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권하는 책입니다.
책 제목 : 등반 중입니다
저자 : 유학재
부러워하면 진다지만, 우리 고등학교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친구가 있다. 바로 유학재, 이 책의 저자이다. 그는 평생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잘하면서 살았다.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나는 좋아하는 것이 이제는 제일 잘하는 일이 되어 그 것을 직업으로 삼고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하지만 나도 가끔은 산에서 거친 계곡을 누비고, 추운 겨울 눈 속에서 비박을 하고, 배가 고파도 먹을 것이 없어 커피 난 잔으로 빈 속을 달래며 한마디 한다. ‘돈받고 하라고 하면, 아마 아무도 이 짓을 안 할거다.’ 동료들과 이렇게 이야기하며 그 고통의 순간을 웃음으로 넘겨버리곤 한다.” 이런 말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 성공한 친구들도 이런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살기 위해서, 억지로 그러나 열심히 했다는 게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성공했다는 사람을 보기가 어려운 것은 취미가 직업이 되면 그 때부터 고역이 되곤 한다. 어느 유명 신문의 문화부 기자와 인터뷰한 적이 있다. 책 서평 담당자였다. 좋아하는 책을 출판사들이 얼마든지 보내주고, 그 책을 읽으면서 사니 참 좋지 않냐고 내가 물었다. 그랬더니 자기도 책이 좋아서 문화부를 지원했는데, 책 읽는게 직업이되니 오히려 일 때문에 읽게 되다보니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지 못한다고 했었다. 책도 그런데 밥굶고 바위에서 떨어져가며 다니는 산이 저리도 좋은 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더 쓸까?
써봐야 좋다는 이야긴데, 나한테는 그 맛나다는 야크 치즈도 아직 안 주었는데, .......
그런데 책이 재미있는데다 감동도 있다. 친구가 쓴 책이라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라, 삶의 지혜가 매 에피소드마다 있다. 어느 분야든지 오래하고 경력이 쌓이고 기술이 쌓이다 보면 철학이 생긴다고 하더니, 이 책이 그렇다. 굳이 잘난 척을 하려거나, 남에게 충고를 하려들지 않아도 겸손, 유머, 고난의 느낌이 팍팍 온다.
“등산은 길이 끝난 곳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그 말은 등산이란 곧 도전이라는 의미다. 등산의 본질 속에도 도전이라 과제가 제일 크다. 미지에 대한 도전은 온 몸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일이다. 우린 주어진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가끔은 길이 없는 곳으로 갈 필요가 있다.” 등산하는 사람들은 학재가 왜 유명한 지를 안다. 그는 남이 모두 가본 유명한 산을 여러 곳 가봐서 유명한 게 아니라, 남들이 가보지 않은 새로운 등산로를 많이 가본 적으로 유명하다. 그러니까 그에게 등산은 늘 도전이라는 말이 맞다.
사실 오늘은 좀 울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우울한 기분이 많이 가셨다. 아, 내가 하는 학재가 실제로는 많이 훌륭한 친구라는 사실, 그가 등산이라는 분야에서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가 살아온 삶이 참 진지했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런데 이런 책이 시중 서점에 깔려있지 않은 것은 독자에 대한 모독이다. 관심있는 분들이 많을텐데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들은 페북에서 유학재 (산을 좋아하는 산쟁이)를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아, 저 말입니까? 저는 밥 사주고 책 받았습니다. 제 친구라서 그런게 아니라 권할 만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