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김정은을 위해서 북한 개방해야 하는 이유 – 약속
김일성이 1962년 10월 22일 3기 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1964년에는 모두가 기와집에서 이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사는 부유한 생활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습니다. 불과 2년 뒤에 이밥에 고깃국을 먹게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이 언제입니까. 2019년입니다. 무려 반세기 넘는 57년이 지났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벌써 강산이 여섯 번 지날 동안 변한 것은 북한에 3대 세습이 이뤄져 손자가 통치한다는 것이고, 변하지 않은 것은 (북한 주민) 여러분들은 여전히 이밥에 고깃국을 먹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 2019.3.15., 주성하)
김동진이 쓴 ‘조선, 소고기 맛에 빠지다’에 의하면 조선시대에는 쌀 밥에 소고기 국이 일상적으로 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숙종 때 ‘승정원일기’를 보면 ‘도성의 시전에서 각 고을의 시장, 거리의 가게까지 모두 합해 하루에 도축하는 것이 1000마리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19세기에 쓰인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도 나라에서 매일 잡는 소가 500마리, 개인이 잡는 소가 500마리라는 내용도 있다. 공급량이 많았기 때문에 소고기 값이 그리 비싸지도 않았다. 18세기 헐값일 때는 소 한 마리에 10냥이었는데 당시 쌀 한 섬(두 가마니) 가격이 5~8냥이었으니 쌀 한두 섬이면 소 한 마리를 살 수 있었다.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18세기 후반 연간 도살되는 소의 수가 38만~39만 마리 정도가 나온다. 소 한 마리가 300kg이고, 도체율이 50%라면 고기 양은 150kg가량이다. 당시 조선 인구를 1500만 명 정도로 잡으면 연간 인당 쇠고기 섭취량이 약 4kg이 나온다. 통계청 자료를 찾아보면 한국인의 연간 인당 쇠고기 섭취량이 4kg을 넘어선 게 1995년 이후이다. 따라서 20세기 내내 한국인은 조선시대 사람보다 쇠고기를 못 먹고 살았다는 사실이다. 이밥도 마찬가지이다. 이밥은 ‘이씨조선의 밥’에서 유래되었다. 민중에 대한 국가의 수탈이 매우 심했던 고려말기를 지나 새로 개국한 조선에서 쌀밥을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이씨 조선의 밥’이란 말이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조선시대에 쌀 생산량은 조선시대가 되면서 고려시대보다 경작지가 4배 넘는 480만ha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총독부가 1910년 토지조사 때 추정한 농경지는 240만ha 정도에 불과했다. 조선시대 세금 수취를 위해 작성한 토지장부인 양안(量案)의 기록을 토대로 추산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조선시대에는 양안에 기록되지 않은 새로운 개간지가 엄청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조선시대에 일상적으로 먹었지만, 근대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리 민족은 이밥에 고깃국을 한동안 먹기 힘들어 했다. 남한은 1970년대 산업시대를 거치면서 맘놓고 다시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북한은 여전히 김일성과 김정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다. 심지어는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다시 악화되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2019년 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최근 10년 사이에 최악으로 긴급한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외부로부터 136만t의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는 유엔 조사 결과가 3일 공개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공동 조사해 이날 발표한 '북한의 식량 안보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북한의 식량 수요를 충족하는데 필요한 곡물 수입량은 136만t이다. 북한 인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1천10만명이 식량이 부족한 상태로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정은위원장은 2019년 3월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서 “전체 인민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좋은 집에서 살게 하려는 것은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평생 염원”이라고 했다. 그 약속을 할아버지나 아버지는 지키지 못하였다. 그리고 대를 이어 3대째 그 약속을 지키려 하고 있다. 그런데 김일성이나 김정일은 북한을 폐쇄된 상태에서 중국이나 구 소련의 지원과 자력갱생으로 이밥에 고깃국을 만들려고 했지만, 김정은은 세계 경제 속에서 북한을 발전시켜 북한 주민에게 진수성찬을 준비하려고 한다. 만일 북한이 군사력에 집중하지만 않았어도 어려움은 덜 할 것이다. 그는 주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선사하기 위하여 3대에 걸쳐 만든 핵무기마저 포기하려 하겠다고 공개 석상에서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70여년 동안 이어왔던 남북, 북미 간의 불신과 배반은 김위원장의 노력에 많은 장애가 되고 있다. 폐쇄경제에서 개방경제로 과감히 진전된 중국과 베트남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길을 걷고 있음을 누구보다 김정은위원장은 잘 알고 있다. 그도 북한개방이 잘 먹는 길이고, 약속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임을 이미 깨달았다. 남한과 미국은 김위원장이 하루라도 빨리 ‘이밥에 고깃국’을 주민들에게 선사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야 죄없이 고생하는 북한 주민들이 다시 ‘고난의 행군’을 걷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