 절대로 삮지 마시기 바랍니다.


길은 질퍽하고 신발에 흙은 묻어나고,

한 발 한 발 내디기가 무겁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진흙밟는 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사진찍는 소리,

그리고 우리들의 두런거리는 소리~

먼 훗날 이 길은 전설의 길이 되어 있을 겁니다.

우리가 걸었던,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우리 땅의 속내들을 찾아 다녔던,

우리의 평범한 전설이 남겠죠~


업성저수지입니다.

둑이 솟아 올라있어 가까이 가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확 나타납니다.

눈이 시원해집니다.


저수지 옆 길을 지나는 데, 과수원 위에 소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 소나무의 모습과 둔덕의 모습이 마치 쌍둥이 같습니다.

비스듬이 옆으로 퍼져있으면서 알맞게 솟았습니다.

마치 내가 여기 있어요~ 하며 수줍게 말을 거는 듯합니다.


업성저수지를 조망할 수있는 커피숍입니다.

꽤 크네요.

허허벌판에 갑자기 3층짜리 다방이 있으니 '어~ 여기 이런 게 있네~'하는 놀라움이 생깁니다.

조금 이른 듯하지만 커피도 마실 겸 점심도 할 겸해서 들어섰습니다.

메뉴는 샌드위치에 아메리카노~


시대를 착각하다!


낭자들~ 지나가는 과객들이오만 목이 마르구려~

물 한 바가지 부탁하오~ 꽃잎 띄울 필요는 없다요~

예~ 편하신데 앉아계시면 부르겠습니다, 한 잔 5000원


김치주세요~


빵 네조각에 양탕국 한 종지~

크고 두꺼운 괴기, 기름 둥둥뜬 고깃국아닌,

밍밍하고 씁스름하고 향기로운 오늘 점심



오늘도 주민센터를 들렸습니다.

부성동, 천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부성2동 주민복지센터 김응팀장님이십니다.

따듯한 커피도 주시고, 구수하고 정감이 푸욱 들어가있는 말투라 듣는 사람의 마음도 편해집니다.

그런데 죽산이 벼가 자라지 않고 피가 잘 자라서 피직 (稷)자를 써서 직산이라고 했답니다.

피가 원래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바쁘신데 유익한 말씀을 전해주셔서 답례로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를 보내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주민센터를 나오니 특이한 가로수를 보았습니다.

바로 이 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있습니다.

천안 전체는 아닌 듯하고, 부성동 일대에 이런 유실수로 한 듯 합니다.

무슨 나무일까요?


두정역을 거쳐 북일고등학교를 들렀습니다.

야구로 유명한 학교지요. 공부도 잘 할 겁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캠퍼스가 웬만한 대학만합니다.

이제는 북일여고도 있다고 합니다.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입니다.

고속버스로 예산을 가려면 이 호수 건너편의 국도를 지나야 합니다.

그리고 늘 아, 저기가 단국대지~ 하고 지나기는 했지만, 막상 이 곳까지 걸어서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감개무량합니다. 

기념사진을 찍어야지요.

단국대에서 천안역까지는 시간관계상 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천안역 앞 광장입니다. 

생각보다 광장이 넓지 않아요. 

잠시 쉬었다가 무궁화호를 타고 서울역까지 왔습니다.


여기는 선릉역 근처의 '가얏고을'이라는 창 전문 공연장입니다.

오늘 이 곳에서 배웠던 분들의 창 발표회가 있다고 해서 서둘러 올라온거죠.

BTS, 조용필을 듣다가 창을 들으니 오히려 어색한 기분입니다.

창이야 말로 우리 고유의 노래이고 BTS 조용필은 서양 음악인데도 말입니다.

대부분의 춘향전을 부르셨습니다.

우리가 걷고 있는 길도 이도령이 한양을 오가던 삼남길이고요.

우리가 걸었던 길에서 이도령의 이름이 박혀있는 안내판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우리가 삼남길과 인연이 깊은 춘향전을 창으로 들을 수있는 행운은 대현형님의 형수께서 이 곳 회원이시기 때문입니다. 

잘 부르시데요.

앵콜을 했더니 그냥 내려가십니다.

창은 앵콜이 아니라 '한 번 더~'라고 하면 좋다고 합니다. 

형수님,  다음에는 '한 번 더~~'하면 꼭 한 번 더 불러주세요~

우봉소리반, 모두에게 귀한 소리 들을 기회를 주심을 다시 감사드립니다.


자 이 것으로 2018년의 삼남길은 마무리합니다.

새해에는 영남로를 걸으면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2019년은 행운과 건강이 깃드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민주, 김대현, 홍재화 인사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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